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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얼음 녹으면 해안 도시는 모두 수장된다

중앙일보 2019.07.28 05:00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남극대륙의 난센 빙붕 상층부가 녹아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남극대륙의 난센 빙붕 상층부가 녹아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

⑬ 남극 얼음과 지구 온난화

 
2018년 11월에 하계 연구원 중 이춘기 박사를 비롯한 지구물리팀들이 장보고기지에 도착했다.  2014년 기지가 세워진 이후로 주변 빙하인 드라이갈스키 빙설과 난센 빙붕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서다. 지속적인 관측을 하려면 이곳에 장비를 설치하고 또 잘 유지시켜야 한다. 우리 장보고기지 대원들은 헬기와 인력을 일부 지원했다. 현장에 나간 대원들은 얼음 위에서 지난 겨우내 눈 속에 파묻힌 관측장비를 보수하느라 애를 써야 했다.  
 
남극 대륙은 얼음으로 덮여있고 눈도 많다. 하지만 이 얼음이나 눈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볼 때도 너무 먼 대륙이고 사회ㆍ경제적으로도 가깝지 않다. 일본에 지진이 발생하면 바로 우리에게 피해가 올까 봐 경각심을 갖지만, 남극 대륙에 지진이 발생했다고 방송에서 떠들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인류 생활에 중요한 담수가 대부분 남극 대륙에 있는데도 말이다. 약 70% 정도를 차지하는데 거의 고체 상태인 얼음이다.  
 
남극 대륙 빙하와 빙붕, 빙산의 모식도 [자료 : 미국 국립설빙자료센터(NSIDC)]

남극 대륙 빙하와 빙붕, 빙산의 모식도 [자료 : 미국 국립설빙자료센터(NSIDC)]

남극 얼음 모두 녹으면 해수면 60m 상승

 
한반도의 담수는 대부분 강이나 호수이고 그 순환 과정이 유동적이다. 만약 남극 대륙도 이처럼 유동적이라면 어떻게 될까. 다시 말해서 남극 대륙의 얼음이 모두 녹는다면 말이다. 과학자들이 계산해보니 전 지구 해수면이 최소 60m 상승한다고 한다. 연안에 위치한 대부분의 도시가 물속에 잠기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이러한 심각한 사태는 당장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앞으로 100년이 지난 뒤 지구 기온에 대한 예상은 매우 비관적이다. 현재의 지구 온난화가 지속할 경우, 약 1.4℃에서 최대 5.8℃까지 상승한다고 예상한다.  2℃ 올라갈 경우 해수면이 1m 상승이 예상된다. 한반도의 경우 서해안 저지대 대부분이 잠길 것이다. 서해안 갯벌의 생태계 변화는 물론, 간척 사업이 많았던 서해안 연안 지역들은 바닷물의 빈번한 범람으로 주거지 환경의 파괴가 예상된다.  
 
이처럼 가까운 미래에 기온이 상승한다면, 남극의 얼음(북극 얼음과 육상 빙하 포함)이 점차 녹으면서 지구 해수면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 차근차근 대비하면 되겠지 라는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극의 얼음은 우리의 생각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각한 상황은 얼음의 돌발적인 붕괴다. 특히 남극 대륙과 이어져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인 빙붕(두께 100~900m)은 기후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30년 동안 관찰된 남극 연안의 상당한 빙붕들이 한순간에 붕괴하는 사건이 계속 일어났다. 2017년 남극에서 넷째로 큰 라슨 C 빙붕에서 약 300m 두께에 서울 면적의 약 10배에 달하는 얼음(빙산 A-68)이 떨어져 나왔다. 최근에는 브런트 빙붕에서 미국 뉴욕시 두 배 크기의 얼음이 떨어져 나가기 직전이라고 한다. 수 백 년 또는 1000년 동안 천천히 남극의 빙붕이 녹는 것과 한두 달 사이에 완전히 붕괴하는 현상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런 현상은 짧은 시간 내로 남극의 얼음이 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일 수 있어 급격한 해수면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남극대륙에서 북쪽으로 뻗어있는 남극반도에서 떨어져 나온 판형 모양의 빙산들이 남극 바다를 떠돌고 있다. [사진 NASA]

남극대륙에서 북쪽으로 뻗어있는 남극반도에서 떨어져 나온 판형 모양의 빙산들이 남극 바다를 떠돌고 있다. [사진 NASA]

극지연구소, 난센 빙붕 붕괴 과정 최초 관측 

 
남극 빙하 붕괴에 따른 해수면 영향 연구는 저명한 과학 저널인 네이처의 2019년 선정 주목할 시선 이슈 10선 중 첫째로 꼽힌 연구 주제이다. 극지연구소는 이미 2014년에 장보고기지에서 약 50㎞ 떨어진 난센 빙붕의 끝부분이 붕괴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현장 관측해 학계에 보고했다. 이것은 장보고기지를 거점 삼아 주변 빙붕에 대한 감시 체제를 구축한 결과였다. 이후에도 드라이갈스키 빙설과 난센 빙붕 위에 기상-얼음-지구물리 자동 관측 장비, GPS 그리고 해양 관측용 계류 장비를 지속적으로 촘촘하게 설치해 완벽하게 빙권 변화 감시 관측망을 구축했다. 이렇게 관측 자료가 축적된다면 향후 해수면 상승 원인 규명과 예측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는 한ㆍ미ㆍ일 공동으로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의 붕괴 가능성을 알기 위한 연구가 시작됐다. 스웨이츠 빙하는 대륙의 빙상 얼음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 빙하가 붕괴한다면, 엄청난 크기의 상부 대륙 빙상의 붕괴를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문제는 최근 이 빙하가 매우 빠르게 녹고 있다는 점이다. 빙상의 붕괴는 해수면 변동과 직결된다. 따라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선도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힘은 지금까지 장보고기지에서 얻은 기술과 노하우에서 출발한 것이다.
 
⑭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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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