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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논설위원이 간다] "인삼마을, 3조 광물 묻혀"···광산개발 놓고 주민 갈등

중앙일보 2019.07.30 00:03 종합 26면 지면보기
 
녹슨 암석 파쇄기만 남은 충남 금산군 추부면 신평리의 옛 채석장. 코리아바나듐이 채굴광을 파려는 곳이다. 주민들은 ’먼지 때문에 채석도 멈추게 했는데 광산 개발은 안 될 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권혁주 기자

녹슨 암석 파쇄기만 남은 충남 금산군 추부면 신평리의 옛 채석장. 코리아바나듐이 채굴광을 파려는 곳이다. 주민들은 ’먼지 때문에 채석도 멈추게 했는데 광산 개발은 안 될 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권혁주 기자

사방의 산은 깎여 나갔다. 가운데 평지엔 높이 10여m에 이르는 대형 기계가 잔뜩 녹슨 채 덩그러니 서 있다. 한때 부지런히 돌을 부수던 파쇄기다. 지난 24일 충남 금산군 추부면 신평리 북쪽 산에서 마주한 광경이다. 채석장으로 쓰이다 버려진 이곳에서 분쟁의 싹이 트고 있다. 수조 원 대 광물을 캐려는 업체와 반대하는 주민 사이의 마찰이다. 인삼의 고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원개발 갈등이다.

자원이냐 환경이냐, 금산군의 갈등
바나듐, 금산 일대 대량 매장 추정
주민은 “방사능 문제” 채굴 반대
경기 포천에도 7000억 규모 광산
지질연구원, 생산기술 개발 착수

 
갈등의 씨앗이 된 광물은 바로 바나듐이다. 금산군은 원래 바나듐이 아니라 우라늄으로 주목받은 곳이다. 2010년대 들어 호주 업체 프로디젠(옛 토자이홀딩스)이 우라늄 채광 허가 신청을 냈다. 금산군 복수면에서였다. 주민들은 방사선을 걱정해 반대했고, 충남도는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자 프로디젠은 행정소송을 걸었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주민과 충남도의 손을 들어줬다. 환경 대책이 미흡하고, 광산 개발에 따른 경제적 이익보다 주민들이 감수해야 할 환경·건강·재산상의 불이익이 크다는 이유였다.
 
그랬던 금산군에서 이번엔 다른 업체가 바나듐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과 호주 기업이 합작해 만든 ‘코리아바나듐’이다. 태양광 발전 붐을 타고 바나듐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소재로 조명받기 시작한 게 계기였다. 부피가 커 휴대전화나 차량에는 아직 적용하기 어렵지만, 과열·화재 걱정이 없어 태양광 ESS로는 제격이라는 게 바나듐 배터리에 대한 평가였다. 글로벌 자원 컨설팅 회사들이 “ESS 수요가 늘어 바나듐 가격이 차츰 오를 것”이란 보고서를 낸 이유다. 원래 바나듐은 주로 아주 단단한 특수강의 원료 정도로 쓰였다.
 
코리아바나듐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이 보관하던 추부면 지역 시추 시료를 얻어 분석하고, 자신도 탐사 작업을 진행했다. 추부면 일대 암석 속에 바나듐 약 4억9000만 파운드(약 22만t) 이상이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시세로 계산해 약 3조6000억원 어치다. 코리아바나듐은 ‘4억9000만 파운드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올해 초 해외광물자원개발협의회·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함께 펴냈다. 그랬다가 광물자원공사 측이 “매장량은 함께 확인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해 이 부분을 빼고 보고서를 다시 찍는 해프닝도 빚었다. 어쨌든 코리아바나듐은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해 바나듐을 캐기로 했다. 지난 3월 충남도에 채굴계획 인가신청을 냈다. 처음 파고 들어갈 장소로 추부면 신평리 옛 채석장 자리를 확보했다.
  
“아무리 큰 보상도 거절”
 
추부면 신평리 주민들은 광산 개발에 반대하는 현수막 50여 개를 곳곳에 내걸었다. 권혁주 기자

추부면 신평리 주민들은 광산 개발에 반대하는 현수막 50여 개를 곳곳에 내걸었다. 권혁주 기자

신평리 주민들은 극력 반발한다. 바나듐이 암석 속에 우라늄과 섞여 들어있는 게 문제였다. 마을 곳곳에 ‘청정 추부깻잎 지역에 광산이 웬 말이냐’라는 등의 현수막 50여 개가 나붙었다. 지난 24일 800년 된 은행나무 아래 평상에 모인 주민들은 이런 얘기를 나눴다. “바나듐 좋다지만 우라늄 건드리지 않고 캘 수 있나. 그러니 반대지.”(김길운·72) “우라늄이 섞여 있는데, 바나듐하고 우라늄을 돌 골라내듯 가려낼 수 없잖어. 비 내리면 물에 우라늄이 녹아들 거고. 그러면 깻잎·포도 농작물에 다 해롭고….”(박주용 신평리 이장·75) “우린 깻잎으로 사는데 생명줄 끊는 거나 마찬가지여. 그나저나 농사 바쁜데 반대하려고 이리저리 오가는 건 누가 보상해 줘?”(최중근 신평리 개발위원장·66)
 
