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경화·고노 오늘 방콕 ARF서 회담…미국은 중재나섰다

중앙일보 2019.08.01 00:25 종합 1면 지면보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한다고 외교부가 31일 밝혔다. 일본 정부는 2일 각의를 열어 수출 규제에서 우대조치를 부여하는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결정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며 성사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화이트 국가 제외 결정에 앞선 막판 담판이 될 전망이다.
 

화이트국 제외 결정 하루 전 만나
미국, 한·일에 휴전협정 제안

아사히, 미국 한·일 중재안 보도
폼페이오 ARF 맞춰 ‘휴전’ 요구
한·일 정부에 미리 양해 구했거나
수면 위로 공개해 양국 압박 전략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보복 조치를 강행한 지난달 4일 이후 양국 외교장관이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강 장관은 31일 오후 방콕에 입국하면서 “일본 측과는 어렵고 긴박한 상황이지만 외교 당국 간 협의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그마저 없다면 정말 소통이 단절되는 것이라는 공감대 위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강하게 개진하고, 양국 관계의 파국 상태가 와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미, 일본엔 화이트국 배제 중단 한국엔 자산매각 스톱 요청”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아래 사진)이 오늘(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태국에서 회담할 예정이다. 양국 장관이 31일 태국 현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아래 사진)이 오늘(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태국에서 회담할 예정이다. 양국 장관이 31일 태국 현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기사
미국은 공개적으로 한·일 중재에 나섰다. 방콕 ARF에 참석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ARF에서 한·일 외교장관과 만나 해법을 찾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중재 추진을 확인했다.
 
미국 정부는 한·미·일 외교 수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ARF를 앞두고 ‘휴전협정’ 카드를 꺼냈다. 미국 정부 고위 관리는 30일(현지시간) 한·일 양국이 추가 보복을 중단하는 휴전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제안했다고 공개했다. “한쪽 편에 서서 개입하거나 중재할 수 없다”고 했던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콕행에 맞춰 휴전 중재안을 공개한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이날 워싱턴발 기사에서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에는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배제 하는 조치를  중단할 것과, 한국에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압류한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미·일 3국이 수출규제에 대한 협의의 틀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위 관리는 “휴전이 양국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지만 회담이 성사될 때까지 추가 조치로 사태가 악화하는 건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국이 중단할 추가 조치와 관련, 일본의 화이트 국가 리스트 제외,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탈퇴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이 이르면 2일 한국을 최소한의 무역규제를 받는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할 수 있다”며 “미국은 24일이 자동연장 시한인 지소미아를 양국이 연장하는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위 사진)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오늘(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태국에서 회담할 예정이다. 양국 장관이 31일 태국 현지에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위 사진)과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오늘(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태국에서 회담할 예정이다. 양국 장관이 31일 태국 현지에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22~24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의 한·일 순방 때 양측에 휴전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를 일주일 만에 폼페이오 장관과 한·일 외교장관 간의 만남을 앞두고 공개한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단 물밑에서 한·일 양국에 어느 정도까진 양해를 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재안이 공개된 직후 방콕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지난 수주간 한·일 갈등을 중재할 방안을 구상했느냐”는 질문에 “그래서 방콕에서 한국의 강경화 장관을 만나고,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을 만난 뒤 두 사람을 같이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에 지난주 볼턴 순방 때 양국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아예 수면 위로 공개해 양국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양국 간 중재에 정통한 소식통은 “볼턴 방일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포함해 일본이 화이트 국가 제외를 계속 추진하는 등 분위기가 전혀 바뀐 게 없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 역시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 국가 제외 방침 철회를 약속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만 휴전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최소한 화이트 국가 제외는 철회돼야 휴전이지 상대가 계속 공격하는데 우리만 대응을 포기하는 게 말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국 입장에선 일본의 2일 화이트 국가 제외 조치→24일 한국의 지소미아 탈퇴는 한·미·일 안보협력 중단 사태로 이어지는 만큼 피해야 할 최악의 상황이라 중재에 나선 미국이 2일로 예상되는 일본 각의를 앞두고 한·일 모두에 압박과 설득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방콕=유지혜 기자 jjpo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