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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 많은 게 일산의 약점…분당 같은 고밀화 시너지 못 내

중앙선데이 2019.07.27 00:20 646호 22면 지면보기

도시와 건축

1989년 4월, 정부는 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1기 신도시 계획을 추진했다. 대표적인 도시는 분당과 일산이다. 둘 다 청운의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2019년 현재 일산주민은 불만이 많다. 이유는 분당보다 집값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3기 신도시 발표를 하고 주민들은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폭발했다. 왜 분당과 일산은 집값 상승에서 큰 차이가 날까. 일반적 답변은 분당은 강남과 연결된 반면 일산은 강북과 연결되어서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그것만이 유일한 이유일까.
  

뉴욕·부산·분당 공통점은 고밀도
땅 부족해 밀도 높여 도시 건설

일산은 호남처럼 농사하던 곳
인근 빈 땅에 다른 마을 들어서

부동산은 전형적 플랫폼 비즈니스
밀도 높이고 집적시켜야 경쟁력

혁신도시 만들어 국토 개발 역주행
 
밀도와 집적 효과가 집값을 결정한다. 일산 서구. [뉴스1]

밀도와 집적 효과가 집값을 결정한다. 일산 서구. [뉴스1]

도시 간 분당과 일산의 비교가 있다면, 국토 전체로는 영남과 호남의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영호남 개발 차이에 대한 분석의 지배적 답변은 과거 농업 중심 국가 경제에서 공업 중심 경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조선 시대부터 일제강점기 때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생산 품목은 농산물이었다. 군산과 목포 같은 지역이 항구도시로 크게 성장한 이유는 호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을 일본으로 수탈해가기 위해 철도와 항만시설을 확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방이 되고 나서 상황이 바뀌었다. 쌀 수출항의 물량은 줄어들었고 대신에 공업 중심의 경제개발이 진행되면서 부산-서울-인천 라인이 중요한 경제 축이 됐다. 경부선 선상에 위치한 부산과 대구가 돈이 몰리는 도시가 되었고 상대적으로 호남은 경제발전에서 소외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만이 유일한 이유일까.
 
분당과 일산, 영남과 호남의 발전 차이에는 이 밖에도 지리적 이유가 있다. 일산과 호남은 평야가 많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밀도와 집적 효과가 집값을 결정한다. 분당 전경. [중앙포토]

밀도와 집적 효과가 집값을 결정한다. 분당 전경. [중앙포토]

호남과 일산 두 지역은 전통적인 곡창지대로 벼농사하던 곳이다. 벼농사는 논에 물을 대는 농법으로 평지에서나 가능하다. 당연히 두 지역은 평지가 많다. 이는 다른 말로 건물을 쉽게 지을 땅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 분당이나 영남지역은 산이 많다. 경사지가 많아서 개발할 땅이 부족하다. 이는 인구가 모였을 경우 고층 고밀화된 도시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고밀화 도시의 상징은 뉴욕이다. 뉴욕이 고밀화되었던 이유는 맨해튼이 섬이기 때문이다. 땅이 부족한 항구도시 뉴욕은 엘리베이터와 강철이라는 건축 재료가 더해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밀도 높은 도시로 성장했다. 밀도가 높은 도시가 되면 상인이 득을 본다. 주변에 자신의 물건을 사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상인들이 돈을 벌고 상업 도시로 성장한다. 사람이 모여드니 한 사람당 한 표를 행사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인 힘도 커진다. 우리나라에도 뉴욕과 비슷한 케이스의 도시가 있다. 바로 부산이다.
 
부산은 참 독특한 도시다. 부산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고밀화된 현대도시가 만들어진 곳이다. 이유는 한국전쟁 때문이다.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남한 최후의 보루로 전국에서 밀려온 피란민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미군과 연합군까지 모여 있던 곳이다. 단군 이래 한반도에 이렇게 국제적인 분위기와 높은 밀도를 가졌던 곳은 없다. 게다가 부산 대부분 지역은 태백산맥의 끝자락이 바다로 밀려 들어가는 곳이어서 평지가 별로 없다. 1951년 부산을 상상해보자. 전국의 사투리와 영어, 불어, 터키어들이 여기저기 들리는 곳이었을 것이다. 땅이란 땅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소들이 살던 막사도 집으로 개조해서 썼었다.
 
