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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부장검사 지방발령에 사의…“소신껏 수사했는데, 공직관 흔들려”

중앙일보 2019.08.02 00:03 종합 10면 지면보기
현 정부와 관련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들이 모두 검찰을 떠나게 됐다.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과 권순철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에 이어 1일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동부지검 지휘부 3인 모두 사표

주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란 믿음과 능력 및 실적에 따라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신뢰,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공직관이 흔들리는데 검사 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주 부장검사는 전날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규모가 작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8월 6일자)났다. 주 부장의 사법연수원 동기 검사는 “주진우가 현 정부를 겨눴다가 좌천을 당했다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과거 정부 적폐 수사 때와는 달리 환경부 수사 당시엔 일선 지검에 피의사실 공표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주 부장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이력 때문에 여권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주 부장은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저는 정치색이 없는 평범한 검사이며 발령에 따라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을 뿐”이라며 “환경부 사건을 수사하면서 세월호 조사방해 사건의 공소유지를 전담하기도 했다”고 썼다. 그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강도로 같은 기준에 따라 수사와 처분을 할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다고 믿고 소신껏 수사했다”며 “피의사실 공표 등 인권침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했다”고 적었다.
 
이번 인사를 두고 법조계에선 다른 검사들에게도 “권력의 역린을 건드리면 똑같이 당할 것이란 메시지를 줬다”는 말이 나왔다. 환경부 수사뿐 아니라 손혜원 의원을 기소했을 당시 지휘부에 있던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연수원 22기)도 사표를 냈고 김범기 남부지검 2차장(연수원 26기)도 검사장 인사에서 탈락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이번 중간 간부 인사에서 영전한 검사를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과 어떤 방식으로든 인연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식의 내 사람 챙기기 인사는 전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1일까지 사의를 표명한 중간간부급 인사만 19명에 달한다.
 
박태인·김기정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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