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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구 리얼돌 맞춤제작···美 '졸리 얼굴' 버젓이 팔고 있었다

중앙일보 2019.08.02 05:00
여성의 신체를 본 따 만든 성인용품인 ‘리얼돌’ 논란이 거세다. 1일 기준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에 20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현재 리얼돌을 제작하거나 수입, 판매하는 행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지난 6월 대법원은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작과 유포 과정에서 사회적 피해가 생길 수 있는 ‘음란물’과는 달리 오로지 개인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성 도구’에는 좀 더 관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해외 사이트에서 판매중인 한 리얼돌의 모습. 실제 여성과 매우 비슷한 구조로 만들어졌다고 홍보하고 있다. [해외 판매 사이트 캡처]

해외 사이트에서 판매중인 한 리얼돌의 모습. 실제 여성과 매우 비슷한 구조로 만들어졌다고 홍보하고 있다. [해외 판매 사이트 캡처]

리얼돌은 '여성'의 문제만은 아니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남성 리얼돌이 판매되고 있다. [해외 판매 사이트 캡처]

리얼돌은 '여성'의 문제만은 아니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남성 리얼돌이 판매되고 있다. [해외 판매 사이트 캡처]

 

"연예인 얼굴 가능하냐…법적 문제 될 수도"

문제는 리얼돌이 개인의 영역을 넘어 타인의 권리까지 침해하는 경우다. 리얼돌 논란이 최근 증폭된 건 한 리얼돌 수입 판매 사이트에서 “원하는 얼굴로 커스텀 제작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한 게 알려지면서다. 연예인은 물론 현실 여성이나 남성, 심지어는 아동까지 누군가의 성적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말 현실 남녀의 모습으로 ‘맞춤 제작’이 가능할까. 해당 리얼돌 사이트를 들어가 봤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업체별로 리얼돌을 분류해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100만원에서부터 2000만원이 넘는 제품까지 다양했다. 실리콘 피부 등 더 좋은 재료로 제작한 제품일수록 비쌌다.
국내 모 리얼돌 수입 판매 업체 게시판에 올라온 글. "원하는 연예인이나 이상형 얼굴로 주문 제작하는 게 가능하다"는 설명이 적혀져 있다. [사이트 캡처]

국내 모 리얼돌 수입 판매 업체 게시판에 올라온 글. "원하는 연예인이나 이상형 얼굴로 주문 제작하는 게 가능하다"는 설명이 적혀져 있다. [사이트 캡처]

 
상당수 제품은 신체적인 특징을 선택하는 게 가능했다. 신체 길이부터 피부색과 머리 모양, 눈동자 색깔 등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고, 체온과 비슷하도록 하는 ‘히팅 시스템’을 추가할 수도 있다. 리얼돌을 구매한 뒤 헤드(머리)나 페이스만 따로 구매해 탈부착하는 형태의 거래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초상권 침해, 처벌은 안돼…손해배상만 가능"

다만 아직까지 특정인의 얼굴과 완전히 동일하게 제작한 리얼돌을 주문하는 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 문의 게시판에 올라온 ‘리얼돌 얼굴을 원하는 얼굴(연예인, 이상형)로 주문제작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중국업체에서 페이스를 제작하며 25~30일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답이 달렸다.
 
해당 중국 사이트에 확인해본 결과 ‘커스텀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주어진 옵션을 변경할 수 있는 정도였다. 국내의 한 리얼돌 제작업체 게시판에도 “연예인 헤드로 주문 제작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업체는 “특정 인물의 얼굴과 동일한 헤드를 만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답이 달렸다.
 
김종휘 변호사(마스트 법률사무소)는 “본인의 외모를 딴 인형이 성적 도구로 활용되는 건 당사자가 엄청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낄 수 있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면서도 “초상권 침해는 민사 소송만 가능해 이를 온라인 등에 유포하는 게 아니라면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 해외 리얼돌 판매 사이트의 맞춤 제작 방법 소개 영상. 유명 헐리웃 스타를 연상케하는 샘플 사진도 게재되어 있다. [유튜브 캡처]

한 해외 리얼돌 판매 사이트의 맞춤 제작 방법 소개 영상. 유명 헐리웃 스타를 연상케하는 샘플 사진도 게재되어 있다. [유튜브 캡처]

 
미국 등에선 이미 할리우드 스타와 거의 비슷한 외모의 리얼돌 제작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운영 중인 한 리얼돌 제작 업체의 맞춤 제작 서비스 소개 영상에는 안젤리나 졸리 등 할리우드 스타와 유사한 외모의 ‘샘플’이 소개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신일석 미국 변호사는 “미국은 우리나라보다도 프라이버시와 초상권 보호가 훨씬 강한 국가로 라이센스를 얻지 않으면 이런 리얼돌은 절대로 제작할 수가 없다”며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액을 물거나 주법에 따라 처벌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제품들은 ‘모방’과 ‘닮음’의 애매한 경계로 인해 아직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특정인을 본뜬 리얼돌 제작·판매를 불법으로 금지해도 실제로 이를 단속할 때 법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아동 리얼돌' 규제 어떻게

‘아동 리얼돌’ 문제도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아동 리얼돌의 수입과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처벌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동’의 기준이 애매해 실제로 이를 단속하기엔 쉽지 않다. 길이 130cm 이하의 리얼돌 판매를 자체적으로 금지하는 쇼핑몰도 있는가 하면, 교복이나 외관상으로 일일이 구분하는 게 대부분이다.
  
한 중국 판매 사이트에는 어린아이를 연상케 하는 외모의 리얼돌이 판매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수입이 가능하다. 해당 리얼돌의 길이는 145cm로, 이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 여아의 평균 신장(146cm)과 비슷하다.
 
법무법인 메리트 조현수 변호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아동으로 명백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을 대상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데 리얼돌을 그런 '표현물'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공개적으로 이루어진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법 해석의 차원에서 나아가 법 개정이나 입법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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