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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버펄로 삼키는 왕도마뱀, 해변서 어슬렁

중앙선데이 2019.07.27 00:02 646호 24면 지면보기

아세안의 유산 ⑨ 인도네시아 코모도

코모도 국립공원에서 하이킹 명소로 통하는‘파다르 섬’. 모래 색이 다른 해변 3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최승표 기자

코모도 국립공원에서 하이킹 명소로 통하는‘파다르 섬’. 모래 색이 다른 해변 3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최승표 기자

아세안 국가 사이에서 섬 폐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보라카이 섬을 시궁창에 비유하며 6개월간 걸어 잠갔고, 태국 정부는 피피 섬 마야 해변을 무기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모두 환경 문제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는 2020년 한 해 동안 관광객 출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한 섬이 있다. 코모도(Komodo).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코모도왕도마뱀’ 보호를 위해서다. 지난 9~12일 코모도를 다녀왔다. 도마뱀은 살아있는 공룡 같았고, 섬 주변 바다는 온 세상 수족관을 합쳐놓은 듯 화려했다.
 

공룡 같은 왕도마뱀 1700마리 서식
보호 위해 내년 1년간 섬 통째 폐쇄
흰 모래섬 등 감싼 바닷속은 수족관
스노클링 중엔 5m 가오리와 인사도

인도네시아 1만7508개 섬 중 가장 독특
 
코모도왕도마뱀과 기념사진을 찍는 여행객의 모습. 최승표 기자

코모도왕도마뱀과 기념사진을 찍는 여행객의 모습. 최승표 기자

코모도는 인도네시아에 속한 1만7508개 섬 가운데 가장 독특하다고 할 만하다. 지구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왕도마뱀 때문이다. 코모도와 주변 섬에 약 5000마리가 사는데, 코모도 섬에만 1700마리가 서식한다. 코모도 섬 일대가 국립공원(198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1991년)으로 지정된 이유다. 코모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26개 섬은 거대한 숨바 섬과 플로레스 섬 사이에 있다. 국립공원에는 주민 수천 명이 살지만, 관광객이 묵을 숙소는 없다. 플로레스 섬에 있는 국립공원 관문도시 라부안바조(Labuanbajo)에서 배를 타고 국립공원을 출입해야 한다.
 
국립공원 관문도시인 라부안바조에도 멋진 바다가 많다. 최승표 기자

국립공원 관문도시인 라부안바조에도 멋진 바다가 많다. 최승표 기자

코모도 섬에서는 2~4.5㎞ 길이의 트레일을 국립공원 가이드와 함께 다닌다. 가이드가 생태 해설도 해주고 긴 Y자 막대기를 들고 관광객을 지켜준다. 막대기를 들고 다니지만, 왕도마뱀이 사람에게 덤비는 경우는 거의 없단다.
 
섬에 들어가자마자 그늘에서 쉬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가이드 셰르바가 “배가 불룩한 게 금방 사슴 같은 큰 동물을 먹은 것 같다”며 “한 달에 한 번꼴 폭식을 하고 굶는다”고 말했다.
 
수컷은 3m, 암컷은 1.8m까지 자란다. 몸무게는 평균 90㎏인데, 사슴·멧돼지·버펄로를 먹으면 체중이 곱절이 된다. 이따금 저희끼리 잡아먹기도 한다. 평균 수명은 50년이다. 사냥법이 잔인하다. 뱀처럼 입을 크게 벌려 먹이를 산 채로 삼키진 않는다. 대신 이빨로 꽉 깨문다. 이때 입에서 독이 나온다. 대부분 24시간 이내에 죽는다. 먹잇감이 완전히 죽거나 사경을 헤맬 때 천천히 뜯어 먹는다. 섬 곳곳에 버펄로와 사슴 뼈가 흩어져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섬 폐쇄를 결정한 계기가 있다. 지난 3월 밀렵꾼 일당이 왕도마뱀 41마리를 해외로 빼돌리려다 붙잡혔다. 국립공원이 속한 ‘누사 텡가라 티모르 주’ 주지사가 중앙정부에 섬 폐쇄를 제안했고 조코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 폐쇄 기간 동안 왕도마뱀 개체 수 회복을 위한 환경 정비가 이뤄질 예정이다. 코모도 이외의 섬 출입은 가능하다.
  
