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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반납한 여름휴가, 광역단체장들도 연기·취소나 국내로

중앙일보 2019.07.31 14:31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 지자체를 이끄는 광역단체장들의 휴가 계획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름휴가 성수기인 7월 말~8월 초를 피해 미리 다녀온 이들도 있었고 아직도 휴가 계획을 잡지 못한 단체장도 있었다.

 
지난 24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도지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원희룡 제주지사, 이용섭 광주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문 대통령,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송하진 전북지사. 뒷줄 왼쪽부터 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허태정 대전시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4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도지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원희룡 제주지사, 이용섭 광주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문 대통령,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송하진 전북지사. 뒷줄 왼쪽부터 김희겸 경기도 행정1부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박남춘 인천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허태정 대전시장. [청와대사진기자단]

휴가 간 단체장들…'국내서 현안 챙기며' 

휴가 성수기답게 이번 주에만 4명의 단체장이 휴가를 갔다. 휴가지는 전부 '국내'다. 급한 일이 생기면 곧장 현장으로 가기 위해서다.  
실제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지리산으로 휴가를 떠났다. 지인들과 지리산 정상에서 소백산맥을 따라 충청북도 속리산까지 백두대간 종주 코스 중 일부를 일주일 동안 등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 시장의 휴가는 31일로 끝났다. 이날 내린 폭우로 양천구 목동 빗물 펌프장 내 공사장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나자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는 지난해에도 참모진과 지리산으로 짧은 여름휴가를 떠났지만, 서울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하루 만에 돌아왔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직원들도 마음 편하게 휴가를 가도록 솔선수범해 먼저 휴가를 갔지만 빗물 펌프장 사고 소식을 보고받자마자 바로 현장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13일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 있는 호르헤 엘리세르 가이탄(Jorge Eliesere Gaitan) 극장에서 열린 '콜롬비아 K-POP 팬들의 경연대회'에서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지난 13일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 있는 호르헤 엘리세르 가이탄(Jorge Eliesere Gaitan) 극장에서 열린 '콜롬비아 K-POP 팬들의 경연대회'에서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지난해 폭염으로 휴가를 취소했던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번엔 오는 4일까지 휴가를 떠났다. 휴가지는 경상북도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이 지사가 지역 중에서도 평소에 가지 못한 곳 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29일부터 1일까지 나흘간 휴가를 보내고 있다. 애초 닷새간의 일정이었지만 2일 열리는 로봇융합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를 줄였다고 한다. 허 시장은 휴가 기간 고향인 충남 예산을 방문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자택에서 가족과 남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31일부터 2일까지 사흘간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그는 도청 인근 자택(관사)에 머물면서 책을 읽고 도정을 구상할 계획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여름은 폭염·폭우 등 기상에 따른 돌발 사고도 많다 보니 단체장들도 먼 곳으로 휴가 가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휴가는 가족과 오붓하게"

단체장들의 휴가 계획은 주로 '가족과 함께'다. 바쁜 시·도정을 이끄느라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가정을 챙기겠다는 거다.  
오는 1일부터 7일까지 휴가를 낸 송철호 울산시장은 아내 병간호에 전념할 예정이다. 송 시장의 아내는 지난봄 쓰러져 현재 입원 중이다. 송 시장은 아내를 돌보며 함께 서울에 있는 자녀들을 방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19일부터 23일까지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다. 이 시장은 특별한 외부일정을 잡지 않고 가족과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5~7일 3일간 짧은 휴가를 간다. 현재 다리를 다친 상태라 휴가 기간엔 집에서 쉬면서 몸 상태를 추스를 예정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오는 5~9일까지 휴가다. 구체적인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집에서 열린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공동 등재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한국의집에서 열린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남북공동 등재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성수기를 피해 미리 다녀온 단체장도 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 19~26일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주로 공관에 머물며 재충전을 하며 도정 운영을 구상했다고 한다. 지난 24일엔 부산시 해운대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최 지사는 직원들이 자유롭고 편하게 휴가를 갈 수 있게 2주씩 길게 휴가를 가거나 가장 먼저 일정을 잡는다"고 말했다. 
송하진 전북지사도 지난 11일~12일 이틀간 짧은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관광지로 유명한 충남 대천을 여행지로 선택했다. 송 지사는 휴가 때 돌아본 대천 관광지를 언급하며 "도내 관광지도 잘 가꿨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현안이 많아서'…여름휴가 보류·미정  

본격적인 휴가철이지만 아직도 휴가 일정을 잡지 못한 단체장도 많다. 부닥친 현안이 많아 '휴가'보단 '일'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대표적이다. 최근 논란이 된 붉은 수돗물 사태 피해지역 주민들이 "성의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2025년 사용 연한이 종료되는 서구 수도권매립지의 대체지를 구하는 문제로 환경부·서울시 등과 갈등하고 있다. 3기 신도시 계획에 따른 검단신도시 주민 반발과 송도국제도시 화물차 주차장 문제, 루원시티 공공청사 이전 등도 박 시장 앞에 놓인 현안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휴가보단 지역 현안을 먼저 챙기겠다'며 아직 휴가 일정도 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올해도 여름휴가를 가지 않는다. 벌써 4년째다. 2016년엔 제1회 충주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 준비로, 2017년엔 수해 복구 작업으로 휴가를 반납했다. 지난해에는 휴가 일정을 잡아 놓고도 정부예산 확보 추진 상황 보고회를 여는 등 사실상 일만 했다. 올해는 다음 달 30일 개막하는 2019 충주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를 차질없이 준비하기 위해 휴가 계획을 아예 세우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휴가 일정을 아직 잡지 못했다. 지난 28일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리긴 했지만 이와 관련한 사후 처리에 최근 클럽 붕괴 사고도 발생했다. 이 시장은 당분간  현안에 집중하고 휴가 일정은 추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8월 말 늦은 휴가를 검토하고 있다. 직원들 먼저 휴가를 보내겠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권 시장이 아직 구체적인 휴가 일정은 세우지 않았다. 휴가 때면 국내 여행이나 책을 읽으며 보내기 때문에 이번에도 조용하게 보낼 것 같지만 급한 현안 등이 있으면 휴가를 반납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각각 다음 달 19~21과 9~13일 휴가 일정을 잡았지만, 지역 현안 등에 따라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시도 의혹 등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휴가 일정이 미정이다. 지난 10일부터 26일까지 4차례 재판을 받았지만,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고 일부 사실조회 회신이 늦어지면서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재판이 14일로 연기됐다. 이 지사는 당분간 도정과 항소심 재판에 집중하고 추후 휴가 계획을 잡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은 휴가를 미루는 단체장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휴가 가기 눈치가 보인다는 거다.
한 공무원은 "단체장이 업무를 직접 챙기는 상황이면 아무래도 밑에선 휴가를 다녀오기 부담스럽다"며 "단체장이 휴가를 미루는 바람에 덩달아 일정을 미루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모란·최은경·심석용 기자,[전국종합]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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