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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배출 조작 또 걸렸다…영풍 석포제련소 1868건 조작

중앙일보 2019.07.30 12:06
경북 봉화군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중앙포토]

경북 봉화군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중앙포토]

경북 봉화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관계자가 오염물질 농도 자가측정 수치를 조작하다 적발돼 검찰에 넘겨졌다.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실은 30일 “석포제련소와 배출측정업체 3곳 관계자 7명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과 환경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석포제련소 임원과 업체 대표 1명 등 2명은 증거인멸 정황도 포착돼 구속 송치됐다.
 

1400분의 1로 줄이고, 검사 없이 보고서 쓰고

경북 봉화에 위치한 석포제련소 전경. [중앙포토]

경북 봉화에 위치한 석포제련소 전경. [중앙포토]

석포제련소는 영풍그룹이 1971년부터 낙동강 상류 경북 봉화에 운영 중인 제련소로, 주로 아연괴, 황산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환경부는 지난 4월 여수산단의 대기오염물질 측정값 조작 적발 후 수사를 확대하면서 석포제련소를 우선 조사했다.
 
석포제련소는 84개 모든 굴뚝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측정해야 하는 대기 1종 사업장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은 배출 오염물질 농도를 자체 측정해 기록‧보존 해야하지만, 석포제련소는 측정 대행업체와 짜고 배출 기록을 줄여 적거나 검사도 하지 않고 허위 배출보고서를 써냈다.
배출허용기준이 2ppm인 1급 발암물질 비소(As)가 39.362ppm 측정됐으나 0.028ppm으로 1400분의 1로 줄여 기록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 측정업체가석포제련소에서 허위‧축소로 작성된 배출보고서만 3년간 1868부이고, 다른 배출업체 것까지 합치면 3년간 1만 8115건이 넘는 거짓 보고서를 작성했다.
 

"측정치 문제없다" 더니 측정치가 '조작'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 1월 17일 오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석포제련소를 방문해 사측 관계자와 폐수처리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연합뉴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 1월 17일 오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석포제련소를 방문해 사측 관계자와 폐수처리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연합뉴스]

그간 석포제련소 주변 토양‧산림‧퇴적물에서 중금속 오염이 적발되고, 어류‧조류 폐사체가 발견되면서 환경오염 우려에 대한 지적이 계속돼왔다.
올해만 해도 수차례 위법사항이 적발됐고, 지난 5월에는 폐수 배출·처리 시설 부적정 운영, 무허가 지하수 관정 개발·이용 등 6가지 관련 법률 위반으로 4개월 조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중금속폐수 70톤을 낙동강에 무단 방류한 사실이 적발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석포제련소 측은 환경오염에 대해 우려하는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측정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 수사결과로 ‘측정치’ 자체의 오류가 적발된 셈이다.
 
환경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오염물질 측정치 조작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류필무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은 “대기 측정치 조작은 대기오염물질 저감정책 기본을 흔드는 중대한 환경범죄이며,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앞으로 오염물질 ‘측정 조작’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부과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개별 적발', 포렌식으로 묶어보니 '공모 범죄' 

석포제련소에서는 공장 주변 소나무가 말라죽은 상태다. [중앙포토]

석포제련소에서는 공장 주변 소나무가 말라죽은 상태다. [중앙포토]

환경조사담당관실은 특별사법 경찰관과 파견검사가 배치된 환경부 내 자체 수사 기구다.
이번 석포제련소의 위법사항 적발에는 디지털포렌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환경조사관실 관계자는 “그간 석포제련소에 대한 조사, 현장감사에서 적발 사항은 많았지만, 이들의 공모 관계 내지는 계획성을 밝히지 못했다”며 “이번 강제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디지털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 메시지 등으로 측정값 조작을 공모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 정부·시민단체·지방자치단체·기업 관계자,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낙동강 상류 환경관리 협의회'를 구성해 토양, 산림, 대기, 수질·퇴적물, 수생생태계, 주민건강 등 6개 분야에서 석포제련소에 의한 환경오염 상황을 조사 중이다.
 

낙동강 상류, 1300만명 수원지… 시민단체 "추가 고발"

석포제련소 폐수 처리시설. [사진 환경부]

석포제련소 폐수 처리시설. [사진 환경부]

이번 환경부의 조사결과와 별개로 시민단체들은 석포제련소를 물환경보전법과 지하수법 위반 등으로 대구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제련소 공대위와 함께 하는 법률대응단’은 지난 27일 “환경부가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지하수법 위반에 대해서만 관할 봉화군에 고발을 요청하고, 처벌이 무거운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고발을 요청하지 않아 공대위와 법률대응단이 다음 달 6일 직접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석포제련소 관계자는 "측정 대행업체에서 의뢰 업체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측정 수치 조작을) 해온 것이고, 우리는 적극적으로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됐다는 점에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구속된 임원은 보직 해임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연·강찬수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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