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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특활비' 박근혜, 징역 5년 선고...1년 왜 줄었나

중앙일보 2019.07.25 17:14
지난 2017년 5월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뉴스1]

지난 2017년 5월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뉴스1]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총 35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67)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2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27억 원을 선고했다. 1심의 징역 6년, 추징금 33억 원보다 형량이 다소 줄어든 이유는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국정원 특활비가 국고손실 혐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뇌물이나 국고손실 인정 안 돼...횡령만 적용

 
1심과 2심 모두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금액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통령 직무에 대한 대가로 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뇌물이라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쟁점은 국고손실 혐의였다. 1심은 박 전 대통령이 받은 총 35억원 중 2016년 9월 전달된 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33억원에 대해 국고손실 혐의를 인정했다. 국내외 보안정보 수집 등 목적에 맞게 엄격히 써야 할 특활비를 청와대가 위법하게 유용했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역시 청와대가 특활비를 유용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중 일부에 국고손실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는 돈을 횡령한 사람이 '회계관계직원'이어야 한다. 재판부는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고 보고 특가법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호(왼쪽), 이병기(오른쪽) 전 국정원장이 지난 6월 14일 오전 구속 기간 만료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호(왼쪽), 이병기(오른쪽) 전 국정원장이 지난 6월 14일 오전 구속 기간 만료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에 이병기 전 원장 시절 전달된 8억원과 이병호 전 원장 시절 전달된 19억원 등 총 27억원에 대해서만 국고손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돈이 전달되는 과정에 회계관계직원인 이헌수 전 기조실장이 공모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국고손실죄가 적용됐다. 그 밖의 돈에 대해서는 통상의 횡령죄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세 명의 국정원장으로부터 33억의 특활비를 받은 것은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 납득할 수 없어...대법원 상고 예정

 
검찰은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판결 직후 검찰은 "뇌물수수 관련 '문고리 3인방' 사건 항소심에서 일부 뇌물성이 인정된 점에 비춰 뇌물죄가 인정돼야 한다"며 "국정원장을 국정원 회계의 최종책임자이자 결재자로 인정한 판결에 비춰 국고 등 손실죄도 인정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검찰은 6월 2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국고손실과 뇌물 혐의 모두 유죄에 해당한다며 징역 12년, 벌금 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박 대통령 사건 모두 마무리...총 징역 32년

 
이날 선고로 ‘국정농단’, ‘친박 공천 개입’, ‘국정원장 특활비 뇌물’ 사건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하급심 판단은 모두 마무리됐다. 이날까지의 형량이 모두 확정되면 총 징역 32년을 살게 된다.
 
항소심에서 징역 25년, 벌금 200억원의 중형이 선고된 ‘국정농단’ 사건은 지난달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가 마무리됐다. 대법원이 추가 심리를 하지 않을 경우 국정농단 사건은 이르면 다음달께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3월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피해자가 만취하여 항거불 능의 상태에 있다고 오인함으로써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하는지를 판결하기 위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3월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피해자가 만취하여 항거불 능의 상태에 있다고 오인함으로써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하는지를 판결하기 위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피고인 없이 이뤄지는 궐석 재판으로 선고가 진행됐다. 지난 2017년 10월 16일 열린 국정농단 공판에서 구속기간이 연장된 데에 대한 불만을 품고 모든 재판을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법정을 가득 채웠다. 이들은 판결이 나오자 재판부를 향해 큰소리로 욕을 하거나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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