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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사태 수습 안한 폭스바겐, 차값 10% 배상해야"

중앙일보 2019.07.25 18:37
정부가 배출가스와 소음 시험성적서 등을 위조한 폭스바겐에 대해 인증취소와 판매정지 처분을 내린 당시 서울 강남의 한 전시장이 구매자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하다.[중앙포토]

정부가 배출가스와 소음 시험성적서 등을 위조한 폭스바겐에 대해 인증취소와 판매정지 처분을 내린 당시 서울 강남의 한 전시장이 구매자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하다.[중앙포토]

우리 법원이 ‘디젤 게이트’를 일으킨 폭스바겐 그룹의 손해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폭스바겐 차 구매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낸 지 4년여만이다. 
 
법원은 폭스바겐 측과 국내 수입사가 차주들에게 차량 구매가격의 10%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2013년 8월 이후에 차를 산 소비자들로 범위는 일부 한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부장판사 김동진)는 25일 폭스바겐과 아우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딜러사 등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원고들에게 차량 매매대금의 1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인증시험모드 때만 배출가스 적게?…디젤게이트의 시작

폭스바겐 측은 디젤 차량을 만들면서 엔진 성능과 연비 효율화를 위해 배출가스(질소산화물) 저감장치 작동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달았다. 이 소프트웨어에는 두 가지 모드가 있었다. ‘인증시험 모드’는 배출가스가 적게 배출됐지만 ‘통상주행모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중단되거나 작동률을 낮췄다. 통상주행모드로 달릴 때는 법령상 배출가스 기준을 초과하는 질소산화물이 그대로 공기 중으로 배출된 것이다.

 
2015년 미국 연방 환경청 등이 이 소프트웨어가 불법이라고 통보하자 전 세계적으로 ‘디젤 게이트’가 불거졌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10월 환경부가 폭스바겐 수입사에 결함시정 명령을 내렸다. 수입사는 3차례 리콜방안을 냈지만, 환경부로부터 반환당했고 2018년에서야 문제가 된 15개 차종 리콜계획이 승인됐다. 
 

지구에서 가장 깨끗한 폭스바겐?…기만적 광고에 뿔난 차주들

국내 소비자들은 폭스바겐 차량에 기재된 표시ㆍ광고문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 차 보닛 등에는 "본 차량은 대기환경 보전법 등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용 설명서 내 준수사항을 이행하는 경우 대기환경 보전법 시행규칙에 의한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보장합니다" 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광고도 문제가 됐다. 폭스바겐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폭스바겐 디젤 차량에 대해 "현재 지구에서 가장 깨끗한 디젤 엔진은 자타가 공인하는 폭스바겐의 엔진" 같은 광고를 했다. 이를 믿고 폭스바겐 차를 구매했던 시민들은 하나둘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폭스바겐 측에 이런 표시와 광고가 근거가 없고, 특정 상황에서만 구현되는 성능을 마치 모든 상황에서 항상 되는 것처럼 부풀렸다며 약 373억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폭스바겐 측은 불복해 소송을 냈다가 2심에서 패소했지만 상고했다. 
 

정신적 손해도 배상해야…차 가격 10% 배상

법원은 폭스바겐이 차주들에게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현재는 소송을 낸 모든 차주가 아니라 일부 차주만 배상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구 표시ㆍ광고법은 법 위반과 관련한 손해배상청구는 확정판결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2013년 8월 해당 조항은 삭제됐지만, 그 이전에 차를 샀다면 개정 전 법에 따라야 한다. 이에 법원은 2013년 8월 13일 이전에 폭스바겐과 차 구매 계약을 맺었다면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인 과징금 취소소송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
 
나머지 차주들은 손해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폭스바겐 측이 민법과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점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디젤 차량이 관련 법규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매매목적물이라면 갖춰야 할 통상적이고 필수적인 사항"이라며 "폭스바겐 디젤차는 감독기관의 인증을 받을 수 없는 차량이었고, 이는 하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자동차가 가지는 특수성도 판결 근거로 봤다. 자동차의 경우 구매 직후 1~2년 동안 승차감이나 디자인 및 상표가치 등 소비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사용가치’에 대한 만족도가 중요한데 폭스바겐 측이 2년이 넘는 동안 리콜 조치 등 적극적 사태 수습에 나서지 않았다고 법원은 지적했다. 폭스바겐의 늑장대응에 소비자들은 2년여간 불안하고 불편한 심리 상태에 지속해서놓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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