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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유산균을 만났을 때, 산학협력 명품 성과 나왔다

중앙선데이 2019.07.27 00:20 646호 14면 지면보기
이학교 전북대 교수(오른쪽)와 허재영 교수가 돼지 사료를 주고 있다. 강홍준 기자

이학교 전북대 교수(오른쪽)와 허재영 교수가 돼지 사료를 주고 있다. 강홍준 기자

“이 부근에 돼지 축사 있습니다.”
 

전북대 사업단 - 두지포크 ‘상생’
사람도 돼지도 장내 건강 중요
유산균 먹인 돼지, 면역력 강화돼
구제역 퍼졌을 때 실제 효과 확인

기업은 대학에 기술료·장학금
교수들 돼지고기 음식점 창업도

이학교 전북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가 지난 11일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양돈 농장 두지팜(대표 오환균) 입구에 들어서며 이렇게 말했다. 보통 돼지 축사라면 1㎞ 거리에서도 악취가 코를 찌른다. 그런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오환균 대표는 “차를 몰고 양돈장을 찾아온 외부인이 농장 앞을 지나친 적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축사가 20년 넘은 구식인데도 냄새가 거의 안 난다. 비결은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라고 말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 건강에 좋은 유익한 유산균을 말한다. 두지팜은 프로바이오틱스를 넣은 사료를 돼지에게 먹이고, 프로바이오틱스로 축사를 청소하며, 분뇨도 처리한다. 이런 덕분에 농장 주변 개천은 오염되지 않았다. 돼지 1만 두가 사는 1만㎥ 너비의 양돈 농장 사이로 흐르는 죽현천엔 1급수에서 볼 수 있는 모래무지나 버들치가 살 정도다.
 
이 교수와 같은 학과 허재영 교수는 이날 축사 안에 들어가 30일 된 새끼 돼지들에게 사료를 먹이며 이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했다. 두 교수가 축사 안에 있는 사료통에 사료를 넣자 돼지들이 달려들었다. 이 교수는 “이 사료는 돼지 장 건강에 좋은 미생물을 발효시킨 사료”라고 말했다. 이 농장의 장성완 연구소장은 “돼지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장 건강이 중요하다. 장이 건강한 돼지가 면역력도 좋다”고 말했다.
 
사람 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장내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은 학문적으로 입증돼 있다. 영국 에버딘대 등을 포함해 8개국 11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이 젖소의 장내 미생물이 우유의 품질은 물론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알려진 메탄가스 생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Science Advances)에 이달 초 발표했다.
 
문제는 몸에 좋은 미생물을 개인이나 개별 사업자가 생산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구입하려 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 동물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이는 게 좋다는 걸 알면서도 실행하기 어려운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두지팜이란 양돈 농장을 운영하며, 여기서 생산한 돼지고기를 전국에 유통·판매하는 두지포크는 전북대와 산학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풀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자체 대량생산해 이를 돼지와 돼지가 사는 축사 환경에 투입한 것이다. 두지팜에서 생산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매달 60t. 이중 어떤 균은 돼지에게 먹이고, 어떤 균은 축사 청소에, 어떤 균은 폐수를 처리하는 데 쓴다.
 
이처럼 돼지가 프로바이오틱스를 만나게 된 인연은 장성용 두지포크 회장이 전북대를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2011년 전북대는 농촌진흥청이 지원하는 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을 통해 동물에 유용한 유전자를 발굴하고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었다. 장 회장은 당시 오래된 양돈 농장을 인수해 운영하던 양돈업자였다. 미생물을 공부하러 전북대 동물생명공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그는 “인수한 돼지들이 설사병 등으로 자꾸 죽어 나가 고민을 하다가 유산균을 먹여 키워보니 질병에 강해진 것 같다”고 사례를 소개하자 이 교수가 이끄는 사업단이 이 농장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사업단은 유용한 유산균을 연구한 뒤 자체 배양 기술을 개발했고, 장 회장은 이 농장에 있는 돼지에게 유산균을 먹였다. 사업단은 다시 돼지들의 장 상태를 분석했다. 돼지 분변에 포함된 미생물을 분석해 일반 돼지 분변과 비교하기도 했다. 전북대 허 교수는 “유산균을 두 달간 먹인 돼지의 장 속엔 유익균(비피도박테리움 등)이 많이 늘어났고, 이런 돼지에게 구제역 백신을 맞혔을 때 항체 발생이 100%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런 덕분에 2017년과 올해 초 구제역이 전북 일대에 퍼졌을 때도 이 농장은 안전했다.
 
산학협력은 대학이 어떤 기술을 연구하면, 기업체가 이를 가져가 생산에 활용하고, 대학에 기술이전료를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지포크와 전북대 간의 산학협력도 마찬가지다. 두지포크는 사업단에 기술이전료로 6000만원을 지급했고, 대학발전기금 4000만원, 장학금 1억원을 약속했다. 그런데 전북대 교수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교수 15명이 돈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든 뒤 전주 시내에 돼지고기 퓨전음식점(온리 핸즈)을 2017년 10월 차렸다. 음식점 운영은 학생들이 한다. 여기서 번 돈은 학생들에게 월급과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이 교수는 “보통의 산학협력은 대학이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체에 그 기술을 주는 것에서 끝나지만,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영역에 교수와 학생들이 도전했다”고 말했다.
 
전주=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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