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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지하철과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더 나은 이동의 조건

중앙일보 2019.08.02 05:00

거시적인 관점에서 모빌리티 패러다임의 변화는 전기자동차(EV)의 등장,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 공유 자동차 서비스의 등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종국에는 세 패러다임이 하나로 통합될 것이고, 이는 유관산업의 가치사슬을 크게 마꿀 가능성이 높습니다.

_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 폴인 스토리북 <모빌리티의 미래-한국의 모빌리티 강자들> 중에서 

 

[폴인을 읽다] 파리 지하철과 암스테르담 자전거

파리의 지하철역 내부. [중앙포토]

파리의 지하철역 내부. [중앙포토]


 
프랑스 파리의 지하철은 이용객에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무더위가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에어컨 시설을 갖춘 차량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지하 터널을 달리는데도 불구하고 창문을 열고 운행합니다. 스크린도어도 없는 역이 많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죠. 
 
개인적으로 가장 불편한 것은 에스컬레이터가 드물다는 것입니다. 날이 덥든 춥든, 무거운 짐가방을 가지고 있든 아니든 대부분 계단을 오르내려야 합니다. 지하철 입구도 이러한데 노선 환승구간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시설의 질만 두고 보면 한국이 압승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파리의 지하철에는 한국과 확연히 다른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하철역 입구에는 계단만 있는데도 한 손에 지팡이만 든 채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휠체어를 탄 노약자와 커다란 유모차를 동반한 가족도 쉽게 볼 수 있고요. 
 
얼마 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갔었습니다. ‘자전거의 나라’답게 자동차보다 많은 자전거가 달리고 있었죠. 한 번은 길을 건너려고 하는데 자전거가 달려오더군요. 당연히 속도를 늦출 거라 생각했는데 그대로 제 앞을 지나가갔습니다. 당황한 마음에 주변을 살펴보니 이곳의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한 듯 자전거가 먼저 지나간 뒤 길을 건너갔습니다. 
 
친구에게 들으니 워낙 자전거 이용률이 높아 ‘자전거 우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합니다. 또한 다리에 무리를 주지 않고 페달을 밟을 수 있도록 자전거 페달과 엉덩이 사이를 높게 맞춰놓아 주행 중 멈추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전거가 먼저 지나가고 길을 건너가는 게 서로에게 더 안전하다고 합니다. 
 
모빌리티, 이동의 문제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편리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도 한국에서 노약자는 그 혜택을 누리기 어렵습니다. 같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인식은 네덜란드와 한국이 다른 것처럼요. 다시 말해 사회마다 모빌리티를 구현하는 것에서부터 그 의미와 정의가 다르다는 겁니다. 이것은 무수한 갈등과 사고, 그리고 시간이 켜켜이 쌓이며 구축된 것이죠.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의 등장은 그런 점에서 위험합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 합의된 모빌리티를 거세게 흔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이동이 더욱 편리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경제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폴인 스토리북 <모빌리티의 미래-한국의 모빌리티 강자들>에선 업계 최전방인 현장의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먼저, 홍기범 현대자동차 미래모빌리티개발팀장은 “현대자동차는 창사 이래 하드웨어에 주로 집중하였기 때문에 소비자 기반의 서비스를 해 본 경험이 없다”며 “플랫폼 사업에 특화된 업무 문화 DNA를 확보하고 MaaS(모빌리티 서비스)  영역 내부의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자 미래전략본부 산하에 플랫폼 비즈랩을 만들었다”고 밝힙니다.

 
폴인(fol:in) 웹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스토리북 <모빌리티의 미래: 한국의 모빌리티 강자들>의 표지. [사진 폴인]

폴인(fol:in) 웹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스토리북 <모빌리티의 미래: 한국의 모빌리티 강자들>의 표지. [사진 폴인]

 
실제로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우버’를 부르고 ‘쏘카’를 이용한다고 해서 모빌리티 서비스가 IT 업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IT는 물론 제조업과 보험업까지 그 영향력은 점점 더 이동하고 있죠.모빌리티 서비스의 등장과 발전이 경제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개인의 삶도 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단순하게는 모빌리티 서비스 덕분에 자동차를 사지 않아도 될 것이며 또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모빌리티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 모빌리티는 그저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개인의 자유가 극대화됨에 따라 이동의 순간에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해 모빌리티는 더는 개인이 아닌 집단적 경험이 되고 있지요.
 
박재욱 VCNC 대표는 “IT 산업은 약 10년 주기로 큰 변화가 있었다. 이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끈 것은 인프라나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였다”고 말합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타다’와  ‘카카오 카풀’ 등으로 논란이 되는 모빌리티 서비스의 문제 역시 이 관점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빌리티 서비스는 사회를 구성하는 하드웨어 중 하나입니다. 이를 바꾸고 돌아가게 하는 것은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소프트웨어, 즉 사회의 인식입니다. 몸이 불편해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 도로 위에서는 사람보다 자전거가 먼저라는 사회의 합의와 같은 것 말이죠. 우리에게 모빌리티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개인의 정의,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고민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를 두고 일어나는 갈등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이두형 객원에디터 folin@foli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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