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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 교회는 ‘영성의 교회’ 아니다…본질로 돌아가야

중앙일보 2019.07.30 00:02 종합 22면 지면보기
베이직 교회의 조정민 목사는 ’기독교인은 ‘마일리지 시스템’이 아니라 생명과 사랑과 빛을 통해 구원받는다“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베이직 교회의 조정민 목사는 ’기독교인은 ‘마일리지 시스템’이 아니라 생명과 사랑과 빛을 통해 구원받는다“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25일 서울 강남에서 베이직 교회의 조정민(68) 목사를 만났다. 그는 25년간 MBC에서 기자와 앵커, CEO 생활을 했고, 53세 때 신학교를 가 57세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베이직 교회를 시작한 건 62세 때다. 그래서일까. 그는 ‘교계의 타성’에 젖어있지 않다. 베이직 교회 역시 특정 교단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교단이다. 교계의 눈치, 교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돌직구’도 곧잘 날린다. 조 목사에게 ‘미래 기독교의 패러다임’에 대해 물었다.
 

베이직 교회 조정민 목사 인터뷰
거대 권력체 된 기독교 돌아봐야
“전통적인 담장식 교회는 끝났다”
장로·집사 등 위계없는 공동체 운영

현재 종교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라 보나.
“‘마일리지 시스템’이다.  포인트를 쌓듯이 선행을 쌓고, 규칙을 지키며 뭔가를 계속 모아야 하고, 그 포인트에 따라 내가 보상을 받을 거라고 믿는 시스템이다.”
 
그게 왜 문제인가.
“그것은 결국 종교성을 강화한다. 강력한 종교성은 강력한 신념체계이며, 에고의 표현이다. 에고의 연장 선상에는 ‘영성’이 없다.”
 
그럼 예수는 어땠나.
“예수는 ‘하나님은 생명이요, 사랑이요, 빛이다. 길이며 진리’라고 말했다. 기독교인은 ‘마일리지 시스템’이 아니라 생명과 사랑과 빛을 통해 구원받는다. 예수님께서는 거대한 권력체계가 돼버린 종교를 오히려 부수려고 하셨다. 당시에는 그게 유대교였다.”
 
지금은 그게 뭔가.
“마일리지 시스템과 종교성만 강조하는 교회들이다. 그들은 교회에 출석하고 적당한 헌금을 내는 종교적 행위가 좋은 신앙인의 길이라고 착각하게 하고, 그 보상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믿게 한다. 그렇다면 그게 중세 때 교회가 면죄부(가톨릭에서는 ‘면벌부’라 칭함)를 파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종교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성직자와 교인 수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특히 젊은 세대의 종교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크나큰 위기다. 동시에 교회가 본질로 돌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어쩌면 우리는 진짜와 가짜가 뚜렷하게 식별되는 분기점에 와 있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이유가 뭔가. 예수님 말씀의 본질과 핵심보다 중세 교회의 교리가 더 강조됐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를 따라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예수인가, 아니면 목사인가.”
 
조 목사는 “진정한 크리스천이라면 자신의 삶을 통해 ‘내 안의 그리스도’가 드러나야 한다. 목회자라고 하더라도 남을 가르치려고 들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베이직 교회에는 ‘담임 목사’‘부목사’란 호칭이 없다. 교인들의 직분도 없다. 평신도, 집사, 권사, 장로 등의 위계 없이 서로 ‘형제’ ‘자매’로만 부른다. ‘베이직(BASIC)’교회의 명칭도 ‘본질로 돌아가자’는 의미도 있지만 ‘Brothers And Sisters In Christ’(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와 자매)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왜 ‘담임목사’란 호칭을 쓰지 않나.
“상징적 시도다. 교회 안에서 교역자들이 서로 형제·자매가 돼야 진정한 공동체가 탄생하지 않을까. 교회의 직분이 신앙의 목표가 돼선 안 된다. 베이직 교회를 2013년에 시작했다. 우리 교회는 헌금이나 돈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는다. 헌금은 다른 교회나 단체에 가서 해도 되고, 도움이 절실한 이웃이 있으면 그곳에 해도 된다. 교회에 헌금한다고 이웃에 인색한 크리스천이 있다면 그건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닌가.”
 
아직도 한국 개신교계는 ‘교회 세습’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데.
“교회가 뭔가.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다. 교회는 건물도 아니고, 땅도 아니다. 예수를 따라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걸 세습하고자 한다는 건 교회가 ‘영성의 교회’가 아니라 ‘제도성의 교회’가 됐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미 교회의 본질에서 멀어졌다는 뜻이다. ‘교회 세습’은 ‘네모난 원’이란 말과 똑같다.”
 
교회 세습이 왜 네모난 원인가.
“‘네모난’과 ‘원’은 합쳐질 수 없다. 둘은 하나가 될 수 없다.”
 
베이직 교회는 주일 예배(1~4부) 때 약 2000명이 모인다. 나중에 교회의 후계는 어떻게 할 건가.
“이 교회에선 하나님이 주인이다. 제가 떠난 뒤는 하나님께 맡긴다. 저는 소그룹 단위의 교회 공동체 하나하나가 교회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게 미래지향적인 교회의 패러다임이라고 본다. 누구라도 예배를 인도할 수 있고, 설교도 할 수 있다. 목사만 설교가 가능하다는 생각은 목사를 예수님 당시의 유대교 제사장으로 회귀시키는 일이다.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할 때 목사의 설교보다 더 큰 은혜를 경험할 수 있다. 교회를 이루는 두 요소는 ‘말씀’과 ‘성령’이다.”
 
성경과 설교, 무엇이 우선인가.
“성경 말씀은 하나님께서 주신 음식이다. 그걸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진다. 반면 설교는 목사에 의해 해석된 일종의 영양제다. 우리는 성경 말씀을 직접 읽고 스스로 묵상해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의 터치’를 몸소 경험할 수 있다.”
 
현대인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가야 하는 종교적 의무감을 부담스러워 한다.
“요즘 사람들은 한 교회만을 섬기지 않는다. 설교는 여기서 듣고, 헌금은 저기서 하고, 사역은 자기와 코드 맞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서 따로 한다. 과거처럼 한 교회가 담장을 쳐놓고 사람을 가둘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담장식 교회는 머지않아 파탄을 맞을 거다. ‘관리 체계’로 승부를 건 거대한 교회 대신 ‘교회의 본질’을 지키는 교회가 더 든든해지는 시대가 이미 오고 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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