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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휴전이냐 확전이냐···내일부터 한·미·일 '방콕 담판'

중앙일보 2019.07.31 15:52
한-미-일 외교장관이 2018년 6월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강경화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대신. 김경록 기자

한-미-일 외교장관이 2018년 6월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강경화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대신. 김경록 기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태국 방콕에서 1~2일 한ㆍ미ㆍ일 외교수장들이 잇따라 만난다. 미국이 한ㆍ일에 ‘휴전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제안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한ㆍ일 갈등이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3국 외교장관, ARF 열리는 태국 속속 집결
내달 1~2일 한ㆍ일, 한ㆍ미ㆍ일 만날 듯

외신, "美, 한ㆍ일에 '휴전협정' 제안키로"
日 화이트국가 배제 강행 땐 확전 불가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31일 오후 방콕에 입국한다. 강 장관은 세시간 정도 먼저 도착하고, 이용하는 공항도 다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태운 전용기는 자정 가까이 돼서야 방콕에 착륙할 예정이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입국하면서 “일본 측과는 어렵고 긴박한 상황이지만 외교 당국 간 협의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 공감대마저 없다면 정말 소통이 단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공감대 위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강하게 개진하고 양국 관계의 파국 상태가 와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얘기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화이트 국가 D-1 만나는 한ㆍ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3국 장관 간 연쇄 회동의 출발점은 한ㆍ일 외교장관 회담이 될 전망이다. 외교부는 31일 “강 장관이 1일 오전 고노 외무대신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일이 2일로 예상되는 일본 정부의 화이트 국가 제외 결정을 하루 앞두고 마주앉는 셈이다.
 
로이터 통신은 31일 미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의 휴전협정 제안 사실을 보도하면서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일본 조치가 임박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휴전을 한다고 해서 양측의 입장 차를 해소할 수는 없지만, 더 강한 조치를 하기 전에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8월 24일로 만료되는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고 파기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주요 일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주요 일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이 1일 만나면 각기 그간 밝혀온 정부 입장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벌이겠지만,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일본의 화이트 국가 리스트 배제 조치를, 일본은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조치를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보고 있지만, 양측 모두 먼저 물러설 생각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휴전 협정 제안은 한국과 일본에 잠시 멈추는 명분을 줄 수 있다.

“美, 한ㆍ일 휴전 뒤 3국 공조 큰 그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아세안 지역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방콕으로 가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한일 양국에 해법을 찾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국무장관 트위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아세안 지역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방콕으로 가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한일 양국에 해법을 찾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국무장관 트위터]

한ㆍ미ㆍ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은 한ㆍ일 장관회담 다음 날인 2일 오후 열릴 전망이다. 그 전에 한ㆍ미 및 미ㆍ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는 방안도 조율 중이라고 한다. 미국이 각기 양자회담을 통해 정확한 양국의 입장을 확인한 뒤에 3국 장관이 한 자리에 서는 모양새다. 이때는 이미 일본 정부의 화이트 국가 리스트 관련 각의 결정이 이미 윤곽이 나와 있을 시점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우선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이 상대방의 의향을 확인하고 휴전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을 모은 뒤 폼페이오 장관이 이를 지지하고 대화를 촉구하면서 한ㆍ미ㆍ일 3국 공조를 확인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휴전 불발시 한·일 확전 불가피

하지만 미국의 계획대로 되지 않고 일본이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한다면 확전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31일 브리핑에서 미국의 휴전협정 제안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런 보도는 알고 있지만, (기자가)지적한 것과 같은 사실은 없다”며 사실상 보도를 부인했다. 반면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standstill’은 현상을 동결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한ㆍ미 간 여러 채널로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또 “미국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한 갈등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이게 더 악화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방콕=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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