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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금리 0.25%P 내리고 “보험성 인하”…시장은 실망

중앙일보 2019.08.02 00:03 종합 6면 지면보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회견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회견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방어벽을 쳤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열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책금리를 연 2.0~2.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금리 10년7개월 만에 내렸지만
“경기둔화 대비 선제 대응” 강조
추가 인하 오락가락에 증시 요동
빅컷 요구한 트럼프도 “실망”

정책금리를 내리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 지른 무역전쟁에 따른 세계 경제 둔화와 불확실성 차단에 나선 것이다.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 이후 10년7개월 만의 인하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선 2015년 12월 이후 3년7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반대로 돌렸다.
 
시장은 연내 추가 인하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파월은 매(통화 긴축)의 발톱을 완전히 감추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인하는 장기적인 금리 인하의 시작이 아니라 경기 둔화에 선제 대응하는 ‘보험성 인하’”라고 강조했다. 시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했던 ‘공격적 금리 인하의 시작’에는 선을 그었다.
 
미국의 경제 상황에 금리 인하는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 경제는 최장기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2.1%(전분기 대비, 연율)로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실업률(3.7%)은 50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경제가 뜨거운 만큼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실제로 이날 FOMC에서 2명의 위원이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
 
한·미 기준금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미 기준금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를 의식한 듯 파월은 “이후 통화정책 판단은 경기 지표에 따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미국 3대 증시가 모두 하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연내 추가 인하가 없을 수 있다는 신호에 화들짝 놀란 것이다. 파월도 “인하가 단 한 번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바로 한 발짝 물러섰다. 추가 인하로 가는 문을 살짝 열어뒀다. 파월의 오락가락 발언에 시장은 볼멘 표정이다. Fed의 스텝이 꼬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그룹 제프리스의 워드 매카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모호한 FOMC 성명서와 파월의 발언 등으로 Fed가 매우 이상한 입장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파월의 애매한 발언은 ‘시장이 원하는 걸 해줄 만큼 해줬으니 앞으로는 갈 길을 가겠다’고 마이 웨이를 선언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의 어정쩡한 태도는 ‘중앙은행 정치화’의 한가운데 서 있는 고뇌를 드러낸다. 파월은 이날 “(무역분쟁 등) 정책적 불확실성이 (통화정책) 결정을 복잡하게 한다”고 에둘러 불편함을 드러냈다.
 
파월의 ‘마이 웨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트럼프의 공세와 압박 수위는 낮아지지 않을 기세다. ‘빅컷(0.5%포인트 인하)’을 요구했던 트럼프는 이날 FOMC 결정 이후 “언제나처럼 파월이 실망시켰다”며 강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경쟁이 본격화하면 Fed도 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Fed의 목표치(2%)를 밑돌며 꿈쩍 않는 미국의 저물가도 부담이다. 나단시츠 PGIM 채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Fed가 올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Fed의 금리 인하로 한국은행은 한숨 돌리게 됐다. 한·미 정책금리 차가 다시 0.75%포인트로 줄면서 경제 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 카드를 쓸 여력이 생겼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경제 상황이 많이 악화하면 (추가 금리 인하를) 당연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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