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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전국 동시다발 장마···한달간 2000억원 벌었다

중앙일보 2019.07.30 06:00

생태학(Eco-logy)과 경제학(Eco-nomics)이 같은 어원(Eco)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에코(Eco)는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에서 온 단어로 ‘집’을 뜻합니다. 이제는 우리의 집인 지구를 지키는 일이 인간이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생존의 문제가 됐습니다. [에코노믹스]는 자연이 가진 경제적 가치를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린 지난 25일 대전 서구 일대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를 속을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린 지난 25일 대전 서구 일대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를 속을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길었던 장마 시즌이 29일 마지막 장맛비를 뿌리고 끝이 났습니다. 장마전선은 이제 북쪽으로 올라가 북한 지역에 머물 예정입니다.

[천권필의 에코노믹스]
여름철 대표 자연재해 장마
가뭄 해소 등 수자원 가치 높아
수질·대기질 개선 효과도
“장마 피해 줄이고, 가치는 살려야”

 
올해 장마는 여러 면에서 예년과 달랐습니다. 우선, 지난달 26일 서울에서부터 제주까지 전국에서 동시에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2007년 이후 12년 만이라고 합니다.
 
이후 장마전선은 남쪽에만 머물면서 남부 지방과 제주를 중심으로만 많은 비를 뿌렸습니다. 반면, 중부지방에서는 장마 시즌 막바지까지 마른장마가 이어졌습니다. 북쪽에서 찬 공기가 주기적으로 내려와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았기 때문이죠.
 
특히 서울에 장맛비다운 비가 내린 건 장마 시즌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26일이었습니다. 이날 서울에 내린 비의 양은 60㎜.  그 전 한 달 동안 내린 양(47.1㎜)보다도 더 많았습니다.
 

조선 시대 ‘댱마ㅎ’로 불러

중부지방에 장마가 이어진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거리에서 한 시민이 우산을 쓴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중부지방에 장마가 이어진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거리에서 한 시민이 우산을 쓴 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2011년 기상청이 발간한 '장마백서'에 따르면, 장마란 기상학적으로 장마전선에 의해 내리는 비를 뜻합니다.
여름철에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남쪽의 열대성 기단과 북쪽의 한대성 기단이 만나서 정체전선이 형성되는데, 전선이 걸쳐 있는 지역에는 오랫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립니다.
이 현상을 장마라고 부릅니다. 중국에서는 메이유(Meiyu), 일본은 바이우(Baiu)라고 부릅니다.
 
장마의 어원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500년대 중반 이후 ‘오랜’의 한자어인 ‘장(長)’ 과 비를 의미하는 ‘마ㅎ’를 합성한 ‘댱마ㅎ’로 표현되다가 1700년대 후반부터는 ‘쟝마’로 표기됐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장마’로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달 남짓한 장마 동안 내리는 비의 양은 300㎜ 정도로 1년 총 강수량의 30%가량을 차지합니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다 보니 상가·주택, 농경지 등이 침수되고, 산사태 등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장마가 태풍과 더불어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기후 현상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장맛비, 돈으로 얼마나 될까? 

마른장마가 이어진 지난 5일 곳곳에 바닥을 드러낸 경기도 용인시 이동저수지 모습. [연합뉴스]

마른장마가 이어진 지난 5일 곳곳에 바닥을 드러낸 경기도 용인시 이동저수지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요즘 들어 장마의 경제·환경적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선, 장마 기간의 강우량은 다른 기간보다 월등하게 많습니다. 이는 댐에 저장돼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됩니다. 수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특히, 올해 중부지방의 경우처럼 마른장마로 인해 가뭄 걱정까지 해야 한다면 장맛비의 가치는 더욱 빛이 납니다.
장마의 경제적 가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장마의 경제적 가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렇다면 수자원으로서 장맛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요?
 
김백조 국립기상과학원 재해기상연구센터장은 1981년부터 2015년까지 장마 동안 내린 평균 강수량(356.1㎜)을 토대로 수자원 측면의 경제적 가치를 추산한 결과 2585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강수량과 국토 면적, 유출률, 댐 용수의 가격 등을 고려해 계산한 결과입니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8일까지 장마 동안 전국 평균 286.8㎜의 비가 내렸는데요. 위의 계산식을 적용해 보면 올해 장맛비의 수자원적 가치는 2082억 원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김 센터장은 “올해에는 마른장마로 인한 가뭄에 폭염까지 가중된 상황에서 막바지 장맛비가 중부지방에 내렸기 때문에 두 가지 극한 기상현상을 동시에 완화했다는 점에서 장마가 더 큰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습니다.
 

물 깨끗해지고 미세먼지도 제거 

24일 장마전선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 만수가 된 제주 한라산 백록담이 아름다운 비경을 뽐내고 있다. [뉴시스=한라산 국립공원 CCTV 영상 캡처]

24일 장마전선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려 만수가 된 제주 한라산 백록담이 아름다운 비경을 뽐내고 있다. [뉴시스=한라산 국립공원 CCTV 영상 캡처]

이뿐만이 아닙니다. 장마는 수자원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수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수량 자체가 많아지는 동시에 정체됐던 물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각종 수질 지표가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수질 개선에 드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 81.8㎜의 비가 내리면 142억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장맛비는 대기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공기 중에 떠 있는 먼지와 분진, 중금속 등의 오염 물질을 제거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때문입니다.
지난 18일과 22일 등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이례적으로 ‘나쁨’ 수준으로 치솟은 것도 마른장마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빗물 모아 홍수 막고 조경에 활용

서울 광진구 자양동 스타시티 정원에 설치된 스프링쿨러에서 빗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중앙포토]

서울 광진구 자양동 스타시티 정원에 설치된 스프링쿨러에서 빗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중앙포토]

중요한 건 장맛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주상복합단지인 스타시티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이곳은 지어질 때부터 지하에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1000톤 용량의 대규모 탱크 3개를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홍수 방지용으로 비워두고, 나머지 두 개는 조경용, 화재 등 비상용으로 씁니다.
이를 통해 홍수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조경 관리 등에 수돗물 대신 빗물을 활용했습니다.
  
실제 이 일대는 장마철만 되면 침수가 잦았던 곳이지만 2006년 지하 공간에 빗물 저장시설을 설치한 뒤부터는 장맛비로 인한 피해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 시설을 설계한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이곳은 원래 장화 없이는 못 다니는 동네였는데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한 뒤부터는 침수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고, 폭포와 분수 등 대규모 조경 시설을 운영하면서도 가구당 공용 수도료가 월 300원 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장마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빗물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빗물저장시설이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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