평지가 좁은 부산의 특성이 센텀시티 개발에 반영됐다. [중앙포토]

평지가 좁은 부산의 특성이 센텀시티 개발에 반영됐다. [중앙포토]

‘국제시장’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도 탄생했다. 국제시장의 유래는 해방과 더불어 시작된다. 갑작스러운 일본의 패망 후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던 많은 일본인은 서둘러 귀국하게 된다. 이때 본인들의 귀중품을 싸서 부산항에 갔는데 배에 이삿짐을 다 실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때 궤짝 채로 짐을 팔았는데 그것을 사서 안의 물건을 나누어 팔던 곳이 국제시장이다. 처음에는 국제시장을 ‘도떼기시장’이라고 불렀는데, 일본어의 ‘얻어서’라는 뜻의 ‘돗떼’에서 생겼다고 한다. 지금도 정신없는 곳을 도떼기 시장이라고 하는 것은 여기서 유래한다. 부산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 중에는부산 출신이 많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부산 사람들이 처음으로 고밀화된 도시 공간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밀도 개발의 대표격인 미국 뉴욕시의 타임스퀘어. [연합뉴스]

고밀도 개발의 대표격인 미국 뉴욕시의 타임스퀘어. [연합뉴스]

뉴욕, 부산, 분당 발전 케이스의 공통점은 개발이 가능한 땅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사람이 모여드는데 개발 가능한 땅이 부족하니 도시의 밀도가 높아진다. 반면 호남과 일산은 사람이 모여서 밀도가 높아지려고 들면 옆에 빈 땅에 또 다른 마을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고밀화 도시의 시너지효과가 나오기 힘들었다. 땅이 많은 곳일수록 더욱 개발 면적을 줄여서 고밀화해야 한다. 그것이 최근 들어서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콤팩트시티의 개념이다. 부동산은 자동차 산업 같은 제조업과는 다르다. 자동차는 오늘 새 차를 사서 내일 팔아도 하루 만에 가격이 내려간다. 자동차는 구입과 동시에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부동산은 구입 후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오른다. 이유는 부동산의 가치는 주변과의 관계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밀도가 높아서 관계가 많아질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강남의 집이 같은 면적의 지방의 집보다 비싼 이유는 그 안의 인테리어 자재가 좋아서가 아니다. 집 밖의 쇼핑센터, 문화시설, 학교, 이웃이 좋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은 연결된 양질의 관계가 많을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이러한 특징은 인터넷시대의 플랫폼 비즈니스와 동일한 특징이다. ‘우버’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는 연결된 사용자가 많을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부동산은 플랫폼 비즈니스다. 그러니 밀도를 높이고 집적시킬수록 경쟁력이 생긴다. 반대로 조각을 내서 흩트릴수록 가치와 경쟁력이 떨어진다. 네이버 홈페이지를 영화 따로 뉴스 따로 육아 따로 영역별로 조각내서 쪼개면 어떻게 될까. 아무도 검색을 하러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플랫폼은 뭉쳐야 산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토개발계획은 거꾸로 가고 있다. 세종시와 지방혁신도시를 만들면서 도시를 쪼개고 있다.
 
균형발전을 위해서 서울에 있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쪼개서 보냈다. 하지만 일반 기업과 공기업은 다르다. 현대차가 지방 도시로 가면 수백 개의 협력업체가 따라가지만, LH가 진주로 간다고 서울의 대형설계사무소나 건설회사가 따라가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업무를 보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KTX의 발달로 시간 거리가 단축됐다. 협력업체는커녕 LH 직원도 기러기 가족을 한다. 그게 우리나라다. 국토의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식 ‘스마트 고밀화’가 해법
 
미국, 중국, 프랑스 같은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와 비슷하게 정책을 만들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더 유사하다. 실제로 한국, 홍콩, 싱가포르는 모두 도시화 비율이 90%가 넘는 유일한 국가들이다. 앞으로 교통수단이 더 빨라질수록 이러한 공간의 압축은 더욱 진행될 것이다. 도시는 더욱 스마트하게 고밀화되고 지방은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지고 개성 있게 개발될 때 국가 경쟁력이 생겨날 것이다. 단순하게 지금처럼 똑같이 생긴 아파트를 더 지어서 만든 단순고밀화는 안 된다. 그런 획일화된 주거문화는 가치관의 정량화만 가져올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집값, 성적, 연봉, 키, 체중 같은 정량화된 지표로 사람을 판단한다. 이 모두가 획일화된 주거문화와 교육제도 때문이다. 스마트 고밀화란 나무가 심긴 테라스같이 프라이빗한 외부공간이 있는 고밀화된 아파트가 있는 도시다. 이런 아파트는 싱가포르에서 지어지고 있다. 어디서든 10분만 걸어가면 공원이 있는 도시다. 도시 곳곳을 걸어서 이동 가능해서 지역 간의 경계가 없고 격차가 없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 도시를 만드는 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 세대의 책임이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하버드·MIT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젊은 건축가상 등을 수상했고 『어디서 살 것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저술활동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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