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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노무현의 필사’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진심

중앙일보 2019.07.26 10:00
■ 盧, 말과 글로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
■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말씀했을 때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 들어

단독인터뷰
“노무현 대통령은 끊임없이 카피(copy)를 연구한 분”

■ 대통령은 결단하고 소모되는 자리… 3년차 文 대통령 더 기다려줘야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삶은 글쓰기와 노무현으로 관철됐다. 이제 그는 새로운 삶을 모색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삶은 글쓰기와 노무현으로 관철됐다. 이제 그는 새로운 삶을 모색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믿을 ‘신’(信)은 사람(人)의 말(言)을 뜻한다. 윤태영(58) 전 청와대 대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과 글 속에서 살아왔다. 소명(召命)처럼 [기록] [바보, 산을 옮기다]는 책을 썼다. 연말까지 ‘노무현 평전’을 쓸 계획이다. 윤 전 대변인의 라이프워크이자 탈상(脫喪)이다. 이 작업을 마치면 이제 ‘노무현의 필사(筆士)’가 아닌 ‘윤태영’으로 살아 볼 생각이다.
 
7월 11일 마포구 노무현 재단에서 윤 전 대변인을 만났다. 일산에서 집필 중인 그를 이곳으로 불러내기까지 약 3개월이 걸렸다. 5월 23일 노 전 대통령 10주기에 앞서 4월부터 접촉했다. “책을 써야 하고, 나한테 들을 말이 없을 것”이라고 거듭 사양했다.
 
지난 5월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이 나오자 ‘핑계’ 하나가 사라졌다. 윤 전 대변인은 “1달만 더 있다가 만나자”고 응했다. 지극히 비(非)정치적인 책을 썼음에도, 정치적으로 그를 바라보려는 세상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5월까지만 해도 윤 전 대변인은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로 정치의 길도 닫아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훨씬 미온적으로 변해 있었다. “정치를 잘할 것이란 생각이 안 든다”는 심중도 내비쳤다.
 
노 전 대통령 책을 다 쓴 다음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해 방황하고 있었다. 윤 전 대변인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약간 혼란에 빠져있다”고 심경을 전달했다. 이런 그가 만약 정치를 하게 된다면, ‘잘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에 남은 길이 없어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의 한계’도 평전에 담을 것”

노무현 전 대통령(가운데)은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의 말과 글을 신뢰했다. 오른쪽은 문희상 당시 비서실장(현 국회의장).

노무현 전 대통령(가운데)은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의 말과 글을 신뢰했다. 오른쪽은 문희상 당시 비서실장(현 국회의장).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을 읽어봤다. 단문의 향연이 펼쳐져 있더라. 기자의 언어를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제부터 이런 문체로 써야 한다고 생각했나?
 
“젊었을 때는 전혀 안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 영향도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군더더기 없는 글이 좋더라. [중앙일보] 박보균 대기자 글이 단문이다. 50대 중반 이후 단문에 매력을 느꼈다.”
 
단문은 읽기 쉬워도 쓰기 어렵다.
 
“지식만 담아내는 문체가 단문이다. 짧게 쓰려면 진짜 지식이 많아야 된다. 요즘 평전 마무리 작업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고 있다. 왜냐하면 노무현 대통령 글은 콘텐트가 중요하다. 쓸 게 많아서 (이를 적확하게 표현하려면) 공부를 더하거나 작문 방법을 바꿔야 하는 생각도 들고 있다.”
 
평전 출간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 같다. 작업이 순탄치 않나 보다.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은 안 팔리더라도 쓰는 입장에서 재미는 있었다. 평전은 쓰는 나부터 재미없는 대목이 꽤 많다. 그래도 써야 되는 얘기들이 있다. 독자들이 이 대목을 넘어가기가 얼마나 힘들까, 이런 생각이 있다. 그래서 요즘 취재를 더 해야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아는 것만 가지고 책을 쓰려고 했는데 정말 나태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 요즘 갈등이 굉장히 많다. 글 쓰는 게 너무 힘들다.(웃음)”
 
이미 나온 노무현 대통령 책과 대비할 때, 집필 중인 평전은 어떤 목적을 담고 쓰나?
 
“노 대통령의 일생을 객관적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완전히 객관적으로 쓴다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래도 수족과 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 범위 내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읽어야 의미가 있겠다.
 
“내가 진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바보, 산을 옮기다](2015년)에 들어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은 [기록](2014년)처럼 소프트한 책이다.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조금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자서전을) 썼다면 30만부는 팔릴 것이니, 내 이름으로 내면(평전은) 3만부는 팔려야 한다. 그것도 못 가면 내 책임이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평전은 잡스에게 불리한 내용을 가감 없이 담아서 더 호평을 얻었다. 윤 대변인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럴 수 있겠나?
 