핑크 비치는 포토샵이 아니었네
 
국립공원에는 가장 큰 섬 코모도 말고 매력적인 섬이 많다. 코모도 다음으로 왕도마뱀이 많이 사는 린짜(Rinca) 섬과 트레킹 명소로 통하는 파다르(Padar) 섬이 대표적이다.
 
붉은 산호가 많아 분홍빛을 띠는 핑크 비치. 최승표 기자

붉은 산호가 많아 분홍빛을 띠는 핑크 비치. 최승표 기자

오전 7시 배 수십 척이 파다르 섬 선착장에 모여들었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언덕을 올랐다. 길이 잘 정비돼 있어 슬리퍼를 신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걸었다. 30분만에 섬 남쪽 정상에 올랐다. 해발 130m. 파다르 섬의 기막힌 형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믐달 모양의 해변 3개가 소용돌이처럼 뒤엉켜 있었다. 가만 보니 해변 색깔이 모두 달랐다. 하양, 분홍, 검정. 가이드가 “사람들이 몰리기 전 핑크 비치로 가자”고 꾀였다.
 
핑크 비치.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본 터였다. 대부분 과하게 보정한 사진 같았다. 그러나  ‘사기’가 아니었다. 맨눈으로 보니 옥빛 바다와 극렬한 색 대비를 이뤄 사진보다 더 진한 분홍빛을 띠었다. 손으로 모래 한 줌 집었다. 밀가루 같은 흰 모래에 빨간 알갱이가 섞여 있었다. 붉은 산호가 죽어 으깨진 거란다.  
 
코모도의 상징은 왕도마뱀이지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동물이 많다. 바다거북, 만타 가오리, 듀공 같은 녀석들이다. 모두 바다에 들어가야만 만날 수 있다. 코모도 바다에는 물고기 1000여 종, 산호 260여종이 산다. 전 세계 스쿠버다이버가 몰려드는 이유다.
  
바다거북, 만타 가오리 등도 반겨
 
스노클링 하다가 만난 만타 가오리. 지느러미 길이가 5m를 넘는 것도 있다. 최승표 기자

스노클링 하다가 만난 만타 가오리. 지느러미 길이가 5m를 넘는 것도 있다. 최승표 기자

독일·폴란드·호주 등 다국적 여행자와 함께 스쿠버다이빙에 나섰다. 첫 번째 포인트 시아바베사르(Siaba besar)에서 몸을 풀었다. 다이빙 강사 ‘비키’와 7m 깊이에서 놀았다. 시야가 맑았지만, 물고기는 많지 않았다.
 
두 번째는 ‘만타 포인트’로 불리는 마카사르 리프(Makassar reef)였다. 길이 5m, 몸무게가 1t이 넘는 초대형 가오리 ‘만타’가 자주 출몰한다는 지역이다. 비키 설명대로 조류가 사나웠다. 다리를 휘젓지 않아도 몸이 조류를 따라 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공포와 쾌감이 교차했다. 40분간 바다를 헤맸으나 만타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초록거북을 봤다. 마지막 포인트는 타타와베사르(Tatawa besar). 이만큼 화려한 산호와 물고기를 본 적이 없었다. 5월의 식물원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엉뚱하게도 이튿날 스노클링을 하다 만타를 만났다. 가이드 말을 듣고 마스크만 쓰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집채만 한 가오리 6마리가 수면 가까이 올라와 날갯짓하듯이 유영하는 모습을 봤다. 호기심 많은 녀석들은 사람을 경계하지 않았다. 한참을 어울려 놀았다.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이 코모도 국립공원과 라부안바조를 ‘제2의 발리’로 키우겠다는 이유를 알 만했다. 2020년 라부안바조에는 국제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코모도가 발리처럼 복작대기 전, 서둘러 다녀와 다행이었다.
 
코모도 아일랜드 지도

코모도 아일랜드 지도

여행정보
코모도는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7~9월은 건기로, 한국의 여름보다 선선하다. 한국에서 직항편이 없다. 인천~발리~라부안바조 노선이 편하다. 국립공원 탐방은 현지 여행사를 이용한다. 이번에는‘알렉산드리아(Alexandria) 크루즈’를 이용했다. 주요 섬 관광과 스노클링을 포함해 14만원. 라부안바조에만 40여 개 스쿠버다이빙 업체가 있다. 이번에는 아이다이브(idive)를 이용했다. 펀 다이빙 1일 3회 15만원(다이빙 자격증 소지자 기준). 취재 협조=한·아세안센터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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