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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도플갱어'+친중파'=보리스 존슨…미vs중 누굴 택할까

중앙일보 2019.07.26 05:00
영국 총리로 선출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영국 총리로 선출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AFP=연합뉴스]

 
“영국의 새 정부는 매우 친중(pro-China)적일 것.”

보리스 존슨(55) 신임 영국 총리가 취임한 24일(현지시간) 그의 중국을 향한 메시지가 공개됐다. 그는 이날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관심이 많다”며 “영국의 새 정부는 대단히 친중적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로 아시아·유럽·아프리카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하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야심을 담고 있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도 일대일로를 경계하는 가운데 존슨이 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내 딸도 중국서 공부"…중국과 친분 강조 

 
존슨 총리는 또 “영국이 서방 국가 중 최초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함으로써 AIIB가 제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AIIB는 중국 주도로 설립된 국제금융기구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그는 “내 딸도 예전에 중국에 머무르며 중국어를 배웠다”며 중국과의 친분을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4일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는 친중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4일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는 친중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그가 친중 발언을 한 이유는 따로 있다. 존슨 총리는 인터뷰에서 “영국 경제는 유럽에서 가장 개방적”이라며 “중국이 영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현재 15만5000명의 유학생을 영국에 파견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더 많은 유학생을 (영국에) 보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미국이 중국 출신 유학생 통제를 강화하는 와중에 한 발언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강경파인 존슨 총리로선 중국이 필요하다. 그의 공약대로라연 올해 10월 31일까지 유럽 시장에서 떨어져 나와야한다. 이후엔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필수다.

친중 발언을 보이는 존슨 총리를 중국이 반기지 않을 리 없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보리스 존슨의 영국 총리 취임을 환영한다”며 “양국의 관계가 더욱 발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의 발언대로 영국과 중국이 밀착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긴장 관계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도 많다. 당장 영국의 옛 식민지였던 홍콩에서 진행 중인 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존슨 총리는 지난 3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홍콩 시민들은 자신들의 인권을 침해받을 수 있는 중국의 송환 제안을 우려할 권리가 있다”며 “나는 기꺼이 홍콩 시민들을 변호할 것.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 ’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트럼프 환영"…트럼프 요구 외면 어려워

 
지난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외무장관(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테리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외무장관(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가운데는 테리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로이터=연합뉴스]

 
무엇보다 ‘영국의 트럼프’라 불리는 존슨 총리로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사퇴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보리스가 (총리를) 잘할 것 같다”며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존슨이 총리로 당선된 후에도 “그는 영국 트럼프로 불린다. 이는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존슨도 총리 후보 시절 트럼프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비난한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가 작성한 문건이 언론에 유출되자, 대럭 대사를 옹호하지 않으며 트럼프의 입장에 섰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영국 ‘도플갱어’가 여러 문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공유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중 모두 필요한데…화웨이 딜레마

 
EU를 떠나려는 존슨으로선 유럽을 대신할 무역 파트너로 중국 못지않게 미국이 필요하다. 전임 메이 총리와 트럼프 간 불화로 안 좋아진 양국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존슨 총리는 때로는 미국 편에, 때로는 중국 편에 서면서 영국의 국익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미국이 모두 필요한 존슨으로선 난처한 상황이다. 그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문제 등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영국에서 중국 기업은 매우 환영받지만, 그렇다고 국가안보와 타협할 순 없다”면서도 화웨이 제품의 수입을 금지할지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존슨이 언제까지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유재량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미국 요구대로 화웨이 제품 수입을 금지하면 중국과의 관계는 끝장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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