“아무래도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 ‘이게 노 대통령의 한계일 수도 있겠다’ 싶었던 아쉬운 대목들은 들어갈 것 같다.”
 

“정치는 말과 글로 하는 것”

윤태영 전 대변인(왼쪽)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일했다.

윤태영 전 대변인(왼쪽)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일했다.

냉정과 찬양 사이에서 평전의 밸런스 잡기가 난해할 듯하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 책을 낼 때, ‘측근이 쓴 것 치고는 의외로 담담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그런 면에선 자신이 생긴 편이다. 서술 형태에 감정을 담아내지 않고, 기자적인 톤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평전은 노무현에 관한 완결판으로 이해해도 될까?
 
“노 대통령께서 내주신 숙제다.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 본 자신을 기록해달라고 부탁하셨고…. 청와대 부속실장으로 올라오라고 할 때에도 당신을 기록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때 이렇게 말씀했다. ‘자네가 원하면 어떤 자리든 들어와서 배석하게. 자네의 체력이 허락하면 어떤 자리든 들어오게.’ 그렇게 후대해준 것은 기대가 있었던 거다. 나중에 당신을 기록해서 후세에 남겨줄 사람으로 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2009년) 돌아가셨을 때, 내가 충격이 있었다. 그래서 그 일을 (당시에) 못했다. 그래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자서전 형태([운명이다], 2010년)로 하게 된 것이다.”
 
유시민 이사장의 책과 어떻게 다를까?
 
“유 이사장은 참여정부 기간 장관(보건복지부)으로 있었다. (유 이사장보다) 더 가까이에서 지켜본 입장으로서 노무현을 담아내는 책을 쓰는 것이 나의 숙제다.”
 
정치인은 우리 편에게는 선명하게, 다른 편에게는 설득하는 언어를 구사한다. 이러다보면 듣기 좋은 레토릭으로 흐를 수 있고, 사람들은 정치인의 말을 믿지 않게 된다. 신뢰받는 메시지란 어떻게 만들어질까?
 
“노무현 대통령은 끊임없이 카피(copy)를 연구한 분이다. ‘오늘 연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나는 그 의도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에만 충실했던 것 같다. 노 대통령이 말씀을 잘 하시니 이를 해석하고 전달하고 글로 풀어내는 역할에 최적화돼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대변인이었으면 못했을 것 같다.”
 
노 대통령은 “돈과 권력이 아니라 말과 글로 정치하고 싶다”고 했다. 좋은 말이긴 한데 현실정치에서 이상적이지 않나?
 
“권력기관을 동원해 정치를 한다거나 옛날처럼 계보정치를 안 한다고 가정하면, 실제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권한은 인사권이다. 그렇다면 인사권을 제외한 나머지 권력은 무엇으로 행사하나? 인사권으로만 통치하려면 (인사로 등용되는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말과 글이 남는다. 유권자도 설득해야 하겠지만 여당과 야당을 설득하는 것이 핵심이다. 심지어 자기가 뽑은 장관·차관·참모들이 쓴소리 할 때, ‘좋아, 그럼 나랑 누가 옳은지 토론해보자’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말과 글이 핵심이고, 그것을 잘 하는 사람이 정치를 잘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아웃사이더로 출발해서 더 그랬던 것 아닐까?
 
“인권변호사 출신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말과 글로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다. 노 대통령이 유서에서 ‘글을 쓸 수 없다’고 쓴 것은 굉장히 절박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유배했다는 뜻이다.”
 

“文 대통령 평가? 아직 시간 남아있다”

김경수 경남지사(왼쪽부터), 전해철 민주당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중 윤 전 대변인만 정치에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왼쪽부터), 전해철 민주당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중 윤 전 대변인만 정치에 발을 들이지 않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국민께 드리는 말씀)를 읽어 보고 왔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문장은 이 정부의 브랜드처럼 각인된다. 존 롤스의 정의론에서 착안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는데.
 
“원래 2012년 문재인 후보의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 초고에서 온 것이다. 누가 처음에 썼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초고(‘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함, 결과의 정의라는 국정운영 원칙을 바로세우겠다’) 그대로 현장에서 읽으면 너무 임팩트가 없을 것 같았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전달력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해서 이렇게 고친 것이다.”
 
처음 읽는 순간부터 느낌이 왔나?
 
