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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노는 곳에 왜 젊은이가? 댄스에 대한 오해

중앙일보 2019.08.02 07:00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8)

독일에서 할아버지와 다 큰 손녀가 같이 신나게 춤추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장면은 환상적이고 아름다웠다. 내가 댄스스포츠를 꼭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이다. [사진 pxhere]

독일에서 할아버지와 다 큰 손녀가 같이 신나게 춤추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장면은 환상적이고 아름다웠다. 내가 댄스스포츠를 꼭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이다. [사진 pxhere]

 
댄스스포츠는 남녀노소가 같이 즐길 수 있는 댄스다. 세계적으로 동작이 통일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남자 동작, 여자는 여자 동작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젊은 시절 독일에 주재할 때 어느 와인 바 플로어에서 은발의 할아버지와 다 큰 손녀가 같이 신나게 춤추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화장실에 가려다가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넋을 잃고 얼어붙었다. 너무나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보였다. 그것이 내가 댄스스포츠를 꼭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이다.
 
서양에서는 결혼식 때 아버지와 딸이 같이 왈츠를 추고, 사위와 장모가 왈츠도 추고 차차차를 춘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신랑 신부 모두 하객들과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춤에는 남녀노소가 없는 것이다.
 
가끔 경기 대회에 아들과 어머니, 딸과 아버지가 같이 출전하는 경우도 있다. 부러운 장면이다. 그러나 그 정도 되면 또래의 파트너를 못 구해서 그렇게 나온 것이지 둘이 잘 맞아서 같이 추는 것은 아니다. 그 경우는 대개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에 댄스를 가르치다가 경기 대회에 나온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라면 부모 세대, 더 나아가 할아버지 세대와 손녀 세대가 같이 어울리기 어렵다. 같이 어울릴 수 없는 공통 종목이 없기 때문이다. 유교 문화라서 장유유서니, 가부장 제도니 가족 관계가 경직되어 있어 서로 따로 노는 문화다. 평소 권위주의적인 부모와 자녀들이 같이 있으면 서로 불편해한다. 그래서 따로 노는 것이다.
 
댄스에서 세대 차를 극복하는데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라틴댄스는 시니어들이 추기에는 순발력과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바디 무브먼트가 예쁘게 나오기 어렵다. 시니어들이 선호하는 모던댄스는 보기에 너무 붙어서 추는 춤이라고 젊은 사람들이 기피한다. [사진 pixabay]

댄스에서 세대 차를 극복하는데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라틴댄스는 시니어들이 추기에는 순발력과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바디 무브먼트가 예쁘게 나오기 어렵다. 시니어들이 선호하는 모던댄스는 보기에 너무 붙어서 추는 춤이라고 젊은 사람들이 기피한다. [사진 pixabay]

 
댄스동호회를 운영할 때 젊은 세대와 시니어세대가 같이 어울리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 같은 학원에 여러 반이 있었는데 젊은 사람들은 경쾌한 자이브를 중심으로 한 라틴 댄스 쪽에 많았고, 시니어들은 우아한 왈츠를 중심으로 한 모던댄스 쪽에 많았다. 각각 다른 강습반에서 하기도 하고 겹쳐서 같은 반에서 하기도 했다. 시니어들도 라틴댄스로 시작한 사람들이 많아 여전히 라틴댄스반에 나가는 시니어들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파티를 하게 되면 같이 어울렸다.
 
나는 동호회 회장으로서 시니어들과 젊은 사람들이 같이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젊은 사람 중에 임원을 뽑아 운영진에도 넣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운영진의 주체는 시니어들이었다. 그중에 시니어 여자들도 있었다. 이들이 젊은 여자들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인 반대를 했다. 일종의 질투다. 시니어 남자들이 젊은 여자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한번은 파티를 하는데 딸을 비롯한 딸 친구들이 와서 음식을 장만하고 서빙까지 맡아 수고하고 있었다. “어른들 노는데 젊은 애들이 와서 분위기가 이상하다”며 노골적인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 있는 시니어들에 비해 적은 월급으로 취미생활까지 하는 젊은 회원들에게 회비 인하 특혜를 주는 것에도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같은 회원인데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말도 함부로 하는 여자도 있었다. 결국 이런 문제가 갈등으로 이어져 동호회 해산이라는 종말을 맞고 말았다. 결국 내가 추구하던 남녀노소 댄스동호회는 이루지 못할 이상이었다.
 
선수 생활할 때, 내 파트너들은 대부분 시니어였다. 주로 모던 5종목으로 출전하다 보니 모던댄스는 배우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젊은 선수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선수 생활을 할 때는 처음에는 시니어들이었으나 점차 젊은 세대로 바뀌었다. 내 파트너도 딸 나이 정도로 젊어졌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파트너로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일종의 봉사였는데 시각장애인 파트너들도 비장애인 파트너로 젊은 파트너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만두었다.
 
