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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백색테러 뒤 '삼합회'…"일당 30만원 각목부대 소집"

중앙일보 2019.07.26 05:00
홍콩 위엔랑 지하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남자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피해자 캘빈 서(23)가 병원에서 자신의 등을 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홍콩 위엔랑 지하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남자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피해자 캘빈 서(23)가 병원에서 자신의 등을 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로 매주 홍역을 앓고 있는 홍콩에서 때아닌 '조폭' 논란이 터졌다. 최근 시민 폭행으로 파문을 일으킨 흰옷을 입은 남자들, 이른바 '맨 인 화이트' 테러단 배후에 조직폭력단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오는 주말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어 백색테러에 대한 홍콩 시민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홍콩 백색테러단 조폭 연루 의혹
우산혁명때도 삼합회 시위 개입
27일 백색테러 규탄 집회 열릴듯

 
관련해 홍콩 여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은 24일 “21일 위안랑 지역에서 다수의 남성이 시위대를 공격해 45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해 우리 국민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홍콩 여행 시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21일 위엔랑 지하철역에서 한 무리의 흰옷을 입은 남자들이 범죄인 인도법 시위대에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해 홍콩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1일 위엔랑 지하철역에서 한 무리의 흰옷을 입은 남자들이 범죄인 인도법 시위대에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해 홍콩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AP=연합뉴스]

 

임신부까지 무차별 폭행 

 
사건은 지난 21(현지시간) 발생했다. 위안랑(元朗) 지하철역에서 느닷없이 남자 100여명 가량의 테러단이 몰려와 난동을 부렸다. 이들은 마치 유니폼을 갖춰 입은 듯 흰색 상의에 검은색 하의 차림이었다. 입장신문(立場新聞) 등 홍콩 언론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이들은 막대기 등 흉기를 들고 홍콩 시민에 대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당시 사건으로 적어도 시민 45명이 병원 신세를 졌다. 피해자 중에는 만삭의 임신부까지 포함돼 있어 홍콩 시민의 분노는 증폭됐다. 
 
단서는 경찰의 입을 통해 나왔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천텐추(陳天柱) 홍콩 경찰 범죄수사본부 수사국장은 "검거된 일부 인원은 삼합회(三合會)와 연루돼 있다"고 밝혔다. 사건 뒤 이틀 동안 홍콩 경찰은 10여명이 넘는 가해자를 붙잡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삼합회는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 마카오 등지에서 활동하는 국제적 폭력조직이다. 홍콩에서는 마작, 나이트클럽, 미니버스 노선 등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합회가 시위대에 테러를 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번 백색테러에 대해 '조폭 배후설'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중국의 '정치 깡패'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르넷옹 토론토대학 정치사회학 교수는 "시위가 중단되길 원하는 누군가가 시위대를 폭행하기 위해 테러단을 보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21일 위엔랑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백색테러 희생자들이 피를 닦아내고 있다. [AP=연합뉴스]

21일 위엔랑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백색테러 희생자들이 피를 닦아내고 있다. [AP=연합뉴스]

 

5년 전 우산혁명에도 등장했던 삼합회

 
5년 전 홍콩 시민이 민주적 보통선거를 요구하며 일으킨 대규모 시위, 이른바 '우산혁명' 당시 삼합회는 조직원 약 200여명을 시위대 내부에 투입해 혼란을 부추겼다. 당시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팅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삼합회는 일파로 분류되는 위싱워(和勝和)파와 쑨이온(新義安)파를 시위대와 반 시위대에 투입했다. 이들은 시위대 양 진여에서 경찰에 돌이나 플라스틱 물병 등을 던지거나 경찰을 때리며 현장의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삼합회 및 조직범죄 전문가인 로윙(盧鐵榮) 홍콩성시대학 사회행동과학부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백색테러에 대해 "가해 규모로 보면 농촌 지역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조직을 꾸릴 수 있는 삼합회가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로 교수는 이러한 대규모 조직적 테러에는 1000만 홍콩달러(약 15억원) 이상이 투입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테러에 나선 100여명의 백색테러 집단에는 한 사람당 2000 홍콩달러(약 30만원)가 지급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삼합회 고위급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색테러 이후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사건 발생 장소인 위안랑 역에서 백색테러 규탄 시위를 열기로 했다. 원래 오는 27~28일 토카완(土瓜灣), 정관오(將軍澳) 등 지역에서 송환법 반대 집회를 열기로 했지만 계획을 바꿨다. 홍콩 경찰은 집회를 허락하지 않은 상태여서 대규모 충돌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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