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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마들, 램프 요정 '지니' 대신 '김집사' 찾는다

중앙일보 2019.07.30 05:00
1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알라딘'의 램프 요정 지니처럼 소원까지는 아니어도 집안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가사 노동의 부담을 덜어주는 생활밀착형 온디맨드(모바일 등 IT 기술을 통해 제공하는 맞춤형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집안일을 대신 해주는 생활밀착형 온디맨드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전시내

집안일을 대신 해주는 생활밀착형 온디맨드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전시내

 
4000원에 집안 쓰레기 모두 해결 
음식물 쓰레기를 집까지 찾아와 대신 버려주는 데 2000원,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는 3000원.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하는 비용은 4000원. 이때 종량제 봉투에 담은 일반 쓰레기를 내다 버려주는 건 덤이다. 단돈 4000원으로 집안 쓰레기를 모두 처리해주는 셈이다. 최근 아파트 단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김집사' 이야기다. 
아파트 단지 내 생활밀착형 심부름 플랫폼 '김집사'의 집사들이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등 쓰레기 대신 버리기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 김집사]

아파트 단지 내 생활밀착형 심부름 플랫폼 '김집사'의 집사들이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등 쓰레기 대신 버리기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 김집사]

김집사는 '모든 심부름을 20분 이내에, 2000원부터'를 컨셉트로 하는 심부름 서비스 플랫폼이다. 쓰레기 버리기부터 음식·식료품 배달, 세탁물 찾아다 주기, 우체국 대신 가기 등 소소하지만 직접 움직여야 하는 귀찮은 집안일을 대신 해준다. 강남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심부름 서비스 '띵동'과 같아 보이지만, 차이점은 2000~4000원대의 저렴한 가격과 빠른 서비스 시간이다. 휴대폰 앱으로 심부름을 주문하면 20분 이내에 해당 아파트 상가에 대기하고 있던 '집사'가 출동해 일을 처리해준다.  
주요 고객은 영유아부터 미취학 아동을 자녀로 둔 엄마들이다. 아이가 어려 집 밖에 나가기가 힘들거나, 아이의 시간에 맞춰 간식을 사러 가기 힘들 때 요긴하게 쓰인다. 2017년 11월 시범 서비스를 거쳐 지난해 3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1년 5개월 만에 월 1만5000건씩 주문이 밀려드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서비스 지역도 서울 송파구 문정동을 시작으로 지금은 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 분당·판교, 하남, 수원 광교 등 서울·경기지역 160개 아파트 단지의 17만 가구로 범위를 넓혔다.    
 
시간 상관 없이 앱으로 청소부터 세탁까지 
청소연구소 앱 화면

청소연구소 앱 화면

'청소연구소' '미소' '대리주부' 등 가사 도우미 서비스는 주로 청소를 대신하는 데 쓰인다. 빨래 역시 세탁소의 기존 수거·배달 서비스보다 편리함을 내세운 '런드리고' '세탁특공대' 같은 세탁 대행 서비스도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세탁특공대는 전문 요원이 약속된 시간에 집으로 찾아와 빨래를 수거해 간다. 런드리고는 박스에 세탁물을 담고 휴대폰 앱으로 신청만 하면 대면 과정 없이 수거해 갔다가 24시간 이내에 말끔하게 세탁된 옷을 가져다 놓는다. '런드렛'이라 불리는 우리집 전용 세탁물 박스를 문밖에 설치하고 스마트 자물쇠를 이용할 수 있어 도난 위험도 없다.  
세탁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직장인 김세연(36)씨는 "기존 세탁소에서도 수거·배달 서비스를 해주긴 하지만 시간대가 잘 안 맞는다"며 "직접 세탁소에 가려고 해도 출근할 땐 문 열기 전, 퇴근하면 문 닫은 후라 곤란했는데 시간 구애 없이 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세탁 대행 서비스 런드리고는 바퀴 달린 전용 세탁물 수거함(런드렛) 안에 맡길 세탁물을 넣어 문 앞에 내놓고 밤 12시까지 휴대폰 앱으로 신청하면, 다음날 밤 12시 전에 세탁이 끝난 세탁물을 문 앞에 놓고 간다. [사진 런드리고]

비대면 세탁 대행 서비스 런드리고는 바퀴 달린 전용 세탁물 수거함(런드렛) 안에 맡길 세탁물을 넣어 문 앞에 내놓고 밤 12시까지 휴대폰 앱으로 신청하면, 다음날 밤 12시 전에 세탁이 끝난 세탁물을 문 앞에 놓고 간다. [사진 런드리고]

그렇다고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다. 세탁특공대의 경우 정장 재킷 5000원, 셔츠 3000원으로 일반 세탁소와 비슷한 수준이다. 비대면 서비스를 하는 런드리고는 30ℓ 부피의 물빨래 세탁물은 8000원, 와이셔츠 1500원, 재킷 드라이클리닝 3500원 등으로 더 저렴한 편이다. 여기에 1년 넘게 공들여 개발한 천연 세제와 100% 재생 비닐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 측면으로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조성우 런드리고 대표는 "세탁은 노동과 함께 공간의 문제가 연결돼 있다. 1~2인 가구의 경우 집이 좁으면 세탁기·건조기 설치 공간 만들기가 어렵다. 세탁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집에 세탁기가 없어도 살 수 있게 된다. 결국 시간과 공간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최근 공유 주택들이 제휴 문의를 많이 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삶의 질' 높이는 서비스에 지갑 열어
생활밀착형 서비스들은 주로 외출이 힘든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호응이 높다. 육아 휴직 중인 워킹맘 박지은(30)씨는 "아기를 돌보려면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는 게 정말 큰 일이다. 처음엔 나도 뭐 이런 서비스까지 사용하나 싶었는데 자잘한 집안일을 대신 해결해주니 아이에 집중할 수 있어 계속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주부 김모씨는 "하루 12시간 이상 육아만 한다. 잠시 시간이 나면 나를 위해서도 시간을 쓰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그동안 모든 걸 나와 남편이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집안일 대행 서비스를 써보니 돈을 쓴 게 아니라 시간을 선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옷 내려놔. 빨랜 내가 해.' 문구만으로도 시선을 잡아 끄는 '세탁특공대'의 차량. [사진 세탁특공대]

'그 옷 내려놔. 빨랜 내가 해.' 문구만으로도 시선을 잡아 끄는 '세탁특공대'의 차량. [사진 세탁특공대]

전문가들은 이런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미래를 밝게 본다. 트렌드분석가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재화에서 서비스로 소비 대상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건의 소유보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서비스로 관심이 옮겨가고 소비 행태 역시 변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특성상 집안일에 대한 '귀차니즘'을 돈으로 치환하는 현상은 계속 다양해지고, 한 번의 경험이 결국 구독경제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트렌드 분석가인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 역시 "생활 속 잔일들을 아웃소싱하는 개념으로 맞벌이 여성과 전업주부 또 1인 가구에서 절대적인 수요가 있다"며 "고령화가 심해지면 아웃소싱 산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향후 노인을 위한 실버 서비스 산업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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