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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집값 불안 부채질

중앙일보 2019.07.28 00:03
정부, 강남 집값 들썩이자 다시 칼 빼…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시장 안정의 관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42년의 명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임박하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 사진:연합뉴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임박하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 사진:연합뉴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6월 26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꺼낸 이후 정부는 구체적인 시행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민간택지 상한제는 공공택지 상한제와 의미가 다르다. 민간택지는 재건축·재개발·민간도시개발사업 등 민간이 사적 이윤을 얻기 위해 주택사업을 하는 땅이다. 공공택지는 공공이 대규모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강제 수용 등을 거쳐 조성하는 땅이다. 공익적인 성격이 짙다.
 
가격을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가 공공택지에선 저렴한 주택 공급이라는 개발 취지에 맞게 일찍부터 시행됐다. 196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잠시 자율화된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을 제외하곤 공공택지 분양가는 상한제 가격이었다.
 
공공택지 분양가 규제가 일상적이지만 사적 영역으로 간주한 민간택지에선 예외적이었다.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 대책에서도 거의 마지막 ‘선수’로 나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민간택지 상한제는 값싼 주택을 공급하기보다 분양가 급등세를 진정시키려는 목적이 강하다”며 “뛰는 분양가가 집값을 더욱 밀어 올리는 악순환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택지 상한제가 도입될 때는 항상 ‘방아쇠’가 있었다. 주택시장으로선 ‘미운 오리’인 셈이다. 민간택지 상한제는 42년 전인 1977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 중동 특수로 수출이 100억 달러를 달성하며 시중에 부동 자금이 넘치고 분양가가 치솟았다.
 
 

1977년 민간택지 상한제 첫 도입 

고급 아파트 건립 붐이 일었던 여의도가 기폭제였다. 그해 8월 미성·장미 분양가가 전용면적 기준으로 3.3㎡(평)당 56만9000원으로 1년 전인 1976년 1월 서울아파트 35만6000원보다 60% 올랐다. 분양가 규제를 받던 국민주택의 2배 수준이었다.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3배에 달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1970년대 말 경기 침체가 닥쳤고 정부는 1981년 6월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자율화했다. 바로 두 달 후인 8월 한신공영이 ‘사고’를 냈다. 한신공영은 반포 15차 아파트 분양가를 3.3㎡당 138만원으로 정했다. 이 전 분양가 상한선에서 22% 뛴 금액이다. 이후 분양가 인상 도미노 현상이 일어났다. 바로 서울시가 나서서 분양가를 통제했고, 1983년 정부는 분양가를 다시 규제했다.
 
1990년대 중반 경제에 외환위기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자 정부는 분양가를 자율화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집값이 뛰며 먼저 공공택지에 2005년 3월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가 2007년 9월 민간택지로 확대됐다. 앞서 그해 1월 정부는 민간택지 상한제 도입을 발표했다. 2006년 서울 은평뉴타운과 파주 고분양가가 도화선이었다. 인근 불광동 아파트 시세가 3.3㎡당 800만~1100만원이었는데 은평뉴타운 분양가는 3.3㎡당 1151만~1501만원이었다. 파주에서도 분양가가 주변 시세(3.3㎡당 800만~900만원)보다 50% 이상 비싼 3.3㎡당 1257만~1499만원이 책정됐다.
 
민간택지 상한제는 2015년 4월 사실상 폐지됐다. 그러다 2017년 3월부터 분양보증을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를 제한했다. 2016년 개포 주공3단지 분양가 논란이 계기가 됐다. 정부가 2017년 11월 적용 기준을 완화해 깨운 민간택지 상한제를 실제로 시행할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HUG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는 ‘후분양’ 움직임이 작용했다.
 
민간택지 상한제가 분양가 상승에 제동을 걸 것은 분명하다. 2011년 6월 강남구 역삼동 옛 개나리5차가 3.3㎡당 3300만원에 분양됐다. 3년 후인 2014년 4월 인근 개나리6차는 상한제 적용을 받아 3.3㎡당 3150만원으로 내렸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상한제로 분양된 2013~14년 2년간 분양가가 3.3㎡당 3000만~3200만원을 유지했다. 상한제가 사실상 없어진 2015년 이후 분양가가 빠른 속도로 오르며 3.3㎡당 4000만원을 근 1년 만에 돌파했다.
 
고분양가가 집값을 자극하는 것은 맞지만 저렴한 상한제 분양가가 기존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상한제 물량이 적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가 170만 가구가량인데, 한해 일반분양물량은 1만~2만 가구다. 한해 아파트 매매거래량 10만 가구의 10~20%다. 상한제 가격이 주변 시세를 끌어내리기보다 주변 시세를 따라 올라간다. 민간택지 상한제 기간에도 집값이 뛰곤 했다. 분양가 통제가 심했던 1980년대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민간택지 상한제가 적용된 2010년대 초 집값 약세는 상한제 효과보단 2008년 금융위기 충격 영향이 더 컸다. 다만 상한제는 집값 상승세를 다소나마 견제할 수는 있다. 특히 재건축 단지 가격 변동에 상한제 영향이 크다.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일반분양 수입 감소로 재건축 투자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건축 단지 집값이 강세를 띠기 어렵다.
 
상한제 분양가의 집값 억제는 단기적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집값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집값이 가격 통제보다 공급량에 달렸는데 상한제가 주택 공급량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한제로 분양가가 내리면 사업성이 떨어져 주택 공급자가 사업을 줄이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일반분양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추가분담금이 늘어난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분양가가 상한제로 3.3㎡당 1500만원가량 내리면 조합원 추가분담금은 억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민간택지 상한제의 공급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서울이다. 서울은 공공택지가 거의 없다. 민간택지 상한제가 실제로 적용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 5만~8만 가구이던 한해 아파트 입주물량이 상한제 시행 이후인 2010년대 초반 2만~3만 가구로 확 줄었다. 2015년 민간택지 상한제가 사실상 사라진 2015년 이후 다시 늘어 지난해와 올해는 각 4만 가구가량으로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가 민간택지 상한제 폐지를 추진한 이유의 하나도 공급 감소였다. 당시 정부는 상한제 폐지 배경으로 “주택 건설이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급속히 감소해 2008년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수급 불균형에 따른 주택가격 앙등 및 서민 주거안정 저해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풀기 어려운 공급 딜레마 

정부도 상한제의 공급 딜레마를 알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주택정책을 정리하면서 “가격 안정을 위해 분양가를 획일적으로 규제하면 공급이 줄어드는 한편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이 몰려들어 가격이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에 민간의 손을 빌려야 하는 구조적 상황 속에서 정부는 ‘값싼 주택 공급 촉진’이라는 난제에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격 통제보다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시장 안정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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