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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넘은 북한 선원들, 귀순의사 묻자 "일 없습니다"

중앙일보 2019.07.28 17:46
지난 27일 밤 북한군 부업선으로 보이는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던 선원들이 초기 조사에서 "항로 착오로 남측으로 진입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럼에도 당국은 이 배가 밤에 혼자서 NLL을 넘어오는 등 특이 징후가 있어 선원들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
 

육지 불빛으로 NLL 추정 가능한데 남하
군 당국, '의도적 월선' 여부 조사 위해 예인

지난 27일 동해 NLL을 넘어 남하한 목선 형태의 북한군 부업선. [사진 합참]

지난 27일 동해 NLL을 넘어 남하한 목선 형태의 북한군 부업선. [사진 합참]

28일 합참에 따르면 북한 선원 3명을 태운 소형 목선은 전날(27일) 오후 11시 21분께 동해 NLL을 넘었다. 군 당국은 함정을 즉시 출동시켜 선원은 이날 오전 2시 17분께, 소형목선은 오전 5시 30분께 강원도 양양의 군항으로 각각 이송 및 예인했다. 길이 10m 크기의 해당 목선에는 소형 엔진이 장착돼있었고, GPS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군 부업선으로 추정되는 고유 일련번호로 된 선명이 표기돼 있었고, 인원 3명 중 1명이 군복을 입고 있었다.
 선원 중 한 명은 해상에서 귀순 의사를 묻는 해군 요원에게 “아니오. 일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일 없습니다’라는 표현은 북한에선 ‘괜찮습니다’ 정도의 의미”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와 관련 이들이 귀순 의사가 없는지 여부도 개별 조사를 통해 정밀 확인 중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27일 오후 10시 15분 육군 레이더로 NLL 북방 3노티컬마일(NM·3.5㎞) 지점에서 이 목선의 수상한 동향을 포착한 뒤 집중적으로 감시했다. 이후 10시 39분 북한 목선이 남쪽으로 기수를 틀고, 11시 21분 NLL을 넘자 즉시 함정을 급파했다. 해군 고속정 2척, 고속단정(RIB) 1척, 초계함 1척 등 4척의 군 함정은 11시 41분부터 현장에 차례로 도착했고, 일부 대원은 28일 0시 18분 북한 목선에 직접 내렸다. 이때 위치는 NLL 남방 3.3노티컬마일(NM·6.3㎞) 연안에서는 9.5노티컬마일(NM·17.6㎞)이었다.

 
 합참에 따르면 이들은 일단 초기 조사에선 '항로 착오'로 설명했다. 착오 진입의 경우 군 당국은 단순 퇴거 조치로 대응해왔다. 합참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31일부터 7월 14일까지 동해 NLL을 넘어 불법으로 조업하다 적발, 퇴거 조처된 북한 어선의 수는 380여 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여 척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합참은 그러나 이번엔 의도적 월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예인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군 소식통은 “선박 발견 지점에서 육지 불빛이 보이는 점을 미뤄봤을 때 단순 항로 착각이라는 진술을 완전히 믿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남하가 이뤄질 당시 목선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해안의 건물 불빛이 육안으로 식별되고, 이를 기준으로 해상의 NLL을 추정할 수 있음에도 뱃머리는 남쪽을 향했다는 것이다. 해당 목선은 일정한 속도로 정남 방향을 향했고, 자체 기동으로 NLL을 넘었다. 또 최초 발견 당시 인근에 조업 어선이 없는 상태에서 NLL 북쪽에 단독으로 있다 월경한 것도 군이 예인한 이유다.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오징어 목선의 특성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예인 당시 북한 목선 마스트엔 하얀 수건이 걸려 있었고, 선원들은 한국 측 출동 고속정을 향해 불빛을 비췄다고 한다. 해상을 통한 탈북 사례를 보면 하얀 수건은 보통 귀순 의사로 통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을 종합하면 '항로 착오'라고 밝힌 대목과는 모순이 된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귀순 의사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단순히 빨래를 걸어놓았던 것인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지난 5월 북한 소형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태 당시 군 대비 태세와 은폐 논란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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