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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여성 대신 콘돔 챙기는 남자…피임약 광고 달라졌다

중앙일보 2019.07.30 05:00

확 바뀐 피임약 광고, 반응은?

유한양행이 지난달 출시한 사전피임약 '센스데이'의 TV 광고. 광고 상 표현으로는 지갑 속에 콘돔을 넣고 있으나, 실제로 지갑 또는 뒷주머니에 콘돔을 장기간 보관하면 손상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진 유한양행]

유한양행이 지난달 출시한 사전피임약 '센스데이'의 TV 광고. 광고 상 표현으로는 지갑 속에 콘돔을 넣고 있으나, 실제로 지갑 또는 뒷주머니에 콘돔을 장기간 보관하면 손상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진 유한양행]

 
#1. ‘우리 따로 또 같이’라며 콘돔을 챙기는 남성과 피임약을 챙기는 여성.

머시론vs센스데이 ‘페미니즘 코드’로 격돌

 
#2. 바다 조깅을 즐기는 여성, 업무 발표를 진행하는 여성 옆으로 떠오르는 문구. ‘결혼 생각은 있는지, 아이 계획은 있는지가 아닌 어떤 내가 되고 싶은지가 중요하니까.’
 
전자는 유한양행이 지난달 19일 출시한 일반의약품(OTC) 사전피임약 ‘센스데이’의 출시 광고, 후자는 OTC 피임약 부동의 1위 ‘머시론(알보젠코리아)’이 지난달 27일 새롭게 선보인 광고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두 광고는 과거의 피임약 광고와는 여러모로 달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어떤 내가 되고 싶은지’ 고민하는 주체적 여성상을 내세운 점, 피임약 광고 최초로 남성용 피임 도구인 콘돔이 등장한 점 등에서다. 기존 피임약 광고가 수줍은 20대 여성의 이미지를 강조(2013년 머시론 광고 ‘스무살의 서툰 사랑’ 등)하거나 피임을 여성의 몫으로 표현한 것과는 다른 문법이다.
 
특히 콘돔을 등장시킨 것과 관련, 유한양행 센스데이 담당자는 “피임은 남녀가 함께 하는 것임에도 콘돔 광고는 전무하고, 피임약 광고도 여성들에게만 피임을 권장하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쉬웠다”며 “둘이 함께 책임지는 성숙한 피임 문화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전했다.
 
유한양행이 지난달 출시한 경구용 사전피임약 '센스데이' [사진 유한양행]

유한양행이 지난달 출시한 경구용 사전피임약 '센스데이' [사진 유한양행]

 
똑같이 여성주의 코드지만 광고의 디지털 노출 면에서는 센스데이가 승기를 잡았다. 센스데이는 지난 22일 기준 유튜브 누적 조회 수 400만회를 달성해 유튜브 171만회, 페이스북 37만회, 인스타그램 31만회를 합쳐 누적 조회 수 239만회를 기록한 머시론을 한참 앞섰다.
 
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소비자 평가는 머시론이 우세했다. 머시론 광고 관련 게시글에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었다(여성 커뮤니티)”, “결혼이나 아이 계획에서 벗어난 것이 좋았다(21·여, TVCF)” 등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센스데이 광고에는 “남녀 함께 피임하자는 메시지가 좋았다(TVCF)”는 의견도 다수 존재했지만 “부작용이 따르는 경구피임약 복용을 ‘센스’처럼 표현하는 것은 좋지 않다(트위터)”, “위험도가 다른 콘돔과 피임약의 무게를 비슷하게 조명해선 안 된다(유튜브)”는 비판도 존재했다.
 

14년 친구에서 라이벌로…유한양행, 머시론 쌍둥이 약으로 승부수

지난달 27일 공개된 '머시론'의 TV 광고 [사진 알보젠코리아]

지난달 27일 공개된 '머시론'의 TV 광고 [사진 알보젠코리아]

 
두 약이 더 화제가 된 건 센스데이가 머시론의 ‘쌍둥이 약(복제약)’인 까닭도 있다. 2005년부터 머시론의 국내 유통·판매를 맡았던 유한양행과 머시론 제약사 알보젠코리아는 지난 5월 “양사 전략 차이(알보젠코리아 관계자)”로 판권 계약을 종료하고 14년 만에 결별했다.
 
한 달 뒤 유한양행은 머시론과 같은 데소게스트렐 성분의 자체 개발 복제약 센스데이를 선보였다.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진즉 받아놓고 출시만을 기다리던 제품이다. 알보젠코리아도 지난달 26일 종근당과 새 판권 계약을 맺고, 피임약 매출 급등기인 여름을 맞아 방어전에 나섰다.
 
알보젠코리아의 경구용 사전피임약 '머시론' [사진 알보젠코리아]

알보젠코리아의 경구용 사전피임약 '머시론' [사진 알보젠코리아]

 
유한양행이 발 빠르게 복제약을 출시하고 마케팅 공세에 나선 데엔 ‘머시론의 매출 공백 우려를 씻으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머시론은 약 210억원 규모의 국내 일반의약품 피임약 시장에서 매출 99억원, 점유율 47%(지난해 기준)를 자랑하는 독보적인 1위 제품이다. 그러나 유한양행 측은 “14년간 머시론을 유통하며 쌓아온 영업력을 활용해 피임약 시장을 공략할 것”이란 입장이다.
 
용어사전 > 일반의약품(OTC)과 전문의약품(ETC)
일반의약품(OTCㆍOver-the-counter Drugs)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 등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전문의약품(ETCㆍEthical Drugs)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전문의약품의 미디어 광고는 금지되어 있으므로, TV 광고 등에서 소개되는 제품은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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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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