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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성범죄자가 초·중 교원에 임용 안 되는 게 맞아”

중앙일보 2019.08.01 12:00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뉴스1]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뉴스1]

 
성범죄자는 초·중등 교원에 임용될 수 없도록 한 현행법은 합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사범대학 재학생 A씨가 2016년 9월 교육공무법 제10조의4(결격사유)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성범죄자라도 교사 못하게 하는 건 직업선택 자유 침해”

 
사범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2013년 카메라 등을 이용해 촬영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하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2015년 7월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현행법에 따라 교원으로 임용이 불가능하게 됐다.

 
초등학교 입학식. [중앙포토]

초등학교 입학식. [중앙포토]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4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 행위로 형이 확정되거나 성인에 대한 성폭력범죄 행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를 교원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A씨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한다”며 해당 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했다. 교육에 대한 열의나 능력 등을 평가하지 않고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교원 임용의 기회를 박탈하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다.

 

헌재, “초·중등 교육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

 
헌재는 해당 조항이 A씨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고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직으로서의 교원이 어떠한 자격기준 아래에서 선발·임용되는가 하는 문제는 한 나라의 장래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라며 “보다 높은 윤리의식과 도덕성, 사회적인 책임과 준법의식 등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선생님이 될 자격이 없다고 본 것이다.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성범죄 급증해 조항 개정한 것”

 
헌재는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지난 10년 간 급증한 사실을 언급하며 해당 조항이 개정된 배경을 설명했다.  
 
헌재 결정문에 따르면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지난 10년 간 급증했다. 초·중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제추행을 범해 신상정보등록이 된 경우가 2011년에는 9건이었지만 2016년에는 77건으로 늘어났다. 성범죄로 인한 교육공무원의 파면·해임 등의 징계도 2012년에는 25건이지만 2017년에는 99건에 이르렀다.

 
아동성범죄. [중앙포토]

아동성범죄. [중앙포토]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4는 2012년 신설 당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범죄를 저질렀을 경우만을 결격사유로 규정했다. 그러나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가 급증하자 2016년 1월 해당 조항에 ‘미성년자에 대해 성범죄를 범한 자는 형의 종류를 불문하고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경우’까지 결격사유로 포함시켰다.

 
헌재는 “초·중등 교원에 영구히 임용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 임용되고자 하는 자가 받는 불이익이 작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성범죄를 범한 자가 신체적·사회적으로 자기방어능력이 취약한 아동과 청소년에게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학생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여 궁극적으로 초·중등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자유로운 인격이 안정적으로 발현되도록 하는 공익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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