“그랬다. 누가 이 개념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콜럼버스의 달걀 같았다. ‘저녁이 있는 삶’처럼 카피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닌가. 만들어놓고 나면, ‘왜 전에는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기분이 든다. 다만 처음 이 문장을 봤을 때 좋지만 잘라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문장이 회자된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그런 가치를 바랐다는 반증 아닐까?
 
“우여곡절이 있는 것이 2012년에 썼을 때는 졌다. 한 번 (선거에서) 졌던 문구를 다시 쓴 것이다.(이례적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나는 이 개념들이 문 대통령과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 밖에 오래 계셨다. 공정의 개념이 그 분 캐릭터와 어울린다. 아무리 좋은 카피라도 그 정치인의 캐릭터, 국정운영 방향과 어울려야 맞는 것이다.”
 
그로부터 2년 이상이 흘렀다. 세상 모든 일이 취임사대로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다. 보수·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라고 연설했다. 그러나 정치는 분열과 갈등이 본질 아닌가?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공존하느냐가 중요할텐데.
 
“노무현 대통령의 지향점이 통합이었다. (그런 것처럼 문 대통령도) 과정은 대립하고 갈등하지만 궁극적인 지향은 통합이라는 생각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지금 우리 사회의 통합에 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내가 정부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서….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 전 대변인은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의 진면목을 ‘타협’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강해보여도 의외의 타협을 마다하지 않는 행보를 보여줬다. 반면 문 대통령은 그 반대인 듯하다.
 
“리더십 스타일은 어떤 면이 선(善)이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느 리더십 스타일에서든 약점도, 강점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보수언론과 관계가 매끄럽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윤 대변인 말처럼 “언론이 악의적이어서가 아니라 무슨 뜻인지 몰라서 그렇게 해석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면 관계가 다소 낫지 않았을까?
 
“아무리 출입처 기자라도 그날 4시까지 마감하라면 완벽한 기사를 쓸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관계 부처에 비해) 취재원과 정보력의 차이가 있는데…. 그런 것을 교정하는 것이 청와대 대변인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오보가 한번 나가면 인식을 고치는 것이 굉장히 힘들어진다. 그러니 (불리한 기사가 나간 뒤 기자랑 싸우는 것이 아니라) 오보가 나가기 전에 가장 먼저 교정해주는 것이 대변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았다.”
 

“임기단축 바랄 만큼 노 대통령 안타까웠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월간지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월간중앙 인터뷰가 아니었다면 노무현 재단을 찾지 않고, 작업실에서 평전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월간지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월간중앙 인터뷰가 아니었다면 노무현 재단을 찾지 않고, 작업실에서 평전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기자들한테 그 정도 신뢰를 얻으려면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의중을 꿰뚫고 있어야 가능하다. 마음을 잘못 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없었나?
 
“많았다. 기자들한테 신뢰를 얻으려면 정확한 팩트 전달을 해야 한다. 그것이 1~2번 무너지면 기자들이 대변인한테 오지 않는다. (참여정부에서) 대변인을 두 차례에 걸쳐 했는데 처음에는 벌벌 떨렸다. 그래서 주변 취재를 열심히 했다. 그렇게 얻은 정보를 공정하게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니까 기자들이 나를 신뢰해주고, (미디어와 소통이 잘되니까) 내부에서 나에게 주는 정보는 더 많아졌다. 두 번째로 대변인 했을 때는 불안이 없었고, 자신감이 생겼다. 가급적 대통령의 머릿속을 아는 사람이 대변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수록 권력의 중심에 가까이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권력에 도취되지 않고, 초연함을 유지했을까?
 
“내 캐릭터가 워낙 소심하다. 대변인 되고 몇 개월 지나서 알았다. ‘나는 사람들한테 얼굴 팔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구나.’ 처음에는 기분 좋았는데 사람들이 계속 알아보니까 진짜 힘들더라. 그때 권력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안 하려고 했던 것도 유명한 삶보다 나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청와대 핵심에 있어 본 사람으로서 대체 권력이란 무엇이던가?
 
“그것은 본능 아닐까. 권력을 추구하는 본능 같은 것이 사람들에게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은 결단하는 자리다. 그런 결단을 위해서 만남들을 가진다”라고 정의한 기억이 난다. 그런 과정과 행위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는데.
 
“청와대 부속실장을 할 때, 나의 모든 아침 일정은 ‘물음’으로 시작했다. 누구 만나시겠습니까? 여기 가시겠습니까? 언론에 이렇게 나왔는데 뭐라고 답할까요? 매 순간 대통령은 답을 줘야 하는 자리다. 미루면 안 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다 내 책임’이라는 자세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임질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뒤로 미루고, 피하고 싶을 것이다. 이때 결정을 내리는 원천이 대통령의 철학이다. 그 판단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는 것이다. 대통령은 책임감과 자신감이 있어야 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소모되는 자리일 수밖에 없겠다.
 
