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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목선에 흰수건…귀순 묻자 “일 없습니다”

중앙일보 2019.07.29 00:21 종합 1면 지면보기
지난 27일 밤 북한군 부업선으로 보이는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선원들이 초기 조사에서 “항로 착오로 남측으로 진입했다”고 진술했다. 당국은 이 배가 밤에 홀로 NLL을 넘어오는 등 특이 징후가 있어 선원들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
 

합참, NLL 넘자마자 곧바로 예인
북한군 부업선 “항로 착오” 주장

28일 합참에 따르면 북한 선원 3명을 태운 목선은 전날(27일) 오후 11시21분쯤 동해 NLL을 넘었다. 군 당국은 함정을 즉시 출동시켜 선박을 예인, 28일 오전 선원과 목선을 강원도 양양의 군항으로 옮겼다. 군 부업선용 일련번호가 적힌 목선은 길이 10m로 소형 엔진이 장착돼 있었고, GPS는 없었다. 선원 1명은 군복 차림이었다. 해상에서 귀순 의사를 묻는 해군 대원에게 선원 중 1명은 “아니오. 일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일 없다’란 표현은 북한에서 ‘괜찮다’ ‘문제없다’ 정도의 뜻인데, 탈북 의사가 없다는 데 약간 치우쳐 있지만 ‘예, 아니오’를 단정짓기엔 애매한 답변”이라고 했다. 당국은 이들의 귀순 의사 여부를 개별 조사하고 있다.
 
북한 목선의 NNL 월선 20분 후 군은 고속정 2척, 고속단정(RIB) 1척, 초계함 1척 등 4척을 현장에 보냈고, 일부 대원은 목선에 내려 탔다. 목선 위치는 NLL 남방 3.3노티컬마일(NM·6.3㎞), 연안에선 9.5노티컬마일(NM·17.6㎞)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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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초기 조사에선 ‘항로 착오’로 설명했다. 군 당국은 그간 착오 진입에 단순 퇴거 조치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합참은 이번엔 의도적 월선 여부 확인을 위해 불가피하게 예인했다는 입장이다. 군 소식통은 “선박 발견 지점에서 육지 불빛이 보이는 만큼 항로 착각이라는 진술을 완전히 믿긴 어렵다”고 말했다. 남하가 이뤄질 당시 목선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해안의 건물 불빛이 육안으로 식별되고, 이를 기준으로 해상의 NLL을 추정할 수 있었음에도 뱃머리를 남쪽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해당 목선은 일정한 속도로 정남쪽을 향했고, 자체 기동으로 NLL을 넘었다. 또 인근에 다른 조업 어선 없이 단독으로 NLL 북쪽에 있다 넘어온 점도 군이 예인한 이유다. 오징어 목선은 보통 무리 지어 이동한다.
 
예인 당시 목선 마스트엔 귀순 의사를 알릴 때 쓰는 하얀 수건이 걸려 있었고, 선원들은 한국 측 출동 고속정을 향해 불빛을 비췄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귀순 의사를 표시한 것인지, 빨래를 건 것인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날 상세한 언론 브리핑을 했다. 지난 5월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태 당시의 은폐 논란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7일 동해에서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북한에 억류된 러시아 선박(XIANG HAI LIN 8호)과 선박에 타고 있던 우리 국민 2명, 러시아 선원 15명이 28일 오후 속초항으로 귀환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억류 11일 만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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