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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는 세 개의 전기, 8ㆍ15와 日개각과 일왕 즉위식

중앙일보 2019.07.25 17:44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휴가지인 도쿄 인근의 야마나시현의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요미우리TV 화면 캡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휴가지인 도쿄 인근의 야마나시현의 골프장에서 라운딩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요미우리TV 화면 캡처]

한·일 갈등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양국엔 일종의 수읽기 국면이다.
 
당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오후부터 여름 휴가를 시작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다음 주 월요일인 29일까지는 쉴 것이라고 하는데, 자연스레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논의할 26일 각의는 연기됐다. 일본은 통상 매주 화요일이나 금요일에 각의(閣議)를 열고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 아베 총리가 휴가에서 복귀한 직후인 다음 주에 전격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지만, 최대 14일까지 이견에 대한 숙려 기간을 두게 돼 있어 우리 정부는 더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앞서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침을 두고 지난 1일부터 진행해 온 의견 수렴 절차를 24일 마무리했는데, 1만 건 넘는 의견이 접수됐다고 한다.
 
각의 결정이 8월로 늦춰질 가능성이 큰 상태에서, 한국 정부는 세 기점을 한·일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먼저, 한·일 양국에 의미가 큰 8월 15일이 첫 번째 변곡점이다. 한국은 광복절이고 일본은 패전기념일이다. 이미 청와대는 내달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에 대해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기 시작했다.
 
기념사 준비 못잖게 정부가 주목하는 게 일본 측 대응이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전범의 유해가 안치돼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누가, 어떤 식으로 할지가 양국 관계의 향후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본다. 앞서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26일 취임 후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했고, 당시 박근혜 정부는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될 경우 양국의 갈등은 점입가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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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변곡점으로는 일본 정부의 개각 시점이 꼽힌다. 일본 언론은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 결과를 반영해 아베 총리가 9월 중에 개각을 단행할 거라고 보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 등의 거취가 어떻게 되는지, 일본 내각이 어떤 인물로 채워지는지 등은 양국 관계의 주요 변수다. 해외 왕실과 정상 등을 초청해 열리는 10월 22일 나루히토 새 일왕의 공식 즉위식도 한국 정부가 주목하는 주요 시점이다. 일본 입장에선 올해 예정된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이다.
 
공교롭게도 세 시점이 8월, 9월, 10월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기본으로 두되, 그때마다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그간 일본이 화이트 리스트 배제 조치를 발동했을 때 우려되는 피해 품목에 대한 리스트업 등 단기 대책은 마무리단계라고 한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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