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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일본에 선물로 주자"···스케일 다른 中토착왜구 '징르'

중앙일보 2019.07.31 05:00
중국의 랴오닝(遼寧)과 안후이(安徽) 등 4개 성 6곳의 중국 경찰이 지난 28일 거의 동시에 ‘징르(精日)’ 분자 8명을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징르’는 ‘정신일본인(精神日本人)’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2018년 2월 일본 군복차림을 한 중국의 두 남성이 중국 난징의 쯔진산 항일 유적지에서 포즈를 취하며 중국의 항일 정신을 희롱하고 있다. 뒤로는 일본군을 겨냥했던 토치카가 보인다. [중국 인터넷 캡처]

2018년 2월 일본 군복차림을 한 중국의 두 남성이 중국 난징의 쯔진산 항일 유적지에서 포즈를 취하며 중국의 항일 정신을 희롱하고 있다. 뒤로는 일본군을 겨냥했던 토치카가 보인다. [중국 인터넷 캡처]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군국주의를 극단적으로 숭배하며 자기 민족을 미워하는 소수의 중국인을 가리킨다. ‘일본 잡종’이란 뜻의 ‘르자(日雜)’라 불리기도 한다. 자신을 군국주의 일본인과 정신적으로 동일시해 ‘징르(精日)’라는 말이 나왔다. 토착 친일파란 뜻이 된다.

일본군 복장하고 중국 항일유적지 찾아
사진 찍고 중국 욕하는 글 인터넷 올려
행정구류 솜방망이 처벌하던 중국 당국
형사구류 등 처벌 수위 대폭 높여 대응

난징(南京)대학살 등 일본의 침략으로 대규모의 인명 피해를 입었던 중국에서 '징르'가 나오는 데 대해 숲이 크면 새도 다양하듯이 사람이 워낙 많아 별난 사람도 있다는 게 중국인들의 설명다.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는 징르의 행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복장을 하고 일제의 중국 침략 유적지를 찾아가 기념사진을 찍은 뒤 이를 인터넷에 유포하며 자랑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터넷 공간을 이용해 일본의 명백한 만행을 부정하며 중국과 중국인을 비하하는 것이다. 첫 번째 행태의 대표적 사례는 상하이(上海)의 유명 항일 유적지 쓰싱(四行)창고에서 2017년 8월 벌어진 일이다. 쓰싱창고는 상하이 쑤저우허(蘇州河) 북단에 위치한 6층 건물이다. 중국국민당 국민혁명군은 1937년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닷새 동안 이곳을 근거지로 일본군과 싸워 일본군의 진공을 저지함으로써 주력 부대의 후퇴를 도왔다.  
이 쓰싱창고 보위전에서 싸운 중국 국민혁명군 800여 명을 기리기 위해 최근 중국에선 ‘800 장사(壯士)’라는 영화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쓰싱창고는 그래서 지금은 항일 유적지, 중국의 애국 교육기지로 활용된다.
한데 2017년 8월 7일 중국 인터넷에 이 쓰싱창고를 배경으로 일본군 복장을 한 네 명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엔 “쓰싱을 야밤에 기습 공격했다” “마치 맨홀 뚜껑을 훔치는 것과 같이 스릴 있었다” “수 초의 노력으로 신속히 마무리했다” 등의 글이 달렸다.
마치 자신들이 쓰싱창고를 야밤을 틈타 순식간에 점령한 것처럼 자랑했다. 중국 전체가 격분했고 상하이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나서 사진에 찍힌 4명과 사진을 찍은 사람 등 모두 5명을 붙잡아 행정구류의 처벌을 했다.
2017년 8월 일본 군국주의 시대 군복 차림을 한 중국 남성 4명이 중국의 대표적 항일 유적지 가운데 하나인 상하이 쓰싱창고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마치 맨홀 뚜껑을 훔치는 것과 같이 스릴 있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 인터넷 캡처]

2017년 8월 일본 군국주의 시대 군복 차림을 한 중국 남성 4명이 중국의 대표적 항일 유적지 가운데 하나인 상하이 쓰싱창고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마치 맨홀 뚜껑을 훔치는 것과 같이 스릴 있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 인터넷 캡처]

지난해 2월엔 중국 난징(南京)의 쯔진산(紫金山) 항일 유적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역시 일본 군복차림의 두 남성이 일본군 격퇴에 쓰였던 토치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이를 인터넷 공간을 통해 유포시킨 것이다. 장쑤(江蘇)성 경찰은 이들을 붙잡아 15일의 행정구류 처분을 내렸다. 민족 감정을 엄중하게 해치고 사회에 몹시 나쁜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징르의 두 번째 행태인 인터넷 공간을 이용해 일본을 찬양하고 중국을 비난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터지고 있다.
“난징대학살은 가짜다” 등 주로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내용이 많다. 또 “중국 대륙을 일본인에 선물로 내주는 게 마땅하다” “중국 인민영웅은 문맹과 건달의 혼합체다” 등 중국과 중국인을 비하하는 글도 적지 않다.
지난해 8월엔 “아베 신조 총리는 내 친아버지다” 등의 글을 올렸던 이가 붙잡히기도 했다. 이번에 중국 6곳에서 동시에 체포된 8명도 바로 인터넷을 이용해 징르 활동을 벌인 경우다.  
평소 일본 만화를 좋아하던 안후이성의 22세 장(張)모씨는 중국인을 '돼지머리 인간'으로 그리는 등 중국인과 중국의 풍속을 비하하는 그림 300여 점을 만들어 랴오닝성의 루(盧)씨에게 건넸다.
지난 2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공안(경찰)국은 중국을 비하하고 친일 행위를 한 장모씨를 붙잡았다는 통지를 발표했다. [중국 인터넷 캡처]

지난 2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공안(경찰)국은 중국을 비하하고 친일 행위를 한 장모씨를 붙잡았다는 통지를 발표했다. [중국 인터넷 캡처]

루씨는 이 그림들을 인터넷에 대거 살포하며 반(反)중국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또 난징에서 붙잡힌 이들은 “난징대학살은 허구다” “일본군의 중국침략은 평화적인 목적에서다” 등의 글을 올렸다.
눈에 띄는 건 중국 당국이 이번에 붙잡힌 이들을 과거와 같은 행정구류가 아닌 형사구류 등 형사 처분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징르분자의 행태가 잇따르자 단순 훈방이 아닌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중국의 의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지난해 4월 ‘영웅열사보호법’을 통과시켜 지난해 5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법은 ‘영웅열사의 이름이나 초상, 명예 등을 침해하는 자에 대해선 민사책임뿐 아니라 형사책임을 묻는다”고 했다.
따라서 이번에 붙잡힌 이들은 과거와 같은 행정구류 며칠이 아닌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4개월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됐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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