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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결장 후폭풍…‘노쇼 소송’으로 번질 듯

중앙일보 2019.07.29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팀 K리그와 친선 경기 도중 벤치에 앉아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유벤투스의 호날두. [연합뉴스]

팀 K리그와 친선 경기 도중 벤치에 앉아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유벤투스의 호날두. [연합뉴스]

 
‘아이언맨 안 나오는 아이언맨 영화’가 축구판에서 현실이 됐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 주연의 블랙 코미디가 한국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행사 주관업체 “출전 보장 계약”
유벤투스에 위약금 요구 예상
팬들 ‘환불’ 집단소송 가능성도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와 프로축구 K리그 선발팀 ‘팀 K리그’의 친선 경기. 양 팀이 세 골씩 주고받으며 흥미진진한 난타전을 벌였지만, 축구 팬의 표정엔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45분 이상 반드시 뛴다’던 간판스타 호날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날두는 이날 모든 공식행사에 불참했다. 팬 미팅도, 친선경기도 건너뛰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도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호날두는 한국으로 건너오기 전인 지난 24일 중국 난징에서 열린 인터밀란과의 경기에선 풀타임을 뛰었다. 또 각종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경기장에 모인 6만3000여 명의 축구 팬은 ‘호날두 없는 호날두 내한 경기’에 분노했다. 경기 후 ‘유벤통수(유벤투스+뒷통수) 날강두(날강도+호날두)’ 등의 거친 표현이 등장했다. 유벤투스 구단과 호날두의 인스타그램은 분노한 한국 팬들의 항의 글로 가득 찼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더 페스타는 27일 “유벤투스와 계약서에 호날두 출전을 45분 이상 보장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건 맞다”면서 “후반 10분경 유벤투스 측으로부터 ‘호날두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결장한다’는 통보를 받고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상황을 바꾸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진행 과정도 엉망이었다. 예정보다 두 시간여 늦게 입국한 유벤투스 선수단이 이후 일정에서도 늑장을 부린 탓에 경기는 킥오프 시간(오후 8시)을 57분이나 넘겨 시작됐다. 경기 중엔 불법 스포츠 베팅업체 광고가 그라운드 주변 A보드를 통해 지상파 생중계 화면에 여과 없이 노출됐다. 모두 사상 초유의 사태다.
 
10시간 15분 머물다 서둘러 떠난 유벤투스

10시간 15분 머물다 서둘러 떠난 유벤투스

 
외국 언론도 한국에서 일어난 황당한 해프닝에 주목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번 경기를 통해 ‘일부 유럽 구단들이 아시아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긴다’는 생각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한국 팬들이 비참해할 때 중국 팬들은 행복해하며 몰래 웃고 있을 것”이라면서 은근히 자극했다.
 
이번 해프닝은 향후 잇단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호날두 노 쇼(No Show)' 사태와 관련해 ‘팀 K리그’ 구성 주체인 프로축구연맹은 주최사 더 페스타에, 더 페스타는 유벤투스 구단에 각각 위약금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중계 방송사도 호날두 결장, 생중계 지연 등에 따른 손해 규모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주최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일부 팬들은 “호날두가 45분 이상 뛴다는 홍보 내용을 믿고 비싼 티켓을 구입했다. 결과적으로 사기를 당한 셈”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환불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경호 변호사(법률사무소 국민생각)는 “호날두 출전 관련 조항이 계약서에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주최사가 호날두의 결장 사실을 어느 시점에 인지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면서 “해당 경기에서 선수 한 명(호날두)의 비중과 가치를 어느 정도로 산정할지도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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