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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뗄수없는 이웃” 기류 달라진 이해찬

중앙일보 2019.07.31 00:14 종합 1면 지면보기
# “갈등이 이런 식으로 불거져서 죽기살기로 하면 서로가 망한다는 생각이다.”(문희상 국회의장)
 

이 “지소미아 필요” 강경론 제동
문희상 “죽기살기 대응 서로 망해”
서청원 등 방일 … 파국 막기 움직임
여권 “일본서도 변화 기류 감지”

여권 관계자-국회의장 참모 밝혀
“일본 주요 인사들 조금씩 달라져”
“한·일 기류 변화 청와대와 교감”

# “일본은 헤어질 수 없는 이웃이다. 감정이 있어도 잘 삭여서 공존해야 한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30일 문희상 의장과 이해찬 대표, 국회 방일단 단장인 무소속 서청원 의원을 비롯한 원로급 정치인들이 동시에 “한·일 간 갈등이 치솟는 상황을 막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국회에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계속되는 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유지할 수 없다”(민주당 최재성 의원)는 주장이 이어지는 등 여전히 대일 강경 기류가 강한 상황에서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때마침 여권 일각에선 “그간 대화의 문을 걸어잠갔던 일본에서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양국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라는 말처럼 한·일 갈등의 중대 변곡점이 될 일본 각의의 결정을 앞두고 파국을 막기 위한 물 밑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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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30분, 이해찬 대표의 정례간담회 때부터 지금까지와는 다른 메시지가 나왔다. 그간 이 대표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경제 침략’으로 규정하면서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주문해 왔다. 하지만 이날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나온 이 대표의 메시지는 이랬다.
 
지소미아 폐기 주장이 나온다. 당 경제침략특위에서도 폐기 의견을 냈는데.
“우리가 제공하는 정보도 있고, 일본이 제공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동북아 평화를 위해선 전 필요하다고 본다. 감정적으로는 ‘경제 교류도 제대로 안 하면서 군사정보 교류가 말이 되느냐’는 주장도 있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다.”
 
당 일각에선 도쿄 올림픽 보이콧 얘기도 나온다.
“한·일 간에는 감정이 있더라도 이웃이다. 헤어질 수 없는 이웃이기에 감정이 있어도 잘 삭여서 공존할 수 있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경제 보복은 보복이고 스포츠 교류는 별개다. 당 차원에서 반대하거나 그러면 안 된다.”
 
이 대표의 행보에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을 해서 이런 문제에 식견이 있다”면서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메시지를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절대 대화 않겠다던 일본, 일단 만나자는 분위기 포착”
 
문희상 국회의장이 30일 국회대표단 방일 관련 간담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여야 5당 10명으로 구성된 국회 방일대표단은 오늘(31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왼쪽부터 조배숙·김진표 의원, 서청원 한·일의회외교포럼 회장, 문 의장,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 임현동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30일 국회대표단 방일 관련 간담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여야 5당 10명으로 구성된 국회 방일대표단은 오늘(31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왼쪽부터 조배숙·김진표 의원, 서청원 한·일의회외교포럼 회장, 문 의장,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 임현동 기자

당 지도부의 한 의원도 “대표는 최종적인 스피커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고도의 정무적 답변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시작 30분 후인 오전 11시, 문희상 의장이 31일 파견하는 초당적 방일단도 간담회를 열었다. 단장은 원내 최다선(8선)이자 한·일 의회 외교포럼 회장인 서청원 의원이 맡았고, 한·일 의원연맹 회장인 민주당 강창일 의원도 함께 간다. 방일단에는 이 밖에 민주당 원혜영·김진표, 자유한국당 원유철·김광림·윤상현, 바른미래당 김동철, 평화당 조배숙, 정의당 이정미 의원도 합류해 모두 10명으로 구성됐다.
 
문 의장은 “초당적으로 방일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수출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청원 의원은 “일본에 가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양국이 더 이상 악화되는 일을 막는 촉매제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방일단의 활동에 대해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 의원연맹 회장과 면담하고 오찬을 한다. 이튿날에는 일본 자민당 지도부와 면담 일정이 잡혀 있다. 일본 의회 지도부 여러 명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의 ‘한 템포 쉬어가는’ 발언과 방일단의 방문과 맞물려 여권에선 “전혀 대화하지 않겠다”던 일본 쪽 기류가 “그래도 만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일본은 아예 한국과 대화 창구를 닫아버렸지만, 이번 주 들어 ‘일단 만나야 하지 않느냐’는 기류가 포착됐다고 한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일본에도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의 한 참모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 측의 주요 인사들과 접촉이 안 됐지만, 조금씩 조심스럽게 기류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이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 이뤄지는지에 대해 이 대표 측은 “따로 얘기하고 말 필요 없이 항시 소통하고 있다”고 했고, 문 의장 측도 “교감 있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 초당적 대응을 요구한 것에 대한 응답”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대화와 외교적 노력을 늘 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이어가겠다는 움직임의 연장선”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큰 원칙하에 이번 국회의 여러 움직임은 당에서 주도한 것”이라고 전했다.
 
권호·위문희·이우림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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