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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에 질린 딸 반응 재밌다고, 강도로 분장한 유튜버 아빠

중앙일보 2019.07.26 05:00
[유튜브 '보람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보람튜브' 화면 캡처]

말을 배우기 이전부터 유튜브를 보며 성장하고, 어린이들이 유튜버가 되는 게 꿈인 세상이 됐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2018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에 따르면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는 유튜버가 차지했다. 
 

키즈 유튜버의 명과 암

유튜브는 2016년 한 해 동안 키즈‧교육 콘텐트 시청 시간이 전년보다 95%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순위를 보여주는 ‘와칭 투데이’에 따르면 상위 50위 채널 중 15개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채널이다. 블랙핑크, 방탄소년단 등 K팝 관련 채널 다음으로 많은 비중이다. 특히 최근 95억원 상당의 강남 빌딩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보람튜브’는 50위권 내에 3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각 채널의 구독자 수를 합하면 3500만명이 넘는다. 서울과 경기‧인천의 인구를 합친 2500만명보다 무려 1000만명이 더 많다.
 

키즈 콘텐트가 각광받는 이유는… 

업계 전문가들은 키즈 콘텐트가 각광받는 이유로 내용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시청 습관과 환경 등의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인터넷 스타를 위한 기획사인 MCN 회사 관계자는 “아이들은 한 번 동영상을 보면 그 채널의 영상을 계속 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조회 수가 높다.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아 시청 지속 시간도 길어 수익이 많이 나오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다양한 분야의 동영상을 스스로 검색해서 보지만, 반대의 경우 유튜브가 추천해주는 영상을 그대로 시청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부모가 아이에게 유튜브를 보여주고 자신의 할 일을 하는 환경도 키즈 콘텐트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김두환 한국SNS인재개발원 원장은 “부모가 아이에게 폰을 맡기는 게 썩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100%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지 않냐"며 "아이가 유튜브에 집중하면 부모가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어지니 계속 구독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나이가 어릴수록 음향 없이 영상만 보는 경우가 많아 어린이 콘텐트에는 유독 자막을 많이 넣는다고 한다.  
 
김 원장은 “키즈 콘텐트에는 언어의 장벽이 없다”는 점도 인기의 이유로 꼽았다.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만 보여주는 경우 손의 주인이 외국인이어도 시청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부터 해외 유튜브 이용자를 타깃으로 해서 전략적인 키즈 콘텐트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요즘에는 영어권을 넘어 스페인어 문화권까지 진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키즈 유튜버, 아동학대 논란도 

이렇듯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키즈 유튜버에 뛰어드는 아이와 부모가 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시선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이 필요해지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아동학대 논란이다.  
 
아동학대 논란이 일었던 '보람튜브' 영상.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유튜브 캡처]

아동학대 논란이 일었던 '보람튜브' 영상.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유튜브 캡처]

최근 5살 유튜버에게 엄마가 아이를 향한 악플을 읽어주고 이에 대한 반응을 영상에 담거나 6살 쌍둥이에게 10kg 대왕문어를 먹게 해 논란이 일었다.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017년 유튜브 키즈 채널 운영자 2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고발당한 채널에서 강도로 분장한 아빠는 아이에게 “엄마를 잡아가겠다”며 겁을 줬고, 겁에 질린 아이는 눈물을 쏟으며 강도의 지시대로 춤을 췄다.
또 다른 채널인 보람튜브는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을 차로 깔아뭉개거나 아이가 자동차를 실제 도로에서 운전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결국 서울가정법원은 보람튜브가 올린 내용이 아동학대라고 판단하고 부모에게 아동 보호 전문기관의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을 내렸다.  
 

“더 자극적 행동 유도 가능성" 우려도

전문가들은 키즈 유튜버와 키즈 콘텐트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수익이 아닌 아이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매니저는 “유엔(UN)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아동‧청소년이 온라인 환경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사교를 맺으며, 참여 범위를 확대하는 획기적인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아이들이 유튜브를 찍고, 보며 생길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5년 데뷔해 구독자 약 87만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 최린(13)군이 운영하는 ‘마이린 TV’의 부모는 “부모의 역할은 돈벌이보다는 지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군의 아버지 최영민(47)씨는 “아이가 유튜버를 하고 싶다고 해 초등학교 3학년 때 6개월 동안 유튜버 관련 교육 프로그램에 데리고 다니며 배우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금 초등학생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가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을 것”이라며 “유튜브는 아이들에게 보편적인 놀이가 됐다. 부모 또한 유튜브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부모도 유튜브 이해 노력 필요" 

성공사례만을 보고 키즈 유튜버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일은 어린이 유튜버가 하지만 돈은 부모가 번다”며 “우후죽순 유튜브 업계에 뛰어드는 이들이 걱정된다. 더 자극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아역 배우 노동 가이드라인처럼 유튜버도 세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가영·남궁민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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