“너무 힘든 자리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참모로서 참 못된 얘기지만…,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말씀했을 때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힘들어 보였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렇게 된 것도 아니었지만….”
 
참모로서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안타까웠던 때는 언제였나?
 
“2006년 말이었다. 이 분이 추구했던 것이 지역구도 해소와 국민통합이었다. 당신이 대통령이 된 자체만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압승하면서 그 기미가 보였는데 다시 돌아가니까 힘들어했다. 열린우리당에 제일 낙담했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지지자들이 많이 떠났을 때 가장 힘겨워 했다.”
 
노 대통령의 생전 마지막 메시지가 ‘정치하지 말라’였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은 좋은데 힘과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했다. 돈, 가족, 지인들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뜻 있는 이들은) 정치를 하고 있음을 알아달라는 의미가 아닐까.”
 
실제 김경수 경남지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은 현실정치로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정치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능력과 자질이 있는 사람은 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사람들 중 윤 대변인이 가장 늦는 것 아닌가?
 
“일반적인 정치인 캐릭터로 따지면, 나는 정치를 잘할 것이란 생각을 안 한다.”
 
정치를 안 한다고 완강하게 닫아놓은 것은 아니지 않나?
 
“평전이 끝나간다. 끝나면 뭐하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를 열어두고 생각 중이다. 잘하는 것을 해야 하는데…. 책이 잘 팔리면 내가 책 쓰는 재주가 있나보다 하면서 계속 썼을지 모른다. 물론 노 대통령의 후광이 있겠지만. 그런데 책이 안 팔리면 여기도 재주가 없나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은 아닌가?
 
“정치는 굉장히 복합적이다. 총체적인 능력을 두루 갖춰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나를 자꾸 돌아보는 경향이 있다. 정치하기 좋은 캐릭터인가? 스스로 회의한다. 어쨌든 지금은 잘 모르겠다. 평전 마무리도 장난이 아니란 생각이 들고…. 약간 혼란에 빠져 있다.”
 
정치를 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자아비판을 해도 되나?
 
“정치란 것이 하려고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기회도 맞아야 하고. 일단 평전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급적 올해 안에 탈고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글 작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일산에 산다. 아침에 산책이 끝나면 무조건 원고 쓰러 간다. 저녁까지 작업실에서 강제로 글 쓰는 감옥에 갇힌다. 그런데 약속이 잡히면 리듬이 깨져서 진도가 안 나간다. 약속을 줄여야 하는데…. 사람들은 글 쓰는 이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한다.(웃음)”
 
노무현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새로운 노무현’을 말하고 있다. “현실 정치에 노무현을 소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윤 대변인은 말하지만 지지층 역시 끊임없이 노무현을 불러내 정치를 하고 있다.
 
“정쟁의 소재로 노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뜻이었다. 잘한 점, 못한 점도 있겠지만 정쟁의 소재로 끌어들이면 객관적 평가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진보는 김대중과 노무현, 보수는 박정희와 박근혜. 아직도 우리 정치는 이 프레임을 못 벗어나고 있다.
 
“글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인물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삼김(三金)시대가 언제까지 갈 것이냐 이랬는데 새로운 정치인들이 나오지 않았나?”
 

“너무 힘들게 정치하지 마십시오…”

‘새로운 노무현’은 계승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 세대를 뛰어넘어서 새로운 세대에게 오해와 편견을 없앤 노무현을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다. 거기서 잘하는 사람들이 또 새로운 노무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을 다시 만날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얘기를 건네고 싶은가?
 
“뜻밖의 질문이라서…. (꽤 긴 침묵이 흐른 뒤) 모르겠다. 내가 노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과 힘들어하는 장면을 많이 봐서…. ‘너무 힘들게 정치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다.”
 
‘정치하지 마시라’곤 하지 않는 건가?
 
“어차피 다시 하실 테니까….”
 
반대로 노 대통령은 윤 대변인에게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할까?
 
“‘정치할 생각 말고, 빨리 책 쓰라’고 하실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지금의 문재인 정부를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은가?
 
“그것은 내가 답변할 수 없다.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의 경지에서 내가 평가할 수 있는 범위를 넘은 것 같다.”
 
노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세상을 등졌다. 그런 세상에 대한 회한에서 회복은 이제 된 것인가?
 
“아직도 트라우마 같은 것이 남아있음을 느끼고 있다.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빨리 탈고를 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 나한테 더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 녹취 정리 박호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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