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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헤드와는 또다른 매력…꿈의 세계로 이끄는 톰 요크

중앙일보 2019.07.29 10:00
28일 첫 단독 내한 공연 을 연 톰 요크. 2012년 라디오헤드로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을 처음 찾은 이후 7년 만이다. [사진 라이브엑스]

28일 첫 단독 내한 공연 을 연 톰 요크. 2012년 라디오헤드로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을 처음 찾은 이후 7년 만이다. [사진 라이브엑스]

거장은 늙지 않는다.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단독 내한 공연을 펼친 톰 요크(51)에게 꼭 맞는 말이었다.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프론트맨인 그는 2012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로 첫 내한 이후 7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지만 세월의 흔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2012년 첫 내한 후 7년만 단독 공연
3집 ‘아니마’ 등 실험적 무대 선보여
앙코르만 두 번…120분간 21곡 열창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한 친구들이자 밴드 멤버인 조니 그린우드, 에드 오브리엔, 콜린 그린우드, 필 셀웨이 없이 홀로 무대에 올랐지만 일말의 거리낌도 없었다. 1992년 ‘크립(Creep)’으로 데뷔해 올해로 28년차 뮤지션이 된 그는 걷고 뛰고 춤추며 쉼 없이 무대를 활보했다.  
 
요크와 오랜 호흡을 맞춰온 프로듀서 나이젤 고드리치와 비주얼 아티스트 타릭 바리는 그가 더 자유롭게 뛰놀 수 있도록 후방 지원을 탄탄히 했다. 요크는 노트북과 음향 장비가 놓여 있는 데스크 앞을 지키다가도 전자피아노와 기타를 번갈아 연주하며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며 무대를 꽉 채워 나갔다. 
 
톰 요크는 기타와 피아노, 데스크 사이를 오가며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사진 라이브엑스]

톰 요크는 기타와 피아노, 데스크 사이를 오가며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사진 라이브엑스]

솔로 공연인 만큼 관객은 7년 전 3만5000여명에서 3500여명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공연의 밀도는 되려 높아졌다. 2006년 1집 ‘디 이레이저(The Eraser)’를 시작으로 솔로 활동을 병행해 온 그의 음악적 실험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덕분이다. 여기에 지난달 발매된 3집 ‘아니마(Anima)’에 수록된 신곡까지 더해져 셋리스트(선곡표)는 더욱 탄탄해졌다.  
 
‘인터퍼런스(interference)’로 포문을 연 그는 청중을 몽환의 세계로 인도했다. 여성 인공지능 목소리를 빌려 전한 두서없는 인사말은 무의식의 세계로 떠나는 신호탄 같았다. “좋은 저녁입니다. 저는 채식주의자예요. 영어 할 수 있어요? 화장실이 어디예요?”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의 머릿속 어딘가에 충분히 부유할 법한 문장들이니 말이다.
 
‘오징어춤’을 추고 있는 톰 요크. [사진 라이브엑스]

‘오징어춤’을 추고 있는 톰 요크. [사진 라이브엑스]

그가 이번 앨범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와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영국 음악잡지 ‘크랙 매거진’과 인터뷰를 통해 “나에게 가장 두렵고 지배적인 감정은 불안감”이라며 “불안을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 디스토피아적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처럼 무대는 혼돈 그 자체였다. 암흑 같은 어둠 위로 쏟아지는 강렬한 전자음은 귀를 쉴 새 없이 때렸고, 대형 스크린 위로 펼쳐지는 기하학적 문양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그가 몸을 흐느적거리며 ‘오징어춤’을 출 때마다 관객들도 저마다의 춤사위를 선보였다.  
 
단체로 톰 요크가 건 주술에 빠져든 느낌이랄까. 1990년대 록 음악에 빠진 이들에게 라디오헤드가 추앙하는 대상이었다면, 2019년에 실험적 사운드를 탐닉하는 이들에게 톰 요크는 각자가 지닌 무의식의 세계를 열어젖히는 최면술사 같았다. 꿈에 사로잡힌 그는 이번 앨범과 함께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과 손잡고 동명의 단편 영화 ‘아니마’를 선보이기도 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역시 일련의 행위예술을 보는 듯한 묘한 느낌을 선사한다.  
 
지난달 발매된 톰 요크 3집 ‘아니마’와 함께 공개된 동명의 단편 영화. [사진 넷플릭스]

지난달 발매된 톰 요크 3집 ‘아니마’와 함께 공개된 동명의 단편 영화. [사진 넷플릭스]

‘트위스트(twist)’를 끝으로 90여분의 본 공연이 끝났지만, 관객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2012년 내한공연 당시 앙코르 무대에 오른 라디오헤드가 7곡을 더 부른 것을 경험한 탓이다.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한 그는 ‘돈 코러스(dawn chorus)’ 등 4곡을 열창했다.  
 
이미 두 시간을 넘겼지만 공연장을 떠날 줄 모르고 이어지는 관객들의 연호에 다시 무대에 오른 그는 영화 ‘서스페리아’의 주제곡 ‘서스피리움(Suspirium)’을 불렀다. 톰 요크는 지난해 영화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데 이어 지난 4월 프랑스 클래식 듀오 카티아 앤 마리엘레 라베끄를 위한 피아노 작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공연을 끝으로 상반기 투어를 마친 그는 라디오헤드 작업도 준비 중이다. 최근 인터뷰를 통해 “2000년 발매된 4집 ‘키드 에이(Kid A)’ 작업물을 살펴보고 있다”며 “이 자료들로 뭔가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 발매 20주년을 맞아 기념 음반이 발매될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실험적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라디오헤드는 지난 3월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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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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