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돈 모아 노후준비? 난 버킷리스트 채우는 '마음 부자'

중앙일보 2019.07.31 07:00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99)

세상은 날마다 돈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중앙포토]

세상은 날마다 돈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중앙포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뭘까? 돈이다. 신문 한 귀퉁이엔 날마다 재테크 방법, 부동산 등으로 돈 버는 이야기가 올라온다. 머리만 잘 굴리면 일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으니, 문득문득 열심히 살면 무능한 사람 같아 마음이 허전할 때도 있다. 어쨌든 돈이 많아야 부자다.
 
나는 지금 주3일 일하는 일용직으로 산다. 저소득층이지만 부자라 생각한다. 고급언어로 프리랜서다. 딱 한 달 쓸 만큼만 번다. 그달 벌어서 그달 쓰면 땡이라 저축할 돈도 없지만 모을 생각은 더욱 없다. 한 달 쓰기엔 넉넉하니 풍족하다. 15년째 그리 산다. 친구들과 함께할 여행적금은 붓는다. 보험 몇 가지는 만기유지하고 있어서 약관대출 쓰라고 문자 오는 걸 보니 바로 죽어도 장례비는 넉넉하다.
 
나는 돈 대신 카드가 많다. 요양보호사, 간호인, 환경관리사(청소부), 베이비시터, 산모도우미 등등 50대 이상 되면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직업카드이다. 하나 뽑아서 현장에 나가면 밥벌이가 되는 카드다. 논문 없이 경험으로 자격증을 딸 수 있고 실전에 능통하니 고급 자격증인 셈이다. 나이 들어 하기에 딱 좋다. 언젠가 신문에서 유학 가서 박사학위까지 딴 사람도 환경 요원으로 취업했는데 남들은 무시하지만, 본인은 마음 편한 노동이라고 극찬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의 인생관은 ‘오늘 하루 잘 살자’이다. 돈은 없어도 꿈은 야무지다. 배우고 싶은 공부를 더 하고 싶고, 춤과 하모니카를 꾸준히 배워 봉사도 하며 버스킹을 꿈꾼다. 신문 덕분에 스토리텔링 기법의 글쓰기를 접하면서 내가 사는 고장의 문화 알리미에도 한몫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수강료 월 1~2만원, 아니면 공짜로 배운다.
 
노후는 그때 가서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오늘 하루를 보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 pixabay]

노후는 그때 가서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오늘 하루를 보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 pixabay]

 
노후는? 미래는? 이라고 묻는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쌓인 현금과 재산만 없을 뿐이지 걸어 다닐 수 있는 몸과 숙식을 하는 집, 교통수단인 작은 차, 돈 벌 수 있는 직장이 있으니 지금은 불편한 게 별로 없다.
 
빈자의 변명이지만 돈이, 재산이 많아서 재무 컨설팅이나 자산설계의뢰 같은 걸 할 게 없으니 머리 아플 일도 없다. 친구가 말했다. 그 어떤 부러움도 경쟁이 되고 따라잡을 수 있을 때 부러운 거라고. 관리할 돈은 없으니 건강을 잘 관리하면서 죽을 때까지 걸어 다니다가 죽는 것이 나의 소원이다.
 
 
그런 내게도 큰돈이 생겼을 때가 있었다. 살다 보면 엉뚱한 데서 큰돈이 생기기도 하는데 몇 년 전 남편이 떠나면서 2000여만원의 암 보험금이 나왔다. 억대가 아니라도 근간에 나의 생활 형편으로 보아 엄청 큰 목돈이었다.
 
어느 책에서처럼 돈은 삶의 주름살을 펴주는 건지 말하는 입에도 힘을 줬다. 그러니 억대가 생기면 온갖 사건이 생기는 게 당연하고 이해가 간다. 아이들에게 나눠 주려고 하니 합창하듯 두 손을 저으며 안 받는단다. 여행도 가고 재미있게 쓰란다. 나는 안다. 금액이 억대가 넘었다면 난리가 났을 거라는 것을…. 하하하. 적당한 돈은 화합의 윤활유가 되는 것 같다.
 
그래도 공돈이 생겼을 때 인심 쓴다고 새집으로 이사한 아들에게 통장번호를 보내라고 하니 돈을 들고 자기네 집으로 갖고 오란다. 사랑도, 인간관계도 고무줄 해법으로 통한다. 안 받는다는데도 기어코 주려는 마음과 튕기는 마음이 우습다.
 
남편이 준 돈 선물로 아들 가족과 호주여행을 다녀왔다. [중앙포토]

남편이 준 돈 선물로 아들 가족과 호주여행을 다녀왔다. [중앙포토]

 
남편이 남긴 돈 선물로 한 달 동안 아들 가족과 함께 호주여행을 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혼자서 흥얼거린 노랫말이 있다. ‘내 돈인데 내 돈 아닌, 네 돈 같은 내 돈~’ 돈은 돌고 돌아야 돈맛이 난다. 남편의 마지막 선물을 잘 쓴 거 같다.
 
빈부의 차이가 심하다고 아우성이다. 공평하지 못한 세상이라고, 힘들어 죽겠다고 불평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야 몸을 움직여 내가 쓸 돈은 내가 번다. 돈의 가치가 눈에 보인다. 공돈은 투기가 되지만 소중한 돈은 투자가 된다. 죽기 전에 다 쓰지도 못할 만큼 돈 많은 부자보다 건강하고 꿈꿀 수 있는 작은 희망을 가진 자가 더 행복할 수 있다.
 
나의 현실은 빈 통장이지만 마음엔 가득 찬 꿈 통장이 있다. 그래서 나도 나름 부자다. 돈이란 나를 말해주는 거울 같은 것. 내가 수고로이 번 돈과 꿈이 잘 버무려져서 하루하루 떳떳한 부자로 살아가는 중이다.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송미옥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필진

[송미옥의 살다보면] 요양보호사 일을 하다 평범한 할머니로 지낸다. 지식은 책이나 그것을 갖춘 이에게서 배우는 것이지만, 인생살이 지혜를 배우는 건 누구든 상관없다는 지론을 편다. 경험에서 터득한 인생을 함께 나누고자 가슴 가득한 사랑·한·기쁨·즐거움·슬픔의 감정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쓴다. 과거는 억만금을 줘도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는 말처럼 이웃과 함께 남은 인생을 멋지게 꾸며 살아보고자 한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