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靑 "北이 쏜건 탄도미사일"…5월과 달랐다, 바로 결론낸 이유

중앙일보 2019.07.26 00:16 종합 3면 지면보기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북한 원산 호도반도에서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 2발과 관련한 정례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북한 원산 호도반도에서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 2발과 관련한 정례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달 초부터 가시화된 일본의 경제보복에다 러시아·중국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침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언급 등 동맹 비용 청구서에 이어 급기야 북한의 탄도 미사일까지. 한반도에 외교·안보 쓰나미가 몰려드는 것 같다. 한반도 주변의 4강은 물론 북한까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NSC ‘신종 탄도미사일’ 발표
러·일과 갈등 와중 북 도발하자
대북 저자세 여론 차단 강경책

자료 받은 기자들 “오타 아니냐”
청와대 관계자 “오타 아니다” 확인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25일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을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국 정부는 그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 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 결의에 근거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했다. 북한의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라고 판명되면 유엔 제재 위반은 물론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적대행위로서 논란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두 차례 발사했던 지난 5월에 탄도미사일이라는 표현은 정부 발표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5월 4일 군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4일 오전 9시6분쯤부터 9시27분경까지 (강원도)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상 단거리 발사체 수 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합참은 초기 ‘불상의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이내 ‘불상의 발사체’로 수정했다. 5일 뒤인 2차 발사 때도 마찬가지다. 5월 4일과 9일 발사체에 대해 당국은 “아직도 분석 중”이라는 입장이다. 25일 국회 정보위원들이 국가정보원 당국자를 상대로 “3개월 반 되어 간다”고 질타했으나 “계속 분석 중”이라고 답했을 정도다.
관련기사
 
이날 발사를 두고도 합참은 “북한이 오늘 새벽 동해 상으로 미상의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5월 ‘불상 발사체’란 표현이 논란을 낳은 것을 의식해 ‘미상 발사체’로 바꿨을 뿐 기조는 유지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 NSC가 이날 오후 회의를 연 뒤 북한이 쏜 미사일을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결론 낸 자료를 내자 기자들은 “오타가 아니냐”고 물었고, 청와대 관계자는 “오타가 아니다”고 확인했다.
 
NSC가 5월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탄도미사일이라고 빨리 확인한 것은 그간 저자세 일변도라는 비판이 일었던 대북 태세에 대한 국내의 비난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뢰 위반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북한에 부정적 입장을 정한 셈이어서다.
 
북한은 최근 한국 측의 쌀 5만t 지원 의사에 대해 한·미 합동군사훈련 ‘동맹 19-2’를 빌미로 세계식량기구를 통해 거부 의사를 밝힌 데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의 존재도 암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이었다. NSC의 발표문에 “상임위원들은 이러한 북한의 행위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표현이 담긴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당분간 남북 관계가 경색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30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만나 웃으며 손을 맞잡은 지 한 달도 채 안 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당초 참가할 것이 유력했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담에도 불참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