세대 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문제가 좀 있기는 하다.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라틴댄스는 시니어들이 추기에는 순발력과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힘이 든다. 나이가 들다 보면 허릿살도 붙어 바디 무브먼트도 예쁘게 나오기 어렵다.
 
시니어들이 선호하는 모던댄스는 시종일관 서로 붙잡고 추는 춤이므로 남녀의 콘택트가 있어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배워보면 바디 콘택트는 그리 큰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닌데, 보기에 너무 붙어서 추는 춤이라고 아예 기피하는 것이다.
 
파티에서 즐기는 수준의 라틴댄스를 배우려면 3년은 걸린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문제이다. 결혼, 취업 등으로 인하여 젊은층이 꾸준하게 댄스에 매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사진 pxhere]

파티에서 즐기는 수준의 라틴댄스를 배우려면 3년은 걸린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문제이다. 결혼, 취업 등으로 인하여 젊은층이 꾸준하게 댄스에 매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사진 pxhere]

 
시니어들은 춤을 배워 나가서 출 공간이 그나마 있다. 댄스스포츠도 출 수 있는 콜라텍이나 댄스스포츠를 주로 추게 하는 댄스장이 있다. 경제력이 있으니 좋은 장소를 빌려 댄스파티도 자주 한다. 라틴, 모던 댄스를 모두 즐긴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배운 두서너 종목만의 라틴댄스만으로 댄스파티를 즐기기에는 부족한 편이다.
 
라틴댄스반의 강사는 대부분 젊은 강사들이다. 배우는 수강생들도 젊은 사람이 많다. 반면에 모던댄스반은 강사가 시니어들이 많다. 수강생들도 대부분 시니어고 젊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 라틴댄스와 모던댄스가 각각 다르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어울릴 기회도 만들기 어려운 것이다.
 
젊은 층의 특징은 댄스를 오랫동안 배우지 않는다. 댄스 말고도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내 경우도 댄스 스포츠 입문 5년이 지나자, 아내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댄스도 좋지만, 골프도 배우고 싶고, 수영도 배워야 하는데 댄스에 너무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는 얘기였다.
 
파티에서 즐기는 수준의 댄스를 배우려면 라틴댄스는 대략 3년 정도면 된다. 모던댄스까지 하려면 다시 3년 이상 걸린다. 그러니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다. 시니어들은 자신이 좋아한다면 그대로 이어나갈 수 있지만, 결혼, 직장 취업 등으로 거취문제까지 발생하는 젊은 층이 이렇게 오래 댄스에 매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젊은 층과 시니어 층 사이에 중간층이 귀한 것도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중간층은 자녀교육, 생업 등에 한창 매진할 때여서 댄스계에 나오기 어렵다. 특히 여성층이 그렇다. 자녀가 부모 손길에서 벗어날 즈음이면 이미 시니어 나이가 되는 것이다. 중간층이 적당히 있으면 젊은 층과 시니어 층 둘 사이를 메우는 교량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댄스스포츠는 남녀노소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춤이다. 세계적인 프로 선수들의 나이를 봐도 라틴댄스와 모던댄스 선수간에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프로 세계를 떠나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가 있다. [사진 pxhere]

댄스스포츠는 남녀노소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춤이다. 세계적인 프로 선수들의 나이를 봐도 라틴댄스와 모던댄스 선수간에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프로 세계를 떠나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가 있다. [사진 pxhere]

 
궁정문화 중심인 모던댄스와 노예문화에서 발달한 라틴댄스가 사실 같은 공간에서 댄스스포츠로 공존한다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파티에서도 보면 격식을 차린 모던댄스 드레스를 입고 경쾌한 라틴댄스를 같이 즐기는 것을 보면 어색한 구석이 있다.
 
모던 댄스 드레스는 볼륨이 커서 몸에 착 붙으면서 노출이 많은 라틴 댄스를 추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젊은 사람들은 모던댄스복은 비싸고 주로 라틴댄스를 추기 때문에 라틴댄스 복장으로 온다. 여자가 짧은 스커트의 복장일 경우 모던댄스를 같이 추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파티 드레스는 정규 모던드레스와 차이를 두었으면 한다. 라틴댄스와 모던댄스를 같이 추기에 적당한 볼륨이 좀 적은 야회복 정도로 정착되었으면 한다. 우리나라에는 파티복이 아직 일반화되지 않아 뭔가 잘못 전해진 관습인 것 같다.
 
이론적으로는 댄스스포츠는 남녀노소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춤이다. 세계적인 프로 선수들의 나이를 봐도 라틴댄스와 모던댄스 선수 나이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프로 세계를 떠난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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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필진

[강신영의 쉘 위 댄스] 댄스 동호인으로 시작해 30년간 댄스계에 몸담았다. 댄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외면하고 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댄스스포츠 세계는 문화, 역사, 건강, 사교,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고 알수록 흥미롭다. 30년 댄스 인생에서 얻은 귀중한 지식과 경험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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