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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징용판결-협정 불일치" 지적, 조국 "판결부정" 몰아

중앙일보 2019.07.30 01:00 종합 6면 지면보기
[사진 조국 민정수석 페이스북 캡처]

[사진 조국 민정수석 페이스북 캡처]

청와대를 떠난 조국 전 민정수석은 28~29일에도 페이스북에 6건의 일본 관련 글을 올렸다.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18일) 논란 때처럼 국내 언론도 겨냥했다.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일본 정부에 동조하면서 한국 정부와 법원을 비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가 2005년 만든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이하 민관공동위)’ 백서를 인용했다. 조 전 수석은 중앙일보 등을 거론하며 "민관공동위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를 끝냈던 것처럼 보도했는데, 이 위원회의 백서 주요 부분을 소개하니 널리 공유해주시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가 인용한 민관공동위 백서를 토대로 그의 주장을 검증한다.
 

2005년 청와대에서 열린 한일수교 회담 문서공개대책 민관공동위원회 민간위원 초청 오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005년 청와대에서 열린 한일수교 회담 문서공개대책 민관공동위원회 민간위원 초청 오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①"개인청구권에 대한 2005년 정부, 2018년 대법원 입장이 같다" → 민관공동위 결론 모호해도 대법원 판결과 일부 달라

조 전 수석은 백서를 인용하며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입장과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역시 대법원처럼 "강제징용에 대한 개인청구권은 살아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백서의 아래 구절 등을 인용했다.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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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참여나 위임이 없는 상태에서 국가간의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을 어떤 법리로 소멸시킬 수 있는지 검토 필요”(백서, 24쪽)  

“한국 국민은 징용 자체의 불법성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 협정에 의해 소멸되지 않았으므로 일본을 상대로 배상을 요구할 수 있음”(백서, 82쪽)

 
이 같은 나열은 그러나 ‘반쪽 인용’에 가깝다. 백서에 따르면 2005년 6월까지도 법리분과위는 개인청구권의 소멸 여부와 관련해 주장이 엇갈린 탓에 “8월 정부의 법적 견해를 설명”(백서, 69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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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8월 나온 민관공동위 결론은 모호하긴 해도 대법원 판결과는 거리가 있다. 민관공동위는 당시 1965년 청구권협정 뒤 받은 무상자금의 성격에 대해서는 “국가로서의 청구권, 개인 재산청구권, 강제동원 피해보상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돼 수령된 자금”(백서, 90쪽)으로 규정했다. 강제동원피해 보상과 관련해선 “한국민(개인)이 식민지 불법성을 근거로 일본 정부에 보상을 제기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현실적 구제가능성은 적다”(백서, 89쪽)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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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후속조치로 특별법을 통한 피해자 지원에 나섰다. 당시 여당 의원들은 관련 법안소위에서 “(한일청구권 협정의) 수혜기업(포철, 도로공사)이 정부로부터 빌린 돈만 갚은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노현송 열린우리당 의원)며 국내 기업의 기금 출연 필요성을 언급했다. 일본 기업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연합뉴스]

②"강제징용의 불법행위는 배상한 적 없어"→ 불법행위로 거론한 건 위안부.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자도 청구권협상 불포함 규정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0월 ‘징용 배상판결’을 내리며 강제징용의 불법성에 주목했다. 조 전 수석은 이와 관련 지난 20일 “배상(賠償)과 보상(補償)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전자는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갚는 것이고, 후자는 ‘적법행위’로 발생한 손실을 갚는 것”이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이 한 ‘보상’과 별개로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판결이라고 정리했다.

 
"식민지 불법성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구제 가능성이 적다"고 봤던 당시 민관공동위는 불법행위를 어떻게 정리했을까. 2005년 8월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일본정부·군 등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선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도 남아있다”고 했다. 이어 “사할린동포, 원폭피해자 문제도 한일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강제징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2005년 8월 노무현 정부 때 국무조정실이 낸 민관공동위 보도자료. [보도자료 캡처]

지난 2005년 8월 노무현 정부 때 국무조정실이 낸 민관공동위 보도자료. [보도자료 캡처]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외교소식통은 “정부 차원에서 딱 떨어지게 발표를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일본 정부에 위안부·사할린·원폭 피해자 3개항 외에는 법적 추궁을 않겠다고 사실상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사할린 한인, 조선인 원폭피해자 문제 등 3개 항은 제외하고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배상 문제가 반영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라고 했던 양삼승 당시 민관공동위 공동위원장(변호사)는 당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과정에 대해 묻자 “보도자료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답이 나올 것”이라는 정도로만 답했다.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상선 기자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상선 기자



③“2018년 대법원 판결 동의하는지 밝히라”→ 대법원 판결 이후 정부가 적절히 대응했느냐에 대한 비판

조 전 수석은 야당과 언론 등이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을 부정한다고 주장했다. 28일 페이스북에서도 그는 “한국의 정당과 언론은 일본 정부의 주장에 동의하는지, 아니면 한국 정부 및 대법원의 입장에 동의하는지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1965년 한일협정과 2018년 대법원 판결 간 불일치를 지적하고 정부가 그걸 해소하는 외교적 노력을 했어야한다고 조언한 건데, 조 수석이 그걸 “대법원 판결을 부정·비난·왜곡·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고 비판하는 건 논점 이탈내지 비약이라고 반박한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청구권협정을 전제한 상태에서 대법원의 새로운 판결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것인데 왜 비판의 정확한 논점을 피해간 채 대법원 배상판결이 정당하다는 말만 하는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판의 지점이 어딘지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비판 진영을 무조건 대법원 판결 반대론자로 호도하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도 “(협정에 대한 한·일간) 해석의 일치를 요구하고 (1965년 체제를) 안정화시키는 외교 노력이 남아있고 이를 하도록 정부에 요구한 게 대법원 판결”이라며 “우리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정말 존중한다면 이 부분에서 외교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돌이켜보면 그부분이 미진했고 그 미진함이 지금 한일 관계 파국의 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수정 : 2019년 7월 30일      
기사가 나간 뒤 남기정 교수의 요청에 따라 일부 내용을 아래와 같이 수정했습니다.
 
"(협정과 판결에 대한) 해석의 일치를 요구하고 (한ㆍ일 관계를) 안정화시키는 외교 노력"
→"(협정에 대한 한ㆍ일간) 해석의 일치를 요구하고 (1965년 체제를) 안정화시키는 외교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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