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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 싸게 준대도 보이콧···OB·도매상 충돌뒤엔 '테라 대박'

중앙일보 2019.07.29 05:00
브랜드별 시장점유율 46%를 차지한 오비맥주의 카스. [사진 오비맥주]

브랜드별 시장점유율 46%를 차지한 오비맥주의 카스. [사진 오비맥주]

 
"카스, 싸게 주겠다" vs "기존 가격에 공급해달라"

[뉴스분석] 춤추는 카스 가격

오비맥주와 주류도매상 간에 묘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오비맥주는 다음 달부터 출고가를 내리겠다는데, 정작 반길 것 같은 도매상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출고가 인하를 놓고 내세우는 명분과 해석도 다르다. 오비맥주는 "주류도매상과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조치"라고 한다. 주류도매상은 "재고 처리를 위한 오비맥주의 물량 떠넘기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양측 충돌 배경엔 "테라의 약진, 카스의 부진"이 있다고 풀이한다.
 
◆ "깎아주겠다"는데 왜 문제  
오비맥주는 "카스·필굿 등의 출고가를 24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한시 인하한다"고 지난 23일 발표했다. 가장 많이 팔리는 카스 병맥주(500mL)는 1203원에서 1147원으로, 생맥주 케그(20L)는 3만3443원에서 2만8230원으로 15% 내린 가격이다.
 
하지만 주류도매상들은 가격 인하 결정에 '오비맥주 보이콧'에 들어갔다. 지난 26일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긴급 이사회까지 열었다. 유승재 주류도매업중앙회 국장은 "기습적 가격 인하에 유감 표명이 있었다. 4월 출고가 인상, 7월 국세청 고시 시행을 앞두고 ‘밀어내기’를 한 것에 대해서도 항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앙회는 이 자리에서 오비맥주의 도매상 PC 접속과 자료요청 거부, 빈 병 반납 거부 등을 결의했다.

  
오비의 ‘카스 가격 변주'는 올해 들어 세 차례 진행됐다. 앞서 지난 4월 가격 인상과 이달 인하  외에 지난 6월 말 말 국세청이 예고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앞두고도 할인가를 적용했다. 넉 달 동안 인상→한시 인하→원상복구→한시 인하를 반복했다.
 
첫 번째인 지난 4월 가격 인상을 놓고도 업계엔 뒷말이 무성했다. 정부의 맥주 종량세(양·도수에 따른 세금 부과) 시행 발표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에 올리고 (종량세 시행 후 가격 인하 요인이 생기면) 나중에 생색을 내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6월 기재부는 "내년 종량세가 시행되면 국산 캔맥주는 1L당 415원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 견제용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가격 인상 직전 도매상은 해당 브랜드를 사재기하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이때 카스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 테라의 진입에 영향을 미쳤다.

 
◆주류 도매상 “재고 넘치는데 또 할인하면 어쩌나”  
두 번째인 지난 6월 말에도 사재기가 일었다. 당시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등 제조사는 주류도매상을 통해 "마지막 리베이트"라며 사실상 할인가를 적용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세종마을문화음식거리(서촌)의 한 음식점 주인은 "오비맥주가 최근 수년 동안 안 하던 가격할인(리베이트 적용)을 지난달에 했다. 짝(한 박스)당 5000원을 할인해줘 100짝을 들여놓았다. 테라도 짝당 5000원 할인해 50짝을 들여놓았다"며 "하루 네짝씩 파는데, 지금도 창고에 맥주가 쌓여 있다"고 말했다. 
 
주류도매상이 오비맥주에 "기존 가격대로 공급해달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소매점뿐만 아니라 주류도매상 창고에도 카스 재고가 넘쳐난다. 유 국장은 "대다수 도매상이 1203원에 받은 카스 재고분을 떠안고 있다"며 "오비맥주가 이보다 떨어진 1147원에 공급한다고 하면 업소에선 할인된 가격 적용을 원할 것이다. 그러면 1203원에 받아 온 재고 처리가 어렵게 된다"고 했다. 또 "결국 업소에서 카스가 예전보다 덜 팔리기 때문에 생긴 문제로 "오비맥주의 물량 밀어내기"라고 말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주류 도매사 입장에선 출고가가 높아야 그에 따른 마진을 더 붙일 수 있기 때문에 (출고가 인하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가격 변동에 따른) 사재기는 도매사의 선택이지 오비맥주가 강요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테라'가 출시 100일 만에 1억병 팔렸다. [사진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테라'가 출시 100일 만에 1억병 팔렸다. [사진 하이트진로]

 
지난 3월 21일 출시 이후 테라가 유흥·가정용 채널에서 모두 약진하면서 1등 카스를 보유한 오비맥주는 추격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테라는 출시 40일 만에 100만 박스가 팔렸으며, 출시 100일 만에 1억병(330mL 기준)을 돌파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류도매상은 "예전 카스와 하이트 비중이 7대 3이었다면 지금은 카스와 하이트·테라가 6대 4로 바뀌었다"며 "시간이 갈수록 테라가 치고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올해 목표치 1600만 박스(3억2000만L)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한국 맥주 시장 규모를 19억6200만L로 조사했다. 브랜드별 점유율(2017년 기준)은 카스 46%, 하이트 17%였다.    
2018년 맥주 브랜드별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018년 맥주 브랜드별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오비와 도매상의 신경전, 소비자 이득은 ‘글쎄’
오비맥주와 주류도매상 간 '가격 인하' 분쟁에서 정작 업소와 소비자는 소외됐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4월 카스 출고가 56원 인상에 따라 도매상이 음식점에 공급하는 가격도 100~200원씩 덩달아 올랐다. 이에 따라 음식점 업주도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정작 그렇게 못한 데가 많았다. 오비가 주류 도매상에 카스를 할인된 가격에 공급해도 소비자가에는 바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가격 인상·인하를 놓고 벌이는 제조사·도매상 간 치고받기는 자영업자·소비자와는 무관한 셈이다.  
 
지난 28일 서울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의 한 가게. '카스'와 '테라' 광고판을 함께 걸었다. 김영주 기자

지난 28일 서울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의 한 가게. '카스'와 '테라' 광고판을 함께 걸었다. 김영주 기자

자영업자는 장사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판매가를 쉽게 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서촌의 경우 대부분의 음식점·주점은 올해 초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50년간 서촌에서 정육 음식점을 해온 고영석(68)씨는 "서촌 상인회 102개 회원 중 음식점이 90여 곳 된다. 올해 들어 술값을 올린 곳은 대여섯 군데뿐"이라고 말했다. 서촌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계단집'도 소주·맥주 4000원 그대로다. 고씨는 "출고가 몇십원에 맥줏값을 100원·200원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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