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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붕괴로 공들인 수영축제 국제망신"…상인들은 불똥 우려

중앙일보 2019.07.29 05:00
28일 오전 전날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로 2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C클럽 입구. 김준희 기자

28일 오전 전날 복층 구조물 붕괴 사고로 2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C클럽 입구. 김준희 기자

부슬비가 내린 28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상무지구. 영화 제목과 같은 간판이 달린 C클럽 입구는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고, 네온사인만 깜빡거렸다.  
 

27명 사상자 낸 광주 C클럽 거리 가보니
상인들 "경기 안 좋은데 손님 줄까 걱정"
조직위 "'안전 대회' 노력했는데 힘 빠져"
이용섭 시장·이낙연 총리 "수습 최선"

이곳은 전날(27일) 오전 2시 39분쯤 가게 내부 복층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내국인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붕괴 사고 현장이다. 이 사고는 지난 12일 개막 후 17일간 펼쳐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찬물을 끼얹었다. 부상자 중 8명이 대회에 출전한 외국 선수로 알려지면서다. 더구나 사고는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폐막일 전날 터졌다.    
 
날이 밝은 탓에 해당 클럽이 자리한 거리는 한산했다. 노래방과 술집·음식점이 몰린 유흥가다. 하지만 일부 술집은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외국인도 적지 않았다.  
 
술집 앞에 있던 외국인들에게 다가가 '어제 일어난 클럽 사고를 아느냐'고 물었다. 한국에 온 지 6개월 된 유학생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20대 남성은 한국말로 "(근처)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사고 현장을) 직접 봤다. 사람 수백 명이 (클럽에서) 나왔다. 난리였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지난 27일 광주광역시 상무지구 C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7일 광주광역시 상무지구 C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옆에 있던 러시아 여성(25)은 "(그 클럽은) 유명하다. 외국인들도 많이 간다. (최근엔) 수영대회 때문에 외국 선수들도 많이 갔다"고 했다. 해당 클럽에 간 적이 있다는 그는 "(무너진 복층 구조물) 위에 사람들이 많이 서 있는다. 위험하다"고 했다.    
 
주변 상인들은 사고가 난 클럽에 대해 "장사가 계속 잘됐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일반음식점으로 신고 후 예외적으로 객석에서 춤추는 행위를 허용한 조례를 통해 '감성주점'으로 운영돼 온 사실은 잘 몰랐다. 한 룸소주방 웨이터는 "광주에 이런 클럽이 몇 개 있다. 클럽 아니고서는 누가 음악을 틀어주냐. 그 기계가 얼마나 비싼데…"라고 말했다. 기자가 전후 사정을 설명하자 "처음 알았다"고 했다.

 
상인들은 이번 사고로 매출 감소 등 불똥이 튈까 걱정했다. 인근 건물에서 만난 한 업주는 "(해당 클럽은) 영화처럼 춤추면서 술마시는 곳이다. 놀기도 좋고, 음악도 좋아 밤마다 사람이 수백명씩 들어간다"고 했다. 그는 "가게 안에 홀이 있고, 이번에 나무와 철골로 된 복층 구조물이 무너졌는데, 이것을 잘못 만든 업주가 (붕괴 사고) 책임이 가장 크다"고 했다.  
 
음식점 여주인은 "광주에서 상무지구는 그나마 경기가 좋은 편인데도 예전보다 장사가 잘 안 된다"며 "술집과 영화관 등에 손님이 와야 우리도 손님이 많다. (이 사고로) 단속이 심해지면 손님이 주는 등 여파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28일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남부대 주경기장 매표소 앞에 관객들이 줄 서 있다. 김준희 기자

28일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남부대 주경기장 매표소 앞에 관객들이 줄 서 있다. 김준희 기자

비슷한 시각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주경기장이 들어선 남부대는 경기를 보러 온 관객 행렬이 이어졌다. 조직위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은 티켓 발급과 차량 안내 등 각자 임무 수행에 여념이 없었다.  '클럽 붕괴 사고'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익명을 원한 조직위 관계자는 "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도 대회 성공을 위해 군과 경찰, 소방 당국 등 모두가 유기적으로 준비했는데 경기장 밖에서 일어난 일로 '선수촌 운영과 선수 관리를 어떻게 했냐'며 잘잘못의 책임을 물으니 난감하고 힘이 빠진다"고 했다. 그는 "선수촌은 호텔 형식으로 운영해 새벽 시간에 (외부에) 나가는 선수들을 일일이 붙잡을 수 없는 구조"라면서도 "마지막까지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광주시민들도 대회 기간 내내 외면을 받다 막판 터진 악재에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당혹감을 나타냈다. 경찰 조사 결과 불법 증축과 부실 공사 등에 따른 인재로 밝혀지면서 '안전 대회'를 내건 광주시와 정부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이용섭 광주시장과 이낙연 국무총리는 사고 당일 각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고 수습 대책을 마련하겠다" "지자체와 정부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선수단 안전 관리가 미흡했다'는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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