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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수사, 한국당 '노쇼'에 반쪽 수사 우려

중앙일보 2019.08.02 06:00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6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장 앞을 점거하며 심상정 위원장 등 정개특위 위원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6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장 앞을 점거하며 심상정 위원장 등 정개특위 위원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4월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여야 충돌 사건으로 경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지지부진한 '반쪽 수사'가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경민 "한국당은 '호날두 정당'"
나경원 "민주당은 '경찰 견학'"

민주당·정의당 '100% 출석' vs 한국당 '100% 보이콧'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1일 오전 경찰에 출석한 권미혁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14명이 소환 조사에 응했다. 소환 요청을 받았지만 이날까지 출석하지 않은 의원들도 2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을 포함해 일정을 조율한 후 출석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모두 경찰 조사에 앞서 "수사 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은 한국당 의원은 21명으로 알려졌다. 향후 출석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양수·엄용수·여상규·정갑윤 한국당 의원은 경찰로부터 세 차례에 걸친 소환 요청을 받았으나 모두 거부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 내 충돌 사건 관련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 내 충돌 사건 관련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 때문에 경찰이 의원들이 소환을 시작한 7월 중순부터 연일 영등포경찰서 정문 앞에서는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의 '한국당 성토장'이 열리고 있다. 출석한 의원들은 모두 한국당을 겨냥해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고 성실히 조사를 받아라" "경찰에 고발은 하고 경찰 수사는 안 받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31일 경찰에 출석한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은 '노쇼 호날두 정당'"이라며 "파괴적으로 창조적인 정당"이라고 비꼬아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경찰이 편향된 수사를 하고 있기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여상규 한국당 의원은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여당의 국회법 위반 행위가 먼저 소명되고 사과가 있어야 한다"며 "위법을 저지르는 민주당을 막기 위한 한국당의 행보가 먼저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 17일 "여당과 일부 무늬만 야당 의원은 사실상 경찰에 견학 한 번 갔다 오는 소위 출석 놀이로 야당을 겁박하고 있다"며 "입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한심한 행태"라고 말했다. 
 
지난 4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의원총회에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충돌로 부상을 당한 박덕흠, 최연혜 의원이 목에 깁스를 하고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의원총회에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충돌로 부상을 당한 박덕흠, 최연혜 의원이 목에 깁스를 하고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피고발인 절반 이상이 한국당인데 '강제수사' 막힌 경찰  

경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경찰에 따르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관련된 피고발인 국회의원은 109명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9명이 한국당 소속이다. 경찰은 패스트트랙 수사를 크게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국회 의안과 점거, 국회 사개특위 및 정개특위 회의장에서의 충돌 등으로 나눠서 수사 중이다. 이 중 비교적 빨리 피고발인과 사건 내용이 특정된 채이배 의원 감금 사건과 국회 의안과 점거 사건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 중에 있다. 하지만 한 경찰 관계자는 "고발인이자 피고발인인 한국당 측이 경찰 조사에 불응하고 있어 수사 진도가 더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25~26일 국회 패스스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 과정을 그래프로 정리한 일지. [연합뉴스]

지난 4월 25~26일 국회 패스스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 과정을 그래프로 정리한 일지. [연합뉴스]

한국당 의원들이 계속 소환에 불응한다면 경찰 측에서 강제 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세 차례 이상 경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면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해 강제 구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경우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이 기간 동안에는 제적 의원의 과반이 참석하고, 그 중 과반수가 찬성해야만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강제 구인이 가능하다. 
 
한 여당 보좌관은 "추가경정예산안과 같은 여야 합의가 필요한 현안이 산재해 경찰이 강제 수사에 나선다 해도 여당이 편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찰도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하는 '무리수' 카드를 꺼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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