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코노미스트] 자율주행로봇·드론으로 첨단화

중앙일보 2019.07.27 00:03
호주에선 커피 주문 후 배달까지 4분… 드론 규제·안전 문제는 여전히 과제
 

글로벌 배송 시장은 지금

작은 아이스박스에 바퀴가 달린 배송로봇이 고객에게 물건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은 스타십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무인택배 배달로봇. / 사진:스타십 테크놀로지

작은 아이스박스에 바퀴가 달린 배송로봇이 고객에게 물건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은 스타십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무인택배 배달로봇. / 사진:스타십 테크놀로지

미국 버지니아의 조지메이슨대에는 작은 아이스박스에 바퀴가 달린 자율주행로봇 40대가 캠퍼스를 휘젓고 다닌다. 이 로봇은 스타십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무인 배달로봇이다. 작은 아이스박스에 6개의 바퀴가 달렸고, 360도 센서가 부착돼 각종 장애물을 피해다닐 수 있다. 야간 주행도 가능하다. 배달로봇의 고객은 교직원과 학생들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캠퍼스에 있는 스타벅스나 던킨도너츠 등에서 음료나 음식을 주문한 후 배달받고 싶은 장소만 정해주면 15분 이내에 배달로봇이 음식과 함께 도착한다. 로봇의 최고 속도는 시속 6㎞다. 음식의 무게는 10㎏까지 가능하다. 학생들은 자기가 시킨 음식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앱으로 볼 수 있다. 건당 배달비는 1.99달러(약 2300원)다.
 
호주 캔버라 북부지역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호주 정부가 지난 4월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회사로 드론배송 업체인 ‘윙(Wing)’의 공중배송 사업허가 요청을 승인해주면서다. 그동안 윙은 지난 18개월 동안 캔버라 일대 160가구를 대상으로 커피와 약품과 같은 가벼운 제품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시범 운행을 해왔다. 윙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임스 버기스는 “주문에서부터 손에 커피를 들기까지 최단 기록은 3분17초”라고 밝혔다. 다만 운용상의 제약은 있다. 사람이 조종하는 조건으로, 시내 주요 도로를 횡단해 운항할 수 없고 최대 12시간만 드론 공중배송이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첨단 배송실험이 한창이다. 중국의 최대 유통기업인 ‘징둥닷컴’은 2015년 드론 개발에 나서, 2016년에 중국 농촌 지역에서 드론 배송 시범 비행을 시작했다. 현재 장쑤성과 산시성 등에서 드론 항로 60여 개를 운영 중이다. 산업계만의 얘기가 아니다. 프랑스 우체국은 일부 우편물 배송에 드론을 투입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총 비행거리 14.5㎞ 이내, 한 주에 한 번이라는 제한적 조건이 붙었지만 프랑스는 추후 우편물의 드론 배송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비용 줄이며 인력 효과적으로 조달

매장을 통째로 배달하기도 한다. 미국 식료품 체인점 스톱앤숍(Stop&Shop)은 보스턴 지역에서 몸이 불편하거나 바빠서 매장을 찾을 수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신선식품 등을 실은 ‘로봇 수퍼마켓’을 도입했다. 고객이 앱으로 호출하면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40km의 속도로 달려간다. 물론 인간 탑승자는 없다.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원격 조종한다. 고객은 앱으로 자동차의 슬라이딩 문을 열고 과일, 야채, 친환경 식품, 등을 살 수 있다. 현재 보스턴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유통회사와 식품 업체들은 무인배달에 힘을 쏟고 있다. 배달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배달 기사를 고용하는 건 비용적인 측면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인배달은 장비 구입비를 제외하면 인건비도 들지 않고, 배달 기사의 사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식당들은 비싼 부동산 임대료와 시간당 13~15달러에 달하는 최저임금 수준에 비용 절감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에서 배달에 종사하는 사람은 142만1400명(2016년 기준)으로, 이들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3만500달러(약 3600만원)다.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덕분에 무인운반차(AGV)와 자율이동로봇(AMR) 시장도 커지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 회사인 글로벌인포메이션이 발행한 ‘세계의 이동 로봇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무인운반차와 자율이동로봇의 세계 시장 규모는 6억5600만 달러(약 7465억원)로 1년 전보다 22% 늘었다. 글로벌인포메이션은 주문 후 신속한 배송 시스템을 요구하는 소비자 수요가 늘면서 무인운반차와 자율이동로봇의 시장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나아가 ‘크라우드 소싱’ 등 새로운 배송 방식도 등장하고 있다. 크라우드 소싱은 모바일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택배기사가 아닌 일반인을 택배 배송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아마존플렉스(Amazon Flex)와 우버의 ‘우버이츠(Uber Eats)’ 등은 일반인과 파트너 계약을 맺고, 이들에게 배달과 배송 업무를 맡기고 있다.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고, 계약을 맺은 일반인들은 원할 때 일할 수 있는 유연한 일자리여서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 미래물류컨설팅은 ‘Last Mile Delivery(라스트 마일 배송)의 확산과 물류산업의 변혁’ 보고서에서 크라우드 소싱을 활용한 배송은 “고정 인력 운영에 따른 부담이 없어 비용이 저렴하고, 서비스 유지를 위한 인력 조달의 유연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인배달이 일상에서 흔한 서비스가 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배달로봇이 현재 시범 서비스되는 곳은 대학 캠퍼스나 도시를 벗어난 외곽이 많아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까운 샌프란시스코만 해도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탓에 도심 시범 운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고도 있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캠퍼스 내 식품 배달로봇이 화염에 잠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소방관들이 도착하기 전에 학생들이 불을 끌 수 있었다.
 
드론도 드론마다 조종사가 붙어있어야 하는 점이 제한적이다. 드론마다 조종사를 배치하려면 애초 계획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또 드론의 안전이나 소음,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가능하다. 때문에 드론 비행 승인을 받기도 쉽지 않다. 드론 배송경쟁이 심화되는 미국에서 드론 비행을 위해서는 연방항공청(FAA)에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추락사고와 테러위험 등으로 인증을 받는 시간과 절차가 여전히 복잡하다. 4월 미국 연방항공청으로부터 드론 택배 사업 승인을 받은 구글의 드론배송 업체 윙도 드론 택배 가능지역을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와 크리스천 버그로 제한했고, 도심과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는 비행할 수 없게 했다. 또 시계가 좋은 날 주간에만 비행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뒀다.
 

미국· 영국 등 드론 규제 까다로워

영국은 올해 초 드론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불법 드론 주행이 늘고 있어서다. 이번 방안으로 기존에는 공항에서 1㎞ 떨어진 곳에서도 드론을 날릴 수 있었지만, 이제 5㎞ 이내에서도 조종할 수 없다. 또 기기가 400피트(약 122m) 높이 이상에서 비행하면 제재를 받게 된다. 올 11월 말 이후로 250g 이상의 드론을 가진 사람은 모두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고, 온라인 교육까지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기업들은 규제를 이보다 더 완화해달라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인구 밀집 지역에서 원거리 배송이 완전히 가능해질 만큼 규제가 완화되려면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