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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잘하고 친구 잘 사귀는 사람이 미래 인재"

중앙일보 2019.07.25 16:50
 
“도시나 골목, 동네는 결국 공간이다. 이 공간의 가치를 더해주는 건 문화와 콘텐트다.”

연남동을 제2의 홍대로 바꾼 도시기획자 홍주석
사람 연결하는 공감, 소통 능력 점점 중요해져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는 홍대에서 작업실을 구하려다 비싼 임대료가 부담돼 옆 동네 연남동에 안착하면서 동네를 살리는 도시기획자가 됐다. 
 
동네에 사는 창작자를 위한 공간 '연남장'을 시작으로 근처 경의선숲길 옆엔 참기름을 판매하는 '연남 방앗간'을 열었다. 연남동의 매력적인 공간을 발굴해 창작자에게 제공하고 문화를 즐기는 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행사도 기획한다. 
 
이 같은 방식을 이름은 익숙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동네를 재발견하는데 적용하고 있다. 옆 동네 연희동의 문화 콘텐트를 알리는 ‘연희, 걷다’라는 이벤트에는 수천 명이 몰렸다. 60년 넘은 철물점과 몇 대째 내려오는 정육점, 독특한 비법을 가진 빵집이 있는 동네라면 지방 어디든 찾아가 콘텐트로 만든다. 연남동을 시작으로 을지로·이태원·성수동과 같은  동네 얘기를 책으로 내기도 했다. 
 
홍주석 대표는 자신을 '도시기획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도시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려면 건설사, 시공사 등 공급자 중심의 공간 건축 방식에서 콘텐트 기획자가 보다 깊이 관여하는 방식으로 바껴야 한다고 말한다.

홍주석 대표는 자신을 '도시기획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도시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려면 건설사, 시공사 등 공급자 중심의 공간 건축 방식에서 콘텐트 기획자가 보다 깊이 관여하는 방식으로 바껴야 한다고 말한다.

“사무실에 갇혀 그저 그런 '도면쟁이'로 살기는 싫었습니다.” 그는 대학 건축학과를 다니면서 도시의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융합대학원에서 다양한 사람과 공간의 의미와 가치를 두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그는 “해외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우리나라의 도시가 가진) 문제를 생각했어요. 경제가 급성장하고 인구가 빠르게 늘던 시절에 건설사·시행사 등 공급자 중심으로 개발된 도시와 달리 저성장·저출산 시대에 진입했고 디지털 기반 사회에 들어선 지금은 콘텐트가 주도하는 도시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말했다. 그는 연남동에 사무실을 얻고 동네 관련 콘텐ㅌ를 만들며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최근엔 대전·속초·강릉·제주 등 전국의 동네 콘텐트를 발굴하고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기업 매출도 지난해 25억 원대로 성장했고 이달 26억 규모의 시리즈 A 투자(장기적 수익 창출을 위한 재무적 투자)를 유치했다.
 
창작자들의 협업공간 겸 카페·식당 등이 마련된 서울 마포 연남장에서 홍주석 대표를 만났다. 어반플레이 역시 이곳에 입주해 있다.
 
지역 나아가 동네나 골목이 주목받을 거라 생각한 이유는?
사람들은 진짜 내공 있는 콘텐트와 사람을 만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내공 있는 장인들, 진정성 있는 브랜드나 가게는 ‘굳이’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세상은 콘텐트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니 ‘연결’만 하면  승산이 있겠다 생각했다. 성심당·삼진어묵·이성당이 그랬고 최근엔 지방의 서점과 오래된 약방, 전통주 등 스토리 있는 장소와 브랜드가 뜬다. 사람들이 스토리가 있는, 경쟁력 있는 콘텐트를 발견하는 재미에 빠진 셈이다.
 
실제로 지방 곳곳을 찾아다니는 게 최근 흐름이다. 하지만 뜬다 싶으면 늘 임대료가 이슈가 된다.
건축학과 출신의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는 공간 콘텐트를 만들어 공간의 가치를 더하는 일을 하고 있다.

건축학과 출신의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는 공간 콘텐트를 만들어 공간의 가치를 더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은 권력이다. 그 정점에 건물주가 있다. 하지만 이런 권력 구조가 서서히 해체되고 있다. 사람들은 콘텐츠를 찾고 싶어한다.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는다. 그래서 건물주들에게 “건물에 무언가 채워야 한다. 그게 콘텐트고 건물주가 아니라 콘텐트 사업자로 변신해야 한다, 그러니 콘텐트 기획자를 만나야 한다”고 설득한다.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에 따른 기존 상권 내몰림 현상)은 모두에게 손해다.
 
동네를 연결하는 비즈니스를 생각한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에 가치를 더하고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다. 기술이나 자본은 풍부하다. 하지만 모두 ‘연결’되는 덴 아직 어색한 것 같다. 사람과 사람, 공간과 사람, 사람과 지역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스토리를 가진, 내공 있는 콘텐트라고 생각했다. 대기업 자본의 프랜차이즈가 골목으로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있는 것 역시 지역이나 그 동네만이 가진 콘텐트다.
 
동네 콘텐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어릴 적부터 골목을 누비고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공간을 만들고 채워가고 있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홍주석 대표는 "학창시절 부터 사람을 모으는 연습을 통해 커뮤니티 디벨로퍼가 되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주석 대표는 "학창시절 부터 사람을 모으는 연습을 통해 커뮤니티 디벨로퍼가 되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남동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창의적인 활동과 비즈니스를 계획했으니 자연스럽게 홍대를 떠올렸다. 하지만 비싼 임대료가 문제더라. 옆 동네인 연남동에 왔는데 동네도 조용하고 괜찮은 시설과 상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공간이나 트래픽 기반이 아닌 콘텐트로 대결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고 이후에 창작자들이 조금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공간을 채울 콘텐트도 결국 사람이 만든다. 미래 세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커뮤니티 디벨로퍼. 사람을 모으고 연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모여 어떤 커뮤니티를 만드는 지가 매우 중요한 시대다. 친구 많은 사람이 유리하다. 물론 어떤 친구인지도. 그러니 한 주제를 가지고 얼마나 사람을 모으고 연결할 수 있는지, 그 능력을 고민하면 좋겠다. 공감 잘하는 사람이 미래 인재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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