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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우리는 ‘애자일’한가

중앙일보 2019.08.02 00:25 종합 27면 지면보기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시장 포트폴리오가 좋고 기민한(agile) 대응을 하니까요.” 최근 한국을 찾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릭스 파트너스의 쉬브 시바라만 아시아 대표에게 일본 자동차 산업의 강점이 뭔지 물었다. 대답은 명쾌했다. 최근 경영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애자일’ 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단 얘기였다.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와 비슷한 9200만대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상반기 미·중 무역전쟁과 북미·인도 시장 침체 등으로 상황은 나빠졌다. 질문을 던진 건 이런 와중에도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대표선수 도요타는 상반기 521만대를 팔아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554만대), 폴크스바겐그룹(552만대)에 이은 3위에 올랐다. 지난 5월 발표한 실적(3월 결산)에서 매출액은 사상 최대(331조원)였고 영업이익률은 8.6%나 됐다. 도요타는 최근 임원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소프트뱅크는 30대가 의사결정을 하지만, 우리(도요타)는 50대가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젊고 빠른’ 의사결정 구조로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더 무서운 건 미래에 대한 준비다. 도요타의 연간 연구·개발(R&D) 비용은 95억 달러(약 11조2400억원)로 현대자동차그룹의 2배가 넘는다. 미국의 우버, 동남아 그랩, 중국 디디추싱 등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도요타와 모빌리티 서비스 조인트벤처인 모네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일본 기업은 1980년대 미국 보호무역에 맞서 기초산업을 육성했고, 가전·반도체·조선산업을 한국과 중국에 뺏기고도 새 분야를 개척했다. 우리 기업은 얼마나 ‘애자일’한가. 제대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이동현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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