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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도시 특례시 추진에 지역구 끼워넣는 50만 도시 의원들

중앙일보 2019.08.02 05:00 종합 8면 지면보기
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총선(국회의원 선거)을 앞두고 국회의원의 ‘지역구 챙기기’가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표심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이들 가운데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은 더 바쁩니다. 최근 지역에서 큰 이슈로 떠오른 ‘특례시’ 때문입니다.
지난 6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례시 지정을 위한 국민 대톤회'에서 박완주 국회의원(오른쪽 넷째)과 참석자들이 특례시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박완주 의원실]

지난 6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례시 지정을 위한 국민 대톤회'에서 박완주 국회의원(오른쪽 넷째)과 참석자들이 특례시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박완주 의원실]

 

청주·전주·천안·김해·포항 “인구 50만도 특례시 해달라”
정부 개정안 포함 특례시 관련 4개 법률안 국회 제출
인구 100만+지방 50만 도시 등… 불균형발전 우려도
전문가 "지역 이기주의, 규제·간섭 줄이는 게 효과적"

이미 정부가 특례시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이게 못마땅하다며 앞다퉈 유사한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정부가 경기 수원과 고양·용인, 경남 창원 등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겠다고 하자 “우리도 포함해달라”며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입니다.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 전북 전주, 경북 포항, 경남 김해 등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의 시장과 국회의원들이 정당·지역을 떠나 연대를 형성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부 정치인은 관련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을 찾아가 직접 특례시 지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와 자치단체장, 국회의원들은 왜 특례시 지정에 목을 매고 있을까요. 특례시가 무엇인지, 특례시가 되면 어떤 점이 달라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여기에 최근 전국 24개 군(郡)이 요구하고 나선 ‘특례군’이 무엇인지도 살펴보겠습니다.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 전북 전주, 경북 포항, 경남 김해 등 인구 50만명 이상의 지방도시들이 특례시에 포함해달라며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천안 도심전경. [사진 천안시]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 전북 전주, 경북 포항, 경남 김해 등 인구 50만명 이상의 지방도시들이 특례시에 포함해달라며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천안 도심전경. [사진 천안시]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특례시… 뭐가 이렇게 많아요

우리나라 자치단체는 크게 특별시와 광역시·도, 특별자치시·도, 시·군·구청으로 나뉩니다. 아시는 것처럼 수도인 서울은 특별시, 대구·인천·대전·광주·울산 등 6곳은 광역시, 행정수도인 세종은 특별자치시로 구분이 됩니다. 제주는 특별자치도라고 부릅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동등한 광역자치단체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 도시와 달리 100만명 이상 기초자치단체에 별도의 행정적인 명칭을 부과하자는 게 정부의 방침입니다. 그 이름이 바로 ‘특례시’입니다.
 

특례시가 되면 뭐가 달라지나요… 공무원 자리만 늘어난다는데

특례시는 사무처리 등에 있어 일정한 특례를 받는 행정상의 자치단체입니다. 특례시가 되면 광역자치단체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복지·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국가와 광역자치단체로부터 사무를 넘겨받고 광역자치단체 승인을 받아야 하던 지방채를 지방의회 승인만 받고도 발행할 수 있습니다. 택지개발지구 지정과 도시재정비 촉진지구 지정 등의 권한도 갖고 국세·지방세 비율 조정으로 연간 1500억~3000억원 이상의 재정 증가도 가져오게 됩니다. 부단체장(부시장)과 고위직(3급·부이사관) 숫자도 늘어납니다. 특례시 지정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법(제194조) 개정을 통해 새로운 지방자치단체 유형 신설해야 합니다.
지난해 8월 경기 수원·고양·용인, 경남 창원 등 인구 100만명이 넘는 전국 4개 대도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구 100만 대도시 특례 실현을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경기 수원·고양·용인, 경남 창원 등 인구 100만명이 넘는 전국 4개 대도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구 100만 대도시 특례 실현을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어떤 도시가 특례시 대상인가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 포함된 특례시 대상 도시는 수원·고양·용인·창원 등 4곳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특례시에 수도권 도시가 3곳이나 포함되면서 “지역간 불균형이 가속할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을 위해 추가 지정이 필요하다”는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여야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천안과 청주·전주·포항·김해를 특례시로 지정해달라며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입니다. 비슷한 법안이 4개인데 관련 상임위원에서 한꺼번에 심의하게 됩니다. 정부는 안양과 부천·화성 등 인구가 50만명 이상인 수도권 지역 도시들이 반발할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특례시와 관련해 국회에는 어떤 법안이 제출됐나요

우선 정부의 개정안 외에도 3개의 법률안이 각각 국회에 제출된 상태입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전북 전주시병) 등은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와 50만 이상 대도시 중 행정수요 100만 또는 도청 소재지를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정부 발의(안)에 포함된 4개 도시 외에 충북 청주와 전북 전주가 추가됐다. 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지난 5월 정부 안에 ‘인구 90만 이상 대도시’를 추가한 별도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여기에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천안을) 등은 4개 도시에다 인구 50만명 이상 지방도시도 특례시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하며 관련 법안을 냈습니다. 이들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입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법안이 왜 제각각 제출했는지 

필요에 의해 발의됐지만 ‘지역 이기주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동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50만 이상 도시 중 ‘도청 소재지’만을 포함해 “전주·청주 맞춤형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합니다. 신상진 의원 개정안 역시 “성남만을 목적으로 만든 법안”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박완주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인구 50만명 이상이 지방 대도시가 대부분 포함됐지만 “지역 내 불균형발전이 가속할 것”이라는 다른 자치단체의 반대가 많다는 게 걸림돌입니다. 정부 개정안 역시 인구수만 기준으로 만들어 행정수요와 사회·경제적 요소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구 100만명이 기준이면 향후 10년 이내에 비수도권지역에서는 특례시가 나올 수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요

전문가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실질적 지방자치를 위해 특례시 지정치 필요하다는 의견과 불균형과 갈등만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특례시가 지정되면 과밀화만 부추기고 국회의원들이 무분별하게 법안을 발의하는 것도 지역 이기주의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특례시를 만드는 것은 일종의 자치단체 이기주의로 볼 수 있고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하게 추진하되 특례시 지정보다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줄이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행정 체계를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25일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특례시 지정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25일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특례시 지정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뉴스1]

 

특례시는 사실상 ‘기초자치단체 독립’인데 광역자치단체는 어떤 입장인가요

특례시를 요구하는 ‘기초자치단체의 반란’에 대해 광역자치단체는 대놓고 찬반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데다 해당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서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종합적이고 합리적 수준의 자치분권과 재정 분권을 추진하되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큰 틀에서는 찬성하지만 시·군간 균형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했습니다. 반면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찬성 입장입니다. 
 

복잡하군요. 그런데 최근에 새롭게 등장한 ‘특례군’은 또 뭐죠

인구가 3만명 수준인 전국 24개 군(郡) 단위 기초자치단체가 요구한 새로운 개념입니다. 충북 단양군과 경북 영양, 강원 화천군 등은 지난 6월 27일 단양군청에서 회의를 갖고 ‘특례군 법제화 추진협의회’를 구성했습니다. 이들은 인구 감소와 정주 여건 악화로 자치단체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특례군’으로 지정,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인구 100만 대도시에다 50만 도시까지 줄줄이 특례 시로 지정되면 재정 불균형으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입니다. 결국 돈을 더 달라는 얘기입니다.
 
특별취재팀=신진호·최모란·백경서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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