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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탈북자'라며 기소된 탈북민...18년 간 떠돌다 무죄 받아

중앙일보 2019.07.28 14:07
탈북민 [연합뉴스]

탈북민 [연합뉴스]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A씨 이야기

 
A씨는 1960년 중국에서 태어나 1975년, 고향이 북한인 부모님과 함께 북한으로 이주해 살았다. 2001년 탈북해 중국에서 도망 다니던 A씨는 2007년 브로커를 통해 중국 국적의 여권을 발급받은 뒤 한국에 입국했다. 중국에서 태어난 A씨의 가족관계등록부가 남아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12일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하나원 국정감사 중 탈북자 주거용 방. [사진공동취재단]

12일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하나원 국정감사 중 탈북자 주거용 방. [사진공동취재단]

 
입국 후 하나원을 수료한 A씨에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보호결정을 내렸다. 2010년 A씨는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중국으로 출국했다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중국 공안에 붙잡힌 A씨는 다시 북송이 될까 두려워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대한민국 주선양총영사관측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 영사관은 A씨에 대한 보호를 중단했다. 이에 통일부는 A씨에 대한 북한이탈주민보호결정을 취소했고 A씨는 탈북민 지위를 잃게 됐다.

 
이후 A씨는 중국에서 떠돌며 2012년 북한에 남아 있던 가족들을 탈북 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정작 A씨는 입국을 거부당했다. A씨는 2015년 탈북민으로 인정받게 된 아들의 초청으로 겨우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2016년 7월, 검찰은 A씨가 탈북민이 아닌데도 탈북민으로 위장해 법적 지원금을 받았다며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A씨를 기소했다.

 

법원, “제3국 신분증명서류 발급 받았어도 ‘위장’ 탈북자 아냐”  

 
검찰은 “A씨가 중국 국적자임에도 탈북자에게 정착지원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고 탈북자로 신분을 위장하고 자수해 총 480만원의 지원금을 부정 수령했다”고 주장하며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는 A씨가 탈북 후에 중국 국적을 회복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씨가 탈북 후에 중국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발급받고 이를 이용해 여권을 발급받기는 했지만 이것이 국적 회복의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2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한 1심의 판결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탈북자가 제3국 체류 혹은 한국 입국을 위해 제3국의 신분증명서류를 발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탈북자의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른 보호 및 지원’을 부정 신청으로 볼 수 없다”며 “법률상 제3국 국적 취득 여부를 엄밀히 따져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외국 국적 취득해도…탈북자 인정해줘야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 법률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국 랴오닝성 안산에서 체포된 탈북민 7명 중 9살 최모양의 부모가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탈북민의 강제북송 중지를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중국 랴오닝성 안산에서 체포된 탈북민 7명 중 9살 최모양의 부모가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탈북민의 강제북송 중지를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탈북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A씨처럼 피치못할 사정으로 제3국에서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발급받거나 위조 여권 등을 만든 경우에 대한 구체적 예외 조항 등을 신설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의 변호를 맡은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 부위원장 박원연 변호사(법률사무소 로베리)는 “탈북자 중 상당수는 제3국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로 보충 규정 등을 재검토하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A씨는 한국 국민으로 살아가고자 피폐하게 살며 18년을 떠돌다 이제서야 겨우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것을 인정받았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재외 탈북자 보호절차가 시급히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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