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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하고 택배·세탁물 찾고…여기 주유소 맞아?

중앙선데이 2019.07.27 00:45 646호 2면 지면보기
정비소·카페 등을 결합한 GS칼텍스 카닥일산주유소. 전민규 기자

정비소·카페 등을 결합한 GS칼텍스 카닥일산주유소. 전민규 기자

복합 서비스 공간과 복합 에너지 공간으로 대변신. 기름만 넣는 주유소는 옛말이다. 정비소·편의점·패스트푸드점·카페 등과 단순 결합하는 방식을 넘어 물류 공간과 전기차·수소차 충전소까지 끌어안은 복합 공간으로 확 달라지고 있다. 과당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연평균 170곳이 넘는 주유소가 폐업하면서 정유 업계와 주유소 자영업자가 생존 차원에서 서비스 차별화에 나선 결과물이다.
  

생존 위해 복합 공간 변신 중
과당 경쟁 탓 한 해 170곳 문 닫아
편의점·카페·정비소 단순 결합 넘어
GS칼텍스·SK 등 튀는 서비스 승부
개인 창고 대여, 짐 보관 사업도

중고품 거래, 여성안심택배 등 다양
 
지난 17일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기반 전기차 충전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SK에너지는 4월부터 SK 양평주유소에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GS칼텍스는 5월에 송파구와 중구 등 서울시내 직영주유소 7곳에서 전기차 충전 사업을 시작했다. 에쓰오일에서는 6개 자영 주유소가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연료전지차를 충전할 수 있는 복합에너지스테이션 확충 계획도 내놨다.
 
SK에너지의 택배 서비스‘홈픽’. 전민규 기자

SK에너지의 택배 서비스‘홈픽’. 전민규 기자

복합 서비스 공간으로 변화는 GS칼텍스와 SK에너지가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정유 업계 1·2위인 두 회사는 주유소를 거점으로 활용하는 택배서비스 ‘홈픽’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해 12월 ‘큐부’도 선보였다. ‘큐부’는 고객이 주유소에 설치된 스마트 보관함에서 중고 물품 거래, 세탁·물품 보관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대오일뱅크는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현대오일뱅크 신사현대·사당셀프·구로셀프·관악셀프·중원점에 여성안심택배함을 설치했다. 지난 4월부터는 서울시내 5개 주유소 내 유휴 부지를 개인 창고로 쓸 수 있도록 일정 공간을 대여하거나 짐을 박스 단위로 보관하는 ‘셀프 스토리지’ 사업도 펴고 있다.
 
GS칼텍스의 스마트 보관함 서비스‘큐부’. 전민규 기자

GS칼텍스의 스마트 보관함 서비스‘큐부’. 전민규 기자

주유소 택배 서비스를 곧잘 이용하는 회사원 문지현(31)씨는 “주유하러 간 김에 물건을 맡기거나 찾는데 차가 있으니 무거운 물건 옮기기에 편하다”고 말했다. SK에너지 보라매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서은국(47) 소장은 “택배 서비스 수수료는 월 10만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단골 확보나 서비스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황금알 낳는 거위’라고 불렸던 주유소는 과당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최근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수는 2010년 1만3237개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줄고 있다. 올 들어 7월 현재 전국 주유소 수는 1만1507개다. 지난 10년 사이 해마다 173개의 주유소가 문을 닫은 셈이다.
 
주유소

주유소

주유소 감소 주요 원인은 난립에 따른 수익성 악화다. 주유소는 1995년 주유소 간 거리 제한 철폐 후 늘기 시작해 적정 수준인 8000개를 1997년 이미 넘었다. 여기에 2011년 알뜰주유소까지 도입돼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유소 경영실태 진단 및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르면 2008~2013년 사이 일반 소매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8.3%를 기록한 반면 주유소는 2.9%에 그쳤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주유소 경영실태 조사 결과 주유소 1곳당 연간 영업이익이 3800만원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광진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진철(51)씨는 “주유소 한곳을 짓고 운영하려면 10억원 넘게 드는데, 매월 수익은 300만원이 되지 않는다”면서 “임대료·인건비 등은 많이 올랐는데 기름 팔아 남는 마진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주유소의 변화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환경 규제에 따른 연비 개선으로 자동차 1대당 휘발유 소비량이 줄고 있는 데 더해 전기·수소차 증가로 차량의 연료가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1대당 연간 휘발유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1159ℓ로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8000곳으로 줄어도 수익성 나아질지 … ”
 
심재명 한국주유소협회 팀장은 “주유소가 적정 수준으로 분석된 8000곳으로 줄어든다고 해도 수익성 개선 여부는 불투명해 정유 업계를 중심으로 전기차·수소차 충전소 등을 포함한 복합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울산 복합에너지스테이션 구축을 주도한 성원용(33) 소장은 “주유소 유휴 부지에 전기차 충전기를 들이고 기존 셀프 세차장 자리를 수소충전소로 바꿨다”면서 “당장 큰 수익이 나지는 않지만 미래차 시장을 대비하는 차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유 업계는 주유소를 복합 에너지·서비스 공간으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공유경제 플랫폼으로의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올해 들어 차량공유(카셰어링) 업체인 그린카와 함께 전국 100여 개 주유소에 공유차량을 배치하는 등 주유소를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 앞서 카셰어링 업체 쏘카 역시 주유소를 차고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 발달과 시대 변화에 맞춰 주유소도 생존에 적합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이라며 “다른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주유소의 변화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주유소의 변화가 진행 중이다. 한국보다 빠르게 내연기관차의 연료 효율 기술이 발전한 일본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주유소가 급감해 주유소를 소규모 중고차 매매 단지나 세차장 등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료 충전보다 식료품 판매에 더 치중하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문병찬 한국석유공사 비축사업본부장은 “기름을 파는 것보다 세차로 버는 돈이 많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올 만큼 주유소 영업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며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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