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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폭행 살인한 주민 "감옥 나가 죽겠다"며 합의 요구

중앙일보 2019.07.29 05:00
“재판이 한 달이나 연기됐어요. 가슴이 무너집니다.”
 

'홍제동 경비원 살인 사건' 유족 인터뷰

지난 25일 A씨(40)는 그의 얼굴을 또다시 법정에서 마주할 참이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무참히 살해한 그 남자, 최모(46)씨다. 최씨는 ‘홍제동 경비원 살인 사건’의 가해자다. 그는 지난해 10월 29일 새벽 아파트 경비원이던 71세의 A씨 아버지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가 고령의 A씨 아버지를 폭행한 이유는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아서였다.
 
최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으므로 중상해 등 다른 혐의를 적용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가 피를 흘리는 피해자를 내버려 두고 현장을 떠나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다. 검찰은 1심에서 최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 양쪽 모두 항소했다. 이날은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하지만 피고인은 변호인을 바꿔가며 재판을 뒤로 미뤘다. 재판이 미뤄지고 하루 뒤인 지난 26일 A씨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비보를 들을 때 어떤 상황이었나.
그날 새벽 3시쯤 경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가 “살려달라”며 신고하고 전화가 끊어졌는데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찰하다가 넘어진 정도로만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 건 1~2시간 뒤였다. 병원에 달려갔지만 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보기 어려웠다. 가해자가 얼굴 부위만 집중적으로 노렸다.
 
조금 더 아버지를 빨리 찾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당시 아버지 휴대폰 위치가 엉뚱한 장소로 잡혔다. 2G폰을 쓰셔서 그랬나 싶었다. 스마트폰을 사드렸다면 위치가 더 잘 잡히지 않았을까. 죄책감에 심하게 시달렸다. 정신과에 가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우울증과 폭식증, 대인기피증이 한꺼번에 오더라. 요즘도 밤에 자꾸만 깬다.
 
“선고가 길어지는 동안 그는 구치소에서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있겠지요.” A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확정판결이 나기 전의 미결수는 노역을 하지 않는다. 그는 “최씨가 유족을 지치게 해서 합의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1심 재판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던 최씨가 딱 한 번, 결심 공판에 나와 한 말은 “(감옥 밖에) 나가서 죽겠다” 였다. 이어 최씨 측은 유족에게 합의를 요구했다.
 
 
항소심에서 형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나.

징역 18년형이 확정될 경우 최씨는 60대에 출소하게 된다. 가해자와 우리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 두렵다. 1심 재판부에 그를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3600여장이나 냈다. 법원에서 최씨를 원한 등 ‘일반 동기에 의한 살인(가중처벌시 양형 기준 징역 15년 이상)’으로 분류했는데 우리는 ‘무차별 살인(징역 18년 이상)’으로 보고 있다. 동료 경비원도 1심 증인으로 나와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오전 2시에 갑자기 경비실로 쳐들어와서 무서워 도망쳤다는 거다. 사건 당일 다른 경비원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피해자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또 다른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건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법이 느리고 구멍이 많다고 느꼈다. 곧 민사소송도 진행할 계획인데, 민사는 소장과 판결문에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주소가 노출된다. 성범죄 가해자가 민사 판결문 보고 피해자를 찾아가 폭행한 사건도 있다. 그런 일이 없으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또 1심 선고 결과가 선고 3주 뒤에나 문자로 오더라. 가해자가 출소해서 집에 돌아오면 3주 뒤에나 알려줄 텐가.
 
늦었지만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아파트 경비실은 쉽게 위험에 노출되는 곳이다. 이런 구조라면 어떤 범죄로부터도 지킬 수 없다. 또 가해자가 이미 여러 시비에 휘말렸다는 걸 재판 과정에서 알게 됐다. 그렇게 많은 전조 증상이 있었는데도 멀쩡히 사회에 나와 돌아다녔다는 게 놀랍다. 매번 같은 식으로 법의 사각지대를 찾아다니며 애매하게 줄을 타왔던 거다. 사회가 범죄를 방치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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