최근 대전과 충남 아산·예산·청양 등지의 상수도 시설에서 우라늄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뉴스는 주민들의 불안감을 한층 부채질했다. 금산군 의회 또한 단호하다. ‘바나듐 광산개발 반대 결의안’을 지난달 21일 의결했다. “인삼·깻잎·포도의 고장으로서 농산물 브랜드가 입을 타격이 너무 크다”는 이유였다. 군의회 김종학(57) 의장은 “아무리 큰 보상을 제시해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코리아바나듐 김홍철(53) 사장은 “주민 건강이나 환경에 아무 문제 없이 바나듐을 캘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채굴 과정에서 우라늄이 같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
“바나듐을 많이 함유한 지역과 우라늄이 많은 지역이 서로 다르다. 우린 우라늄이 많은 지역은 건드리지 않을 거다.”
 
소량이라지만 바나듐을 캘 지역에도 우라늄이 있다. 바나듐을 자꾸 채굴하면 우라늄 농도가 높아지는 것 아닌가.
“암석 속의 바나듐 함유량은 0.3% 정도다. 바나듐을 캐도 99.7%가 남는다. 그 안에 우라늄이 그대로 있는 거다. 그런데 농도가 높아질까.”
 
채굴하면 땅속에 있던 우라늄이 지상으로 나오게 된다.
“지하에서 작업할 거다. 혹시 해서 지하 채굴할 때 작업자가 쬐는 방사선량을 계산해 봤다. 하루 20시간을 작업해도 기준치 이하다. 그러니 광산에서 떨어진 마을 주민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정말 괜찮은지, 광석을 캔 뒤에 바나듐을 뽑아내는 과정은 제3국에서 시험할 계획도 있다.”
 
바나듐 매장 예상 지역

바나듐 매장 예상 지역

광산 갱도가 생기면 침출수 때문에 물이 오염될 수 있다는데.
“우라늄 농도가 별로 변하지 않을 것이니 식수원 등에 미치는 영향도 현재와 큰 차이 없을 거다. 지금 금산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 않나.”
 
호주 회사와 합작했다. 과거 우라늄 소송에서 패소한 호주 업체가 이름을 바꾸고 합작했다는 소문이 있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다.”
 
주민과 대화를 나눴나.
“아직 본격적으로는 하지 못했다.”
 
인가가 나면 광석만 캐서 팔 계획인가, 아니면 바나듐 금속을 뽑아낼 건가.
“금속을 뽑고, 소재로 가공해 바나듐 배터리를 직접 만들 생각이다. 부가가치를 가장 높이는 방법이다.”
 
김 사장은 “채굴이 환경과 주민 건강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과 군의회는 완강하다. “과학적으로 괜찮다는 것과 이미지에 손상을 입어 인삼·깻잎·포도 판매가 타격받는 것은 전혀 별개의 얘기”라는 논리다. “과학적 입증을 아직 믿을 수 없다”라고도 하고 있다.
  
포천엔 방사선 걱정 없는 광산
 
금산군에서의 바나듐 채굴은 이래저래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다른 곳을 눈여겨보고 있다. 삼양리소스가 운영하는 경기도 포천시의 관인광산이다. 이곳에서는 티타늄 광석이 나온다. 광석을 부숴 국내와 중국·대만 등지의 제철소에 판매한다. 광석 속에 바나듐이 들어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전에는 그냥 티타늄으로 파는 것이 유리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태양광 바람이 불고 바나듐값이 오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질연 탐사결과 광석이 바나듐을 평균 0.6~0.8% 포함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함유량이 금산군의 2~3배다. 이 일대 바나듐 추정매장량은 약 4만2000t(시가 7000억원)이다. 지질연 김수경(48) 광물자원연구본부장은 “광맥이 광산 일대를 벗어나서까지 뻗어 있어 전체 매장량은 얼마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바나듐 광산 규모가 훨씬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방사선 걱정도 없고, 광석을 캐고 있는 장소여서 주민 반대도 없다.
 
그래서인지 제3의 호주 업체가 발 빠르게 입질을 했다. 지난해 합작을 제안했다. 삼양리소스는 거절했다. 이 회사 최은환(58) 전무는 “호주 측이 아예 경영권을 요구해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독자적으로 바나듐을 캐는 게 훨씬 이익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독자 채굴에는 걸림돌이 있다. ‘티타늄자철광’이라 부르는 광석에서 바나듐만 쏙 뽑아내는 기술이 국내에 없다는 점이다. 관련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또한 중소기업으로서 감당하기 힘들다. 삼양리소스의 지난해 매출은 약 190억원이었다.
 
빛은 보인다. 정부출연연구소인 지질연이 관련 기술개발에 나섰다. 바나듐이 미래 전략 광물이라는 판단 아래 광석 속에서 최종적으로 바나듐을 뽑아내는 선광·제련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2026년 시험 설비(파일럿 플랜트)를 만드는 게 목표다. 김수경 본부장은 “ESS 같은 2차전지 수요 때문에 2027년이면 세계적으로 바나듐 공급 부족이 일어날 수 있다”며 “해외 지분·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바나듐을 독자 생산해야 미래 에너지 자원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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