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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ㆍ일 북핵 대표 모이는데…인공기는 안보이는 방콕

중앙일보 2019.07.31 11:47
방콕 수안루왕에 있는 주태국 북한 대사관. 통상 이용호 외무상이 참석했던 ARF에 이번에는 김제봉 주태국 북한 대사가 참석할 전망이다.

방콕 수안루왕에 있는 주태국 북한 대사관. 통상 이용호 외무상이 참석했던 ARF에 이번에는 김제봉 주태국 북한 대사가 참석할 전망이다.

주요국 외교장관들이 모이는 태국 방콕에 한ㆍ미ㆍ일 북핵 6자회담 대표들도 집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인 북한은 보이지 않는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31일(현지시간) 전후로 방콕에 도착하거다 이미 도착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는 장관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이를 계기로 한ㆍ미ㆍ일 6자 수석 협의도 조율중이라고 한다. 마음만 먹으면 북ㆍ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을 방콕에서 바로 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ARF, 北 참여 유일 안보협의체 

하지만 정작 ‘주인공’ 격인 북한이 보이지 않는다. 3년 내리 ARF에 참석해 북한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맡았던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미 불참을 통보했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 안보 협의체다. 또 북한 외무상 등 고위급 인사의 참석은 주최국 입장에서는 최고의 ‘흥행 카드’이기 때문에 그간 아세안 국가들은 숙소 비용과 여비까지 제공하며 북한의 참여를 독려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北 대표단, 예약했던 호텔도 취소  

30일 둘러본 방콕 시내의 주요 호텔은 투숙하는 각국 대표단의 국기를 게양하고 귀빈들을 맞을 준비에 바빴다. 하지만 인공기는 보이지 않았다.
당초 북한 대표단은 행사장인 센터라 그랜드 컨벤션 센터 옆에 있는 인터컨티넨털 호텔에 투숙을 예약했다. 러시아ㆍ캄보디아ㆍ페루 대표단과 함께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은 지난주 예약을 취소했다.  
이날 오후 찾은 인터컨티넨털 호텔에는 북한을 제외한 3개국과 주최국인 태국 국기만 게양돼 있었다. 호텔 직원에게 묻자 “북한 대표단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지 않아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태국 외교부 관계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주태국 북한 대사가 ARF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봉 대사가 ARF에 북측 대표로 참석할 것이라는 일본 교도통신의 전날 보도를 확인하면서다. 통상 ARF에는 장관급이 대표로 참석하지만, 북한 외무성 본부의 고위급 인사는 등록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 25일에 이어 31일 또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아직은 대화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태국 방콕 수안루왕에 있는 주태국 북한 대사관. 기자들이 벨을 누르자 대사관 직원이 나와 "일하기 힘드니 누르지 마라"고 말했다.

태국 방콕 수안루왕에 있는 주태국 북한 대사관. 기자들이 벨을 누르자 대사관 직원이 나와 "일하기 힘드니 누르지 마라"고 말했다.

31일 오전 찾은 주태국 북한 대사관도 적막한 분위기였다. 방콕 시내에서 20여km 떨어진 수안루왕에 있는 대사관 입구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온 기자들이 수차례 벨을 눌렀지만 인기척조차 없었다. 비자 업무를 위해 찾은 민원인이 벨을 누르는데도 마찬가지였다. 15분쯤 뒤 기자들이 일부 물러선 뒤에야 남성 직원이 나타났고, 문을 열지 않은 채 창살 틈으로 민원인의 서류만 건네받았다. 이 직원은 기자들에게 "너무 누르지 마십시오. 일못합니다 그러면. 우리 손님들 (맞아서) 해야 되기 때문에"라는 말만 하고 건물로 들어갔다. 

폼페이오 "이용호 온다면 꼭 만나"

 하지만 현지에서는 아직도 ARF 개최 직전까지 두고 봐야 한다는 설이 무성하다. 폼페이오 장관도 끝까지 희망 섞인 메시지를 발신했다. 그는 방콕으로 오는 기내 간담회에서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에 대해 “모르겠다. 우리는 북한이 방콕 행사에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그들이 온다면, 이용호 외무상을 만날 기회가 있기를 고대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된다면 매우 좋을 것”이라며 “그들이 오는지 두고 보자. 만약에 온다면, 우리가 만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방콕=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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