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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호두 두세 알 조몰락조몰락 … 손아귀 힘 세지니 심장 튼튼

중앙일보 2019.07.30 00:04 2면
악력은 전신 근력의 지표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다. 산과 바다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와 달리 조금만 걸어도 힘이 부치거나 숨이 차다면 손부터 점검해 보자. 손으로 꽉 쥐는 힘, 즉 악력이 단순히 팔 힘의 세기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심장 건강과 삶의 질에도 깊이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악력이 보내는 몸의 신호도 따로 있다. 몰랐던 악력의 숨은 매력을 느껴 보자.
 
# 주부 김영은(가명·52·경기도 평촌동)씨는 얼마 전 폐경을 맞이했다. 예전보다 일상 속 움직임이 둔해지고 조금만 서 있어도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찾아왔다. 병원에서 악력을 측정하니 또래 여성의 평균 근력보다 현저히 떨어진 것이 확인됐다. 김씨는 폐경으로 인한 골다공증과 근감소증을 확진받았다. 진단 결과에 김씨의 건강 자신감도 바닥을 쳤다.
 

악력 떨어지면 운동 능력 낮아져 

악력은 전신의 근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다시 말해 악력이 몸의 신호일 수 있다. 이혁진 평촌서울나우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근골격에 문제가 생겨 근력이 약해지면 악력도 덩달아 약해진다”며 “악력이 또래 평균보다 낮으면 전신 근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근감소증은 근육량이 많이 부족한 질환이다. 남성은 남성 갱년기로 통하는 50대 이후에, 여성은 폐경 이후에 근감소증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최근엔 악력이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와 강서영 국제진료센터 교수의 공동연구팀은 20세 이상한국인 4620명(남 2070명, 여 2550명)을 대상으로 악력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 결과 악력이 하위 25%인 남성은 운동 능력이 전체 평균보다 1.93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 같은 신체 불편감은 1.53배 증가했다.
 
악력이 하위 25%인 여성은 운동 능력이 전체 평균보다 2.12배, 스스로 옷을 갈아입거나 씻는 등 일상 활동 능력은 2.04배 각각 저하됐다. 통증 같은 신체 불편감은 1.48배 증가했다. 박 교수는 “남녀 불문하고 나이가 많을수록 근육이 줄고 근력이 약해지면서 악력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악력이 강할수록 심장이 튼튼해진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팀은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40세 이상 남녀 3332명을 대상으로 악력과 심혈관 질환의 상관성을 분석했다. 이 연구는 심혈관 질환을 앓은 적 없는 성인의 악력을 바탕으로 향후 10년 동안 심근경색·관상동맥질환·뇌졸중 등이 발생할 확률을 추정했다. 그 결과 악력이 한 단계씩 세지면 10년 내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도는 남성은 1.29%, 여성은 0.58%씩 줄어들었다.
 

악력기 너무 꽉 쥐면 되레 화 불러

이는 노후에 악력이 약해지지 않게 근력을 관리하면 건강한 삶의 질을 유지하고 심장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근거다.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면서 근감소증을 막는 근력 운동이 필수적이다. 생활 속에서 간단한 도구만으로도 악력을 키울 수 있다. 호두 두세 알을 주머니에 넣고 수시로 쥐었다 펴는 훈련도 악력을 키우는 데 도움된다.

 
시중엔 호두알 크기의 우드볼(나무 재질의 공)도 나와 있다. 야구공 크기의 부드러운 고무공을 한 번에 15~20회씩 하루 3회 실시하는 것도 좋다. 철봉에 매달리는 것만으로도 악력을 기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악력을 키우기 위해 악력기를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악력을 키우기 위해 악력기를 너무 꽉 쥐는 행동은 화를 키울 수 있다. 수지굴곡건(손가락 굽힘 힘줄)에 염증을 유발해 손이 붓고 통증을 유발하며 손가락이 뻣뻣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심해지면 방아쇠수지(손가락을 움직일 때 힘줄이 마찰을 받아 ‘딱’ 소리가 나면서 통증을 느끼는 질환), 손목터널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근력·관절이 약해진 중년 이후에 악력기를 무리하게 장기간 사용했다간 퇴행성 관절염이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다. 악력기를 쓰더라도 무리하게 꽉 쥐기보다 절반 정도만 쥐는 방법으로 꾸준히 실천하는 게 좋다.
 
악력을 키우려면 국소적으로 손·팔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전신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이 원장은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낮추려면 혈압·콜레스테롤을 조절하고 금연해야 한다”며 “단순히 악력만 기르지 말고 전신 운동을 통해 신체 전반의 근육량 감소를 막는 데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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