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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금융위기 때나 이랬다" 여행업계 日여행 반토막 비상

중앙일보 2019.07.26 05:00
티몬의 국제선 항공권 예약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티몬의 국제선 항공권 예약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본여행 보이콧 영향력이 IMF(1998년)·금융위기(2009년) 급이다."  
지난 20여년간 여행업계에 몸담은 한 관계자는 2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1998·2009년을 제외하고)단기간에 이렇게 뚝 떨어진 적이 없었다"며 "업계 전체적으로 8~9월 (일본여행) 예약률이 반 토막 이상, 60~70%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여행사의 이번 달 일본여행 예약률(예약 시점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이하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이번 주(22~25일) 하루 평균 예약이 400명으로 평소 대비 30% 수준"이라고 말했다. 단 "중국·동남아 상품 예약자는 평소보다 20% 가까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일본 행 항공권 취소율도 지난 4일 아베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 조치를 한 이후 지속해서 증가했다. 위메프에 따르면 국제선 항공권 전체 환불 건수에서 일본 항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넷째 주 9%에서 7월 첫째 주 15%로 올라간 이후 둘째 주 36%, 셋째 주 44%를 기록했다. 
 
티몬도 일본 항공권 예약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전체 국제선 항공권 예약자 중 일본 비중은 6월 넷째 주 28%에서 7월 셋째 주 16%로 줄었다. 같은 기간 일본 항공권 취소율은 약 70%가량이다. 취소율이 높은 이유는 소비자가 이커머스를 포함해 항공사·온라인여행사 등에 예약을 걸어두고 최저가를 찾는 경향 때문으로 파악된다. 티몬 관계자는 "예약 후 이튿날 결제하기 전까지 취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커머스는 항공권을 구매해 판매하는 게 아니라 항공사·OTA의 상품을 중개하는 방식이다. 
 
한 OTA 관계자도 "최근 (일본 항공권이) 수요 대비 공급이 늘어나 '특가' 여행권이 자주 뜬다. 먼저 예약하고 더 싼 항공권이 나오면 취소하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일본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시민들. [뉴스1]

'일본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시민들. [뉴스1]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 실시간 통계에 따르면 8개 국적 항공사의 이달(1~25일) 인천-일본 26개 노선 2591편의 총 여객(외국인 포함) 수는 41만5636명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2583편 43만4120명)에 비해 4% 줄었다. 항공편 수가 늘고 7월이 여행 성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5~1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간사이(오사카) 노선이 지난달보다 5% 줄어든 것을 비롯해 한국인 여행객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 단독 취항지인 오이타(22%)·사가(21%)·마쓰야마(15%)·기타규슈(14%)가 눈에 띄게 줄었다.  
 
업계는 앞으로 신규 예약률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관계자는 "출발 직전 항공권 취소는 위약금을 물어야 해 이달 예약 취소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수출 규제 조치 전) 항공권을 구매한 여행객 상당수가 7월에 소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음 달 이후 출발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며 말했다.  
 
여행업계는 돌파구를 찾지 못해 더 곤혹스럽다. 오창희 KATA 회장은 "한·일간 외교 문제라 할 수 있는 게 없다.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아닌 다른 나라로 여행지를 변경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회장은 "일본 대신 동남아가 늘었다고 하는데, 일본 감소분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다"며 "경기 침체로 여행비 지출이 줄어든 데다 일본여행 보이콧으로 '나가지 말자'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웃바운드(한국인의 해외여행) 중 일본 비중은 25~30% 수준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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