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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국을 너무 몰랐다"…'보이콧 재팬'에 깜짝 놀란 일본

중앙일보 2019.07.30 14:33
"일본은 응수를 타진하는 차원에서 카드를 꺼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선 엄청나게 격렬한 반응이 나오자 크게 놀란 것 같더라.'이게 뭔가' 하는 분위기다."

日신문,와이드 뉴스쇼 연일 한국에 포커스
"응수 타진 했을 뿐인데, 이렇게 격하다니"
전문가 "한국 모르는 이들이 조치 만들어"
총리관저 "한국과 달리 냉정하게 가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수출 규제 강화로 인한 한ㆍ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주 일본을 찾았던 전 한국 정부 고관이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접촉한 일본내 지식인들과 외교전문가들이 한국내에서 격렬하게 퍼지고 있는 반일 무드, 일본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 큰 놀라움을 표시하더라고 그는 말했다.  
 
실제로 수출 규제 강화로 인한 갈등이 한 달 가깝게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본 언론 보도의 초점은 한ㆍ일 지자체들의 교류단절, 반일 분위기가 폭발하는 한국 사회 움직임 등에 맞춰져 있다.  
 
아사히 신문은 30일자에도 주요면에서 관련 뉴스를 크게 다뤘다.  
 
2면 기사에서 "이번 조치로 인해 양국간 자치단체 교류가 중단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늘고,한국에서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며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정부간 갈등속에서 경제와 문화, 스포츠 영역에도 악영향이 파급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얼마전 공개된 애니메이션 영화 ‘명탐정 코난’이 한국에서도 인기지만, 관련 정보 사이트엔 ‘불매운동에 참가하고 싶다. 그래서 볼지 안볼지 고민하고 있다’는 댓글이 많다”며 “28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1000명중 80%가 일본제품구입에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도 같은날 한국내의 불매운동 확산 기사를 국제면에 크게 실었다. 
 

한국내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을 상세하게 다룬 30일자 일본 신문들. 오른쪽이 아사히 신문, 왼쪽이 요미우리 신문. 서승욱 특파원

한국내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을 상세하게 다룬 30일자 일본 신문들. 오른쪽이 아사히 신문, 왼쪽이 요미우리 신문. 서승욱 특파원

일본내에서 일반대중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신문이나 방송사의 정규 뉴스보다 훨씬 크다는 민영방송 와이드뉴스쇼 프로그램들도 비슷한 경향이다.   
 
  29일 TBS의 인기 프로그램인 ‘히루오비’는  지난 주말 한국에서 열린 ‘NO 아베’ 촛불집회의 모습, 문재인 대통령의 휴가 취소 건, 한ㆍ일 지자체간 교류 단절과 불매운동의 실태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시민들이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에 페인트를 붓는 촛불시위 장면이 방송되자, 일부 패널들은 이번 조치에 대한 한국측 반응이 “예상보다 격렬하다”고 했다. 
 
그러자 재일동포 출신의 한반도 전문가가 "한국이 저렇게 격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왜 예상을 못했느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는 취지로 반론을 펴기도 했다.  
 
이와관련, 일본내에선 이번 수출 규제 건에 대해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추진됐기 때문에 한국내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예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학 교수 [사진=오쿠조노 제공]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학 교수 [사진=오쿠조노 제공]

한국전문가인 오쿠조노 히데키(奧薗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는 이번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발동되면 한국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실패와 외교고립 등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더 고조될 줄로 예상했겠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고 말했다.  
 
당초 "(불매운동의 영향은)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유니클로가 결국 "불쾌감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지지통신 논설위원장을 지낸 정치 저널리스트 다자키 시로(田崎史郞)는 TBS에 출연해 "일본 정부내엔 '일본은 한국과 달리 철저하게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고 말했다.  
19일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한국대사가 고노 외상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한국대사가 고노 외상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특히 지난 19일 한국의 남관표 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한 고노 다로(河野太郞)외상이 남 대사의 말을 끊고 "무례하다"고 호통친 사례를 거론했다. 
 
다자키는 "고노 외상의 행동은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관저의 방침에 어긋나는) 뜻밖의 행동이었다”며 “그래서 총리관저가 (고노 외상의 행동에)불쾌감을 토로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은 29일 브리핑에서 지자체간 교류단절 움직임에 대해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양국 관계가 곤란한 상황이지만 국민들간 자치단체간 교류는 확실히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쿄=서승욱·